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경제학 교수라는 사람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왜 경제에 대한 글을 쓰지 않는가?"


대답은 간단했다.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경제가 경제인 이유다. 수많은 주체들에 의해,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에 의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경우의 수들이 생겨난다. 그것을 다 일일이 이론적으로 분석하자면 고작 인터넷에 끄적이는 정도로는 겉도 핥지 못하고 끝난다.


지금 한국경제가 왜 문제인가. 어떤 이유로 이렇게 경제 각 분야가 어려운가. 그러니까 그 원인을 최저임금 하나에서 찾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가 하는 것이다. 수 년 동안 쌓여온 요인들에 그동안의 외적 변수들에 수없이 많은 다양한 영향 아래에서 지금의 경제상황이 나타났을 텐데 고작 최저임금 하나 올랐다고 이 모든 문제들이 일어난다? 그런 게 가능하기는 한가?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이 숫자를 가지고는 거짓말을 한다. 아니 가만히 있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부터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 당장 보기에도 여러 요인들이 수도 없이 얽혀 있구만 그런데도 최저임금 최저임금. 그나마 최저임금으로도 결혼해서 자식 낳아 기르는 건 어림도 없는 현실에 그마저 불가능한 사회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장하성 실장의 말이 옳다. 최저임금으로 끝이 아니다. 복지정책을 보다 강화해서 실제 지출도 상당부분 더 줄여주어야 한다. 최소한 최저임금 가지고도 문제없이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아 교육도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출산률이 문제라면서? 그런데 지금 수준 최저임금에 사회안전망 가지고 과연 마음놓고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치사회적으로도 모든 문제는 그렇게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지출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면 소비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고작 몇 십만 원 오른 것으로도 소비에 자신이 생기는 사람들도 세상에는 존재한다.


아무튼 너무 쉽다. 너무 간단하다. 경제란. 그런데 왜 지난 9년 동안 한국경제는 이 모양이었던 것일까? 최저임금만 안 올리면 모두 해결되는 것이었는데 어째서 그동안 한국경제는 그 모양이었던 것일까? 잊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 9년 동안에도 한국경제는 계속 안 좋았었다. 이번 정부 들어 갑자기 안 좋아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 안 좋은 것을 어떻게든 좋게 바꿔보자고 내놓은 것이 소득주도성장이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경제가 안좋아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 안좋았던 경제에 대해 대안으로서 소득주도성장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렇게 경제가 쉬우면 경제가 망할 일도 없어야 한다. 이미 경제를 망쳐놓은 것들이 새로운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막으려 하고 있다. 자기들이 정권 잡았을 때 잘 하던가. 같지도 않다. 멍청하다기보다 그냥 사악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