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일반 대중에게 국가적, 혹은 국제적인 이슈에 대해 올바로 판단하고 결정할 능력이 갖춰져 있는가.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사실을 판단하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가운데 다수는 대학도 나오지 못하고, 다수는 지적으로 충분히 남들보다 뛰어나다 말하기 어렵다. 그런 다수의 대중에게 판단을 맡겨 선거, 혹은 투표의 결과에 따라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과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가. 그것은 옳은가.


하지만 한 편으로 고도로 훈련받은 선택된 소수의 엘리트라 해서 항상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인가. 최소한 선거를 통해 국민들에 의해 선출되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대학도 나오고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경력을 쌓은 그 사회의 엘리트들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항상 바른 판단과 결정만을 내리는가. 당장 영국에서 브렉시트 여론을 주도한 이들 역시 영국사회의 주류들이었을 것이다.


군왕은 무치다. 그것은 전적으로 군왕에 속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말아먹어도 자기 나라를 말아먹는 것이다. 나라 재정을 축내고 백성들이 신음해도 자기 재정 자기 백성이니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잘한 것도 못한 것도 모두 국왕에게 속한 군왕 자신의 권리이며 책임이고 의무다. 못하면 군왕을 바꾸면 된다. 바꾸지 않는다면 여전히 군왕이기에 그가 하는 모든 행위는 옳다.


민주주의다. 국민이 주권자다. 항상 잘할 수는 없다. 항살 옳을 수도 없다. 때로 잘못하기도 한다. 때로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모두 전적으로 주권자로서 국민에게 주어진 권리이며 책임이고 의무다. 옳아서가 아니라. 항상 바른 결정을 내려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국민이 가지는 권리인 것이다. 틀릴 수도 있고, 잘못될 수도 있고, 오해하고 실수할 수도 있다.


브렉시트가 과연 옳았는가. 그건 나중에 가서 결과가 드러나면 판단할 문제다. 중요한 것은 이성이든 감정이든 무엇에 의해서든 영국인들 스스로가 EU에 남아있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과반수의 영국인들이 EU를 거부했으므로 영국 역시 EU를 탈퇴한다. 옳고 그름 이전의 당위의 문제다. 국민이 그리 선택했다. 그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거기에 이것저것 양념을 섞고 장식을 얹어 이익을 추구하려는 몇몇 인간들이 문제일 뿐.


왕이 잘해서 왕이 아니다. 왕이 훌륭해서 왕인 것도 아니다. 그렇게 왕을 고르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실력으로 왕위를 쟁취했다고 왕으로서 항상 훌륭한 것도 아니다. 찬탈자가 과연 이전의 무능한 군주보다 더 훌륭했는가.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명군들에게도 하나나 둘 쯤 아쉬운 점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왕이다. 왜? 왕이니까. 국민은 주권자다. 국민의 뜻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한다. 국민이 주권자니까.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굳이 왜 그런 판단을 했어야 했는가 물을 수는 있다. 그같은 판단이 과연 적절하고 옳은 것이었는가 토론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같은 판단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다수의 결정에 의한 결론을 무시해서도 안된다. 하물며 국민이 가진 주권을 비웃고 의심한다. 옛날같으면 반역이다. 묻고 또 묻는다. 듣고 또 듣는다. 가장 기본인데 가장 어렵다. 여러 과정 가운데 하나다. 먼 시간 가운데 찰라다. 국민은 그래서 항상 옳다. 민주주의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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