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들은 흔히 말한다.


"너 아니라도 사람은 많아!"


어느 관리는 전쟁에서 많은 병사들이 죽자 왕에게 이런 말을 하기도 했었다.


"한 해에만 전장에서 죽은 병사의 수 이상이 왕도에서 태어나고 있습니다."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대한민국 인구만 5천만이 넘어간다. 말이 5천만이지 한 사람 앞에 삽 한 자루씩 주고 산을 허물라 하면 백두대간도 평지로 만들 수 있는 인력이다. 물론 그 많은 인원이 땅을 팔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는 전제 아래서.


사람에게 돈이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보다 생존에 있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먹어야 한다. 얼어죽지 않으려면 무어라도 따뜻한 것을 걸쳐야 한다. 혹시라도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충분한 장구를 지급해야 한다. 군인이라면 전장에서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적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들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아예 그런 모든 것을 무시하면 어떻게 될까? 먹이지도 입히지도 손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그냥 전장에 밀어넣는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서 희생된 그 이상의 숫자를 끊임없이 동원하고 밀어넣을 수 있으면 아주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물론 2차세계대전 당시 막장으로 꼽히던 구일본군도 이렇게까지 막 나가는 경우는 드물었었다.


당시 구일본군이 저지른 막장짓 가운데 지금도 회자되는 것이 가미카제일 것이다. 비행기를 문제없이 띄우고 착륙하는 것만도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다. 심지어 전투 도중 배치된 조종사의 항모이착함을 훈련하다가 함재기의 절반을 잃은 경우마저 있을 정도로 정상적으로 이착륙할 수 있다는 것만도 이미 대체하기 힘든 전력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조종사들을 일회용 자살공격에 동원하고 있었다. 살아돌아왔으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유용한 전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가능성을 단지 한 번 적함에 돌격해서 피해를 입히는 용도로 사용하려 했던 것이었다. 조종사를 길러내기는 어렵고, 더구나 조종사로 훈련시킬만한 인재를 찾기도 결코 쉽지 않다. 설사 자살공격이 성공해서 적에게 일정한 피해를 주더라도 뒤가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자살공격이 성공해서 미군이 진격을 멈추면 이미 많은 인력을 소모한 일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전근대의 군주나 지휘관들이 마음이 좋아서 굳이 병사들을 먹이고 입히는 일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당장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장차 일어날 상황을 대비해서 병사들을 훈련해야 한다. 얼마나 많이 잘 훈련시키는가에 따라 전쟁의 결과가 달라진다. 함부로 버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더 잘 먹이고 더 잘 입히고 더 잘 무장시켜서 만일의 상황에 자신을 위해 용감히 싸워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정병, 혹은 정예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껏 길러놓은 정예병을 잃거나 하면 귀한 신분의 지휘관이 처벌을 받기도 했었다.


실력과 경험을 두루 갖춘 숙련된 소방관 한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 아무나 소방관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소방관으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고, 다양한 상황에 대한 많은 훈련과 실전경험을 거치면서 숙련된 소방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의 경우 큰 화재가 났을 때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기에 화재를 진압하고 위험에 빠진 시민들을 안전하게 구해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들 숙련된 소방관들인 것이다. 이제 겨우 소방관이 되어 일을 시작한 사람이 다급하고 위험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그런데 누군가 아무것도 없이 그런 숙련된 소방관들이 스스로를 희생해가며 불을 끄고 사람을 구해야 한다 주장하고 있다.


화재현장에서 무엇보다 소방관들이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겨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화재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금 눈앞의 한 사람만 구하고 끝날 것이 아니다. 자기 말고 여전히 더 많은 소방관이 남아 있다 마음놓아서는 안된다. 자기 말고는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실제 한 사람이 희생되면 누군가 그 한 사람을 대신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희생된 한 사람이 그동안 쌓아온 경험 만큼 경험을 쌓을 공백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도 소방관은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첫번째 책임인 것이다. 물론 소방관에게도 가족이 있다.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소방관 역시 소방관 자신이 지켜야 할 시민의 한 사람이다.


어이가 없다. 말로야 친일당이라 하지만 원래 정치란 그런 것이라 수사적인 표현이라 여겼지 설마 싶었었다. 인력도 지원도 아닌 희생과 헌신이라. 장비도 증원도 없이 고귀한 생명을 구하는 희생과 헌신을 말하고 있다. 누구의 희생이고 누구의 헌신인가? 그러면 먼저 자기부터 세비를 반납하면 어떨까?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세비같은 것 없이 자원봉사로 국회의원 노릇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원내대표다. 무려 원내대표씩 되면 그 한 마디는 그 당의 의견을 대변하는 대표성을 갖는다. 심지어 자신있게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하겠다 말하고 있다. 너무 금배지 달고 으스대다 보니 자기가 소방관들과 같은 사람이고 시민이라는 당연한 사실마저 잊은 것은 아닐까.


그저 건조하게 받아쓰거나 요식적으로 비판하며 보도하는 언론들부터가 문제다. 확실히 진보언론들까지도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여전히 자기들은 야권이라는 것일까. 이 정도 수준이만 막말도 보통 막말이 아닐 텐데 언론은 오히려 조용하다. 하긴 자기들이 쳐맞지 않았으니까. 국익보다 중요한 것이 기자인 자신의 체면이고 자존심이었지 않은가. 


하여튼 원래 그런 정당인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막나갈 수 있으리라고는 감히 생각도 못했다. 항상 상식을 깨부수는 파천황들일 것이다. 그에 동조하는 시민들도 아주 없지는 않으리라 장담한다. 내 목숨 아니니까.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아무나 소방관이 될 수 있으리라 여기고 있을 테니까. 돈도 얼마 못받고 대우도 못받는 그깟 소방관따위. 과연 누가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가. 아무나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위기에서 지켜줄 수 있을까.


원래는 소방관의 장비를 개선하고 인력을 증원하는데 무관심했던 이전 정권과 야당들에 더 큰 책임이 지워져야 했을 텐데.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다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 뿐이다. 화가 난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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