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매는 게 아니고, 참외밭에서는 신발을 고쳐신는 게 아니다. 물론 억울할 수 있다. 터무니없는 오해며 음해라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것까지 모두 감수하는 것이 정치인 아닌가. 자신의 행위가 어떤 오해를 볼러오고 그것이 정치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미리 예상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하물며 문광위 소속 위원으로 문체부에 친인척과 주변인들이 소유한 주위의 거리를 문화재로 지정할 것을 요청한 행위는 어떤 것으로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물론 기왕 투기를 하려면 재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옳기는 하다. 어떻게든 투기로 몰아가려는 이들이 재개발보다는 문화재지정 쪽이 훨씬 이익이라 주장하기는 하지만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또한 대부분 사람들이 안다. 문화재든 뭐든 일단 정부의 간섭이 시작되면 재산권 행사는 물건너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것이 정부의 규제와 간섭 아래서 이루어지게 된다. 그에 비하면 마음껏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재개발 쪽이 토지나 주택소유자 입장에서 더 매력적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집값이 올랐고, 소유자들은 이익을 보았으며, 그 과정에서 문광위 위원이라는 손혜원 자신의 소속과 직책이 영향을 미쳤다. 마냥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있겠는가.


손혜원 자신이 자신의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방법은 하나다.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자리를 내려놓고 자연인으로서 해당지역의 문화사업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것은 정부와 여당이 추구하는 적폐청산을 돕는 가이드이기도 하다. 이 정도로도 책임지고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이 이상의 모든 행위에는 앞으로 더 엄정한 정치적 책임이 지워질 것이다. 여전히 문광위 위원이고 국회의원인 동안에는 어떤 해명도 설득력 없다. 이번에야 말로 흐리멍텅 뜨뜨미지근하던 당의 입장이 보다 명료하게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이조차도 자신들은 용납하지 못하겠다. 손혜원 자신부터. 진정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고 영부인을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면.


처음 뭐 이런 미친 여자가 있었나 싶었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바보인가 헛웃음만 났다. 만일 진짜 투기를 목적으로 했다면 미친 것이고, 오로지 선의로만 그런 것이면 멍청한 것이다. 어느 쪽이든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적절한 행위는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보인 여러 구설들도 정치인으로서 아직 자신의 책임과 위치를 자각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진짜 이번만 하고 말겠다는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하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기도 하다. 그냥 한심하다.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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