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지금도 일정기간 이상 비정규직으로 고용해서 사용하고 있다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되어 있을 것이다. 어차피 기업에서 시험을 치르고 면접을 보는 이유도 해당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을 찾기 위해서다. 아직 일을 시켜보지 못했기에 경력직이 아니라면 이전의 다른 경력들을 통해서 그 가능성을 살피고 가작 적합한 인력을 뽑아야만 한다. 그런데 이미 현장에서 실무를 통해 검증된 인력이 있다면?


현장에서 실무를 통한 경험 역시 채용을 위한 평가기준의 하나로 인정하려는 것이다. 굳이 학벌이나 시험성적만이 아닌 최초 채용기준은 조금 낮더라도 실제 업무를 통해 실력과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업무에 적합하다 여겨 정규직으로 채용해도 좋다.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바로 그 시험이 문제인 것이다. 아무리 실무를 통해 경험을 쌓았어도 시험을 통해 검증하지 않았다면 자격이 없다.


현정부가 여러 시험들을 순차적으로 폐지하려는 이유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면 자격이 없다. 자신들과 같은 시험을 치르고 통과하지 않았다면 자격이 없다. 그러므로 비정규직에 대한 여러 차별들은 정당하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같은 노동자로 인정하려 하지 않고 그들에 대한 어떤 처우개선이나 심지어 정규직전환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시험을 치르고 정당한 과정을 거쳐서 이 자리까지 왔다. 너희들은 무엇인가. 그러니까 그 시험 자체를 폐지한다.


일을 시켜서 잘하는 것 같으면 굳이 학력같은 것 볼 필요없이 데려다 쓰면 되는 것이다. 정규직이라고 모두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에 종사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많은 경우 오랜 숙련기간이 필요한 업무에 대해서조차 비정규직을 채용해서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무를 통해서 그 능력을 확인했다. 무리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다른 자격이 필요한 것인가.


시험이라고 하는 가상이 아닌 실제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학능력시험을 잘봤다고 대학에서도 여전히 공부를 잘할 것이라 여기는 것도 환상이다. 대학성적도 좋고 스펙도 화려한데 정작 일을 시켜보네 전혀 깜깜이더라는 경우도 현실에서는 얼마든지 많다. 경험이다. 실전이다. 현실에서 실제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몸으로 겪어서 확인해야만 한다. 참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다. 나는 시험을 치렀다. 본전생각이 제일 지독하다.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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