우병우와 관련해서도 몇 번 이야기한 바 있었다. 과연 우병우의 부모나 형제, 아내, 자식들은 그런 우병우를 부끄러워할까? 자랑스러워할까? 


진짜 아주 막장이 아니고서는 기껏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고서 혼자서만 그것을 누리려 하지 않는다. 가족에게도 돌아간다. 돈이든, 신분이든, 권력이든. 오히려 먼저 가족들이 그것을 바라고 기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출세해라. 출세해서 집안을 일으켜라. 네 부모, 네 형제, 네 가족들을 책임지라. 그런데 언제부터 검사 월급이 일가족을 모두 먹여살릴 정도가 되었을까?


다른 사람도 아닌 검사가 검찰의 수사를 앞장서서 방해하고 있었다. 증거를 조작하고 인멸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었다. 이유는 하나다. 권력이 시켰으니까. 출세하려면 그 권력에 잘보여야만 했을 테니까. 그래서 지금껏 누려온 것이 있었을 터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자신이 저지른 죄가 드러나려 하자 관련자를 회유하려 시도하더니 수사를 피해 자살까지 하고 있었다. 동정의 여지가 있을까? 그러니까 같은 검찰이니까 그 죽음마저 동정해야 한다는 검사놈들이 있으니 검찰이 그모양인 것이다. 언제부터 검사가 피의자에 대해 그렇게 관대했던 것일까?


이번 자살과 관련한 검찰 내부의 반응이야 말로 오랫동안 썩고 비틀어진 검찰 자신의 추악한 특권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혐의가 있으니 수사한다. 이미 한 번 수사를 방해해서 혼선을 주었고 여전히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기에 구속하여 수사해야 한다. 어째서 검찰은 그러면 안되는가? 그 과정에서 억울한 일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텐데 어째서 검찰의 죽음에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것일까? 검찰총장에게까지 너희가 죽였다 비난을 퍼부었다고 한다. 검찰이 검찰을 수사하는 것이 하극상을 저지를 만큼 큰 죄였다. 이쯤되면 검찰을 아예 해체하고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쪽이 더 깔끔할 듯하다. 검찰의 죄를 물어서도 감시 수사해서도 안된다.


그 유가족의 울부짖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디 감히 검사를. 어디 감히 우리 영감님을. 돈줄인데. 사회적 신분이고 지위인데. 권력인데. 그래서 앞으로도 영원할 것만 같았던 부귀영화가 한 순간에 날아갔는데. 그 상실감이 오죽할까?


원래 자살이란 용기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자살에 죽을 용기란 말은 없다. 살 용기가 없으니 차라리 죽음으로 도피하려는 것이다. 그동안 검사로서 수많은 피의자 용의자들을 심문하고 조사했을 것이면서 검찰이 자신을 수사하려 하니 그것 하나 감당할 용기가 없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 주제니까 권력이 시킨다고 고분고분 검사로서의 양심을 팔아넘길 수 있었을 것이다. 동정의 여지도 없고, 그를 동정하는 검찰 동료나, 유가족이나, 혹은 보수적인 정치인이나 국민들 역시 조금도 이해할만한 부분이 없다 할 것이다. 그렇게 진실은 묻혔고 최소한의 결백을 주장할 기회마저 스스로 날려 버렸다. 수사도 시작되기 전에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만으로 지레 겁을 먹고 죽음으로 도망쳐 버렸다. 무슨 평가할 가치가 있겠는가.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가족 또한 공범이다. 그 동료들 또한 공범이다. 원래 검사란 그런 자리였을 것이다. 사회가, 가족이, 동료들이 기대하는 검사란 그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냥 남들이 검사에게 기대하는 만큼만 행동했을 뿐인데 죄인이 되었다. 누가 그를 죽였을까? 무려 검사가 혐의가 명백한 죄인의 수사를 잘못이라 말한다. 증거를 인멸할 수 없도록 빠르게 수사를 진행하며 압박한 것이 오히려 죄라 말한다. 검사가 생각하는 죄와 보편의 상식이 생각하는 죄가 이렇게 다르다. 그리고 검사는 사회의 정의와 죄를 책임진다.


죽었다고 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죄를 저지른 사실 자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죽은 것은 죽은 것이고 죄는 죄다. 참 많이 참는다. 원래는 뒈졌다 말해야 하는데. 그 유가족과 검찰 동료들 때문에라도 그는 뒈진 것이 되어야 한다. 이런 주제들이 이 사회의 정의를 묻고 죄를 단죄하고 있었다. 진짜 정의를 지키며 진실을 쫓는 검사였다면 너무나 무책임한 선택이었다. 그런 주제라는 것이다.


한심하다. 뒈질 놈이 뒈졌다. 가치도 없는 놈 하나가 세상에서 사라졌다. 별별 의미를 부여한다. 같잖은 것들이다. 침을 뱉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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