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노무현 때는 대통령의 측근을 타겟으로 삼아 교묘하게 잘 빠져나갔었다. 권력의 핵심까지도 단호하고 엄격하게 수사해서 처벌하는 정의로운 검사라는 이미지까지 얻었다. 당시 달라진 검찰의 모습에 환호하고 열광하며 지지를 보냈던 국민들을 기억한다. 그런 국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검찰을 개혁하려는 노무현 정부의 의도를 절묘하게 역공까지 하며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변창훈 하나 죽었다고 아예 다수 검사들이 들고 일어나서 야당과 언론과 손잡고 심지어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하극상을 벌이는 중이다. 정부의 적폐청산으로 인해 무고한 검사가 희생되고 말았다. 망신주기식 강압수사가 아까운 목숨을 스스로 끊게 만들고야 말았다. 이같은 억울한 죽음을 불러온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나아가 적폐청산을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를 응징하고 단죄해야만 한다. 더불어 청와대 비서관 전병헌과 행정관 탁현민을 타겟으로 언론플레이를 시작한 것이었다. 봐라, 현정부도 그렇게 깨끗하지만은 않지 않은가. 그런데도 감히 적폐청산을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검사들이 전혀 오판하고 있는 것은 지금 문재인 정부가 추진중인 적폐청산이란 노무현 정부 당시의 막연하기만 했던 검찰개혁과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그것도 다수의 국민이 들고일어나 국회를 압박한 결과 그리된 것이었다. 거의 80%에 이르는 국민들이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동의했고, 심지어 백 만이 넘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그 의지를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기까지 했었다. 이게 나라냐 싶을 정도로 참담한 상황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지금의 대통령에게 표를 주어 당선시켰던 것이었다. 그때부터 현대통령이 첫째 공약으로 앞세웠던 것이 바로 적폐청산이었다. 당장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 온 국정의 난맥과 폐단을, 특히 불법과 범죄를 엄정히 수사해서 처벌하고 장차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 검찰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조차 과거 정부에서 저질러진 수많은 비리와 범죄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실을 다수 국민들이 이미 알고 있다.


전병헌이 죄가 있다면 처벌하면 된다. 탁현민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물으면 된다. 그와 함께 드러난 범죄들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법에 따라 처벌해야만 한다. 검찰도 죄가 있다면 처벌받아야 한다. 하나의 목숨이 사라진다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과거 저질러진 수많은 잘못들을 이대로 모른 척 대충 덮고 넘어가서는 안된다. 그러라고 문재인에게 표를 주었던 것이고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70%를 넘나드는 국민이 현정부의 적폐청산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검찰들 자신이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적폐청산일라는 거대한 시대의 과제 앞에서 한 사람의 죽음 정도는 사소한 것이다. 대통령 측근 몇몇의 잘못 정도는 무시해도 좋은 것이다. 오히려 검사 하나의 죽음을 빌미로 적폐청산 자체를 거부하고 저항하는 검찰의 모습에서 검찰 또한 청산되어야 할 적폐의 일부임을 확인하게 된다. 자기도 변창훈 검사와 같은 처지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법과 정의를 지켜야 할 검사들이 자기 입으로 떠들어대는 소리다. 증거를 조작해서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는데 앞장섰던 인물에게 검찰이라는 조직의 대표성을 부여한다. 과연 이번에도 국민들은 그런 검사들의 의도에 넘어가 줄 것인가?


별로 안타까운 죽음도 아니었지만 그것을 빌미로 적폐청산 자체에 대해 강한 적의를 드러내는 유가족과 검찰의 모습에, 그리고 그에 보조를 맞추며 적폐청산을 저지하고자 나서는 야당과 언론들을 보면서 알량하게나마 가졌던 연민과 동정심을 모두 지우고 만다. 전에도 쓴 것처럼 변창훈 검사가 혼자서 잘먹고 잘살자고 그런 범죄들을 저질렀던 것은 아니었을 게다. 그렇게 얻은 지위와 권력과 돈이 누구에게 흘러갔을까? 그런 구조들을 본다. 변창훈이 아니었어도 다른 검사가 변창훈과 같은 길을 걸었을 것이다. 검찰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구제불능으로 타락해 있는가. 검사를 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검사인 피의자의 모든 잘못은 지워지고 만다. 저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과거의 모든 잘못을 덮고 묻고 잊고 지나가는 것이다. 무엇때문일까?


그다지 효과는 없을 것이다. 언론도 야당도 열심히 떠들어대고, 검사들도 자신들의 바닥을 드러내가며 여론몰이를 하려 애쓰고 있지만 그 효과는 그리 신통치 않다. 말한 그대로다. 대상이 명확하다. 사실관계가 명확하다. 그러므로 드러난 잘못들을 수사하고 단죄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범죄들에 검사 스스로가 동일시하며 집단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청산되어야 할 적폐가 여기 하나 더 있다. 특권이 나름 수재들도 바보로 만들고 만다.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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