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남성들이 무고죄를 강화해야 한다 주장하는 이유는 성범죄에 대한 무고가 심각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성범죄에 대한 무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에 하나 억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무고죄를 강화해야 한다.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이미 다수 남성들이 만에 하나 자신이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를 대비해서 무고죄를 그 대응수단으로 공유하고 있는 중이다. 전부터도 많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무고역고소로 인해 성범죄로 인한 고통에 더해 무고의 가해자로서 조사받아야 하는 고통까지 감당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성범죄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죄인이 된 듯한 자괴감과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는데 여기에 더해 아예 무고의 가해자로 수사기관의 의심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만다. 


그렇지 않아도 성범죄라는 자체가 사실의 입증이 매우 어려운 범죄 가운데 하나다. 더구나 대한민국의 법체계는 성범죄를 여성의 정조와 관련한 문제로 보기에 피해자의 저항의지를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으로 놓는다. 피해자가 더이상 저항할 수 없는 조건과 상황에 놓였을 때만이 가해자의 범죄는 성립한다. 그래서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상태에서조차 피해자가 보인 약간의 틈만으로도 얼마든지 무죄로 풀려나고 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한 것이다. 누구보다 피해자들이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어차피 범죄입증도 어려운데 온갖 굴욕과 수치까지 겪으며 무고죄로 처벌받을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과연 피해자 가운데 그런 현실을 끝까지 견디며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하긴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주장하려면 그런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성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주위에 알린다는 것은 아예 모든 인간관계를 단절하겠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아예 사회로부터 매장당할 것을 감수하겠다는 각오인 것이다. 그만큼 여전히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는 단지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보다 더한 죄인이 되기를 강요당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성범죄의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면 자신의 얼굴과 이름까지 모두 까발려야 한다. 모두가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일들을 당했는가를 알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괜히 고통을 겪고 싶지 않으면 입다물고 있으라.


미투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부터 한결같았다. 심지어 서지현 검사의 경우만 해도 온갖 꼬투리를 잡아 그녀를 보수진영의 음모에 가담했거나 혹은 개인의 출세에만 눈먼 속물로 몰아가려 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미투로 고발이라도 있으면 무고를 전제하고 고발자들을 까발리고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을 변호하기에 바빴다. 더이상 미투가 지속되면 여성들의 사회생활은 어려워질 것이다. 더이상 여성들에게는 사회에서 기회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남성들이 그에 대한 보복을 시작했다. 말이야 미투에 대한 예방이라지만 펜스룰이란 의도와 상관없이 결국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을 몰아내기 위한 보복이다. 그리고 이제는 남성들의 억울함을 덜기 위해 성범죄의 피해자임에도 무고의 가해자로 의심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끝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 그정도는 해야 피해자로 인정해 줄 수 있다. 물론 그 결과 범죄입증이 안되어서 억울하게 무고로 처벌받게 되더라도 만에 하나 남성의 억울함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다.


모순이다. 성범죄 무고로 인한 억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무고죄를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무고죄 역고소로 오히려 성범죄 피해자임에도 가해자로 내몰려 고통을 겪어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음에도 혹시 모를 가해자들의 억울함을 위해 피해자들의 억울함은 감수해야 한다. 아예 무고죄를 폐지하자는 것도 아니고 성범죄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혹시 모를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무고죄 수사는 뒤로 물리자는 것인데도 그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다. 억울한 사람과 억울한 사람이 있는데 과연 누구의 억울함을 더 우선해서 챙겨야 하겠는가.


성범죄 무고가 억울하면 성범죄를 당했는데 무고로 역고소당하는 상황도 억울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 만에 하나 성범죄가 사실을 경우를 고려해서 성범죄를 우선해서 수사하고, 그러고 난 뒤에 무고가 있으면 무고에 대해서도 수사한다. 무엇에 우선을 둘 것인가에 대한 판단인 것이다. 더 빈발하고 더 사회적으로 문제와 피해가 큰 범죄에 대해서다. 현실에서 무엇이 우선이고 먼저인가.


하여튼 이러니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들이라 말하는 것일 게다. 피해자를 동정하고 연민하기보다 가해자의 편에서 피해자의 꼬투리를 잡기에 급급하다. 조민기가 자살했다고 피해자들을 찾아가 테러까지 일삼는다. 그러니 미투가 끊이지 않는다. 저놈들이 그 원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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