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페미니스트와 노조를 싸잡아 비판하는 글을 쓰려다 여러 사정으로 미루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써볼까 끄적이고 있는데 문득 인터넷에 재미있는 글들이 보인다.


"차라리 이명박근혜가 나았다."

"차라리 최순실이 더 잘했다."

"그러니 페미니즘에 반대하기 위해 자유한국당을 지지하겠다."


어째서 반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인간들이 보편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물론 과격한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워마드나 메갈 등 역시 대중적으로 보편적 지지를 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연하다. 사회 일반의 보편적 가치와 동떨어진 주장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 단지 여성주의에 우호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헌정질서를 훼손한 이명박근혜와 최순실이 더 나았다 주장할 수 있는 것일까. 온갖 부정과 비리와 불법들을 저지른 그들이 더 나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색깔론의 부활일까. 사람을 쳐죽이든 어쨌든 반공만 하면 된다. 뇌물을 받고 무고한 사람을 고문해 죽이고 재산마저 빼앗아도 반공만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법부와 입법부, 심지어 언론마저 사유화하고, 기업을 개인금고처럼 여기며 불법으로 돈을 받아 챙긴 무리들이라도 페미니즘만 반대한다면 지지해 주겠다. 아마 그들이 생각하는 미래란 언론을 통폐합하고, 야당을 모두 해산한 다음, 모든 개인과 집단을 감시하고 검열하는 세상이 돌아오더라도 페미니스트만 때려잡을 수 있으면 오히려 환호하는 그런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쩌나? 그런 시절은 이미 수 십 년 전 지나온 뒤인데.


같이 토론하고 싶은 생각도 설득하고 싶은 생각도 완전히 사라졌다. 저것들은 악이다. 지난 정부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가 뻔히 알면서도 단지 페미니즘이 싫다는 이유로 그마저도 옳다. 그마저도 잘했다. 그래서 지지한다. 차라리 다른 이유로 지지한다면 상관치 않겠다. 설사 지지하더라도 저런 이유만 대지 않았다면 그런 것도 민주주의일 테니까. 그런데 이명박근혜와 최순실마저 옹호한다?


그래서 욕먹는 것이다. 그래서 비웃음이나 사는 것이다. 그래서 워마드나 메갈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실에서는 여성주의가 더 큰 지지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간들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저리 막나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명박근혜의 반헌법적인 행위들마저 오히려 잘했다 주장하며 반성하는 최소한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래도 지지해주는 저런 인간들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저런 것들이 그래도 남자라는 것이 더 짜증나는 이유일 것이다. 하긴 여전히 자유한국당을 지지하고 이명박근혜를 지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이유가 필요했을 테니까. 반페미니즘은 그나마 자기들이 내세울 수 있는 이유였는지 모른다. 그래도 너무 치졸하다. 과연 상식이 있는 인간들인가.


새삼 남성주의자들에 대한 혐오감만 더하면서. 남성주의가 여성주의와 대등해질 날은 아직 한참 먼 모양이다. 그만큼 아직까지는 여성주의가 이 사회에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한심하다. 역겨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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