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세금을 낼 때도 마찬가지다. 국세청에서 일괄적으로 개인과 법인의 수입과 지출내역을 파악해서 세금을 매기고 거둬들이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는 비용도 수고도 시간도 너무 많이 소요된다. 그래서 개인과 법인이 알아서 소득과 지출내역을 정리해서 신고하면 그를 기준으로 국세청에서 세금을 매기고 그대로 납부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세무사가 존재한다. 개인과 법인이 내야 할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문지식을 빌려준다. 


바로 여기에서 여러해 전 탈세라며 한창 시끄러웠던 강호동의 과다계상에 의한 과소납부라는 이슈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개인이나 법인이 자발적으로 신고하지만 항상 정직하게 사실대로 신고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일정한 샘플을 지정해서 국세청이 따로 신고내역을 정밀하게 추적해서 조사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세무사가 판단한 감세 및 면세 내역에 대해 세무당국이 인정하지 않으면 세무당국의 의견에 따라 추가적인 세금이 발생하게 되는데, 바로 이를 기준으로 원래 내야 할 세금보다 비용을 초과계상해서 더 적게 냈다는 것이 과다계상에 의한 과소납부의 진실인 것이다. 한 마디로 불법은 아닌데 잘못된 해석으로 잘못된 내용을 신고했다. 당국이 바로잡았으니 그에 따라 세금을 더 내면 된다.


선관위의 선거비보전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세금으로 선거비용을 보전해주는 것이니 그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입장에서야 어떻게든 당선부터 되고 봐야 하니 아무래도 더 좋고 더 비싼 더 선거에 도움이 되는 수단들을 사용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런 것들까지 일일이 세금으로 보전해주다가는 낭비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기준을 정한다. 여기까지는 선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비용이고, 여기서부터는 후보자 개인의 욕심이다. 여기까지는 정당한 선거비용으로서 인정할 수 있지만 여기서부터는 오로지 개인의 책임이다. 물론 정당이나 후보자 개인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더 보전받아야 할 테니 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도록 자료를 제출한다. 그리고 각 정당과 개인들이 신고한 내용 가운데 선관위는 엄격하게 심사해서 인정할 수 있는 것들만을 추려서 그에 대해서만 선거비용을 보전하게 된다. 나머지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번 국민의당과 지지자들이 리베이트에 대한 물타기로 관행을 주장하며 내세우는 선관위의 선거공보물 비용 보전거부 및 선거비용 부풀리기의 진실인 것이다. 선관위 자신도 단지 비용을 부풀렸다 말하고 있지 그것이 불법이라 말하고 있지는 않았다. 단지 절차의 문제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정당들은 최대한 비용을 보전받기 위해 가능한 모든 비용을 신고하고, 선관위는 그 가운데 인정할 수 있는 것들만을 추려서 나머지는 보전을 거부한다. 그런데도 그 부풀리기가 다른 정당에비해 너무 컸고, 그 가운데는 심지어 불법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선관위가 보전거부로 끝내지 않고 자체조사를 거쳐 검찰에 고발하게 된 경위였다. 관행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다.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부분도 아니다. 국민의당만 관행을 주장한다.


하기는 벌써 디자인협회마저 나서서 국민의당의 관행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었다. 최소한 디자인업계에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관행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문제는 그같은 관행이 없다는 사실을 그래도 업계에 한 발 걸치고 있었을 김수민 의원이 몰랐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김수민 개인의 일탈만은 아닐 것이라 개인적으로 추측하게 되는 이유다. 관행은 익숙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것이다. 업계의 관행이 아닌 다른 관행이다. 그리고 업계의 관행이 아닌 다른 관행이라면 그같은 관행에 익숙한 누군가가 뒤에 있을 수밖에 없다.


납세는 국민의 의무지만 절세는 국민의 권리이기도 하다. 법이 세금을 감면하거나 면제하도록 정의해 놓았다면 그것을 찾아서 스스로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법을 지켜야 할 국민의 의무일 수 있는 것이다. 정직하게 자신이 쓴 비용을 신고해야 하지만 그 정직 안에는 법이 정한 자신의 권리 또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오해하기 쉽다. 정직이 정당, 혹은 개인의 의견과 정부기구와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무튼 재미있다. 속속들이 까발려지고 있다. 안철수는 어느새 한참 뒤로 물러나 있다. 책임이 없거나, 아니면 권한이 없거나. 남의 일처럼 한 발 물러서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정면으로 국민의당을 겨냥하며 안철수의 지도력을 시험받는다. 안철수의 통제를 벗어나 있다. 비리들이 저질러진 과정도, 그것이 밝혀지고 이슈가 되고 수습되는 과정 역시. 남의 일일 때 모든 것은 헤프닝이 된다. 웃을 수 없는 것은 그래도 공당인 때문이다.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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