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나 말했지만 인간의 지능은 관계를 통해 성장한다. 복잡한 주위와의 인간관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며 응용하는 과정에서 지능은 발달하게 된다. 주위와의 관계를 완전히 차단한 채 지식만 집어넣는다고 머리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는 건 많은데 세상살이는 젬병인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물며 공부마저 게을리했으면 말할 것도 없다. 아는 것도 하나 없이 사람관계마저 서툴다. 그런데 권력까지 가지게 되었다. 어떻게 될까?


차라리 진짜 공주였다면 지금보다는 나았을지 모르겠다. 아예 박정희의 정통후계자로서 장차 국정을 이끌어날 것을 전제로 여러서부터 철저히 교육받고 훈련받았다면. 그래서 일찌감치 박정희를 대신해서 국정을 이끄는 위치에 있었다면. 언제 누가 자기의 자리를 노릴 지 모른다. 자기에게 아첨하는 주위인물 가운데 누가 거짓말로 자기를 속이는지 모른다. 항상 의심하고 감시하며 적절히 당근과 채찍을 쓸 줄 알아야 한다. 남들보다 더 인간에 대해 - 특히 인간의 욕망과 감정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아무것도 없이 그냥 권력 앞에 내던질 경우 잘해야 가정제, 최악이 천계제다. 


아버지가 그렇게 죽고 한참을 은둔해 살았었다. 최소한의 사람들만을 주위에 둔 채 그야말로 떠받들려지며 살았었다. 어쩌면 박근혜에게 인간이란 자신의 협소한 경험이라는 동굴에 비친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지 모르겠다. 거짓말을 해도 최소한 사람들이 속을만한 거짓말을 해야 한다. 해명을 해도 그래도 사람들이 들어줄만하게 해명을 해야 한다. 그냥 자기가 말하면 믿어주겠거니. 자기가 진실이라면 진실이라 여겨주겠거니. 어려서 대등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살아온 결과가 이렇게 드러난다. 아이들 천재 만들려 욕심부리는 부모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어려서 제대로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배우지 못하면 박근혜처럼 된다. 하긴 실제 현실에서 뻔히 들통날 거짓말을 일삼으며 그것을 가리려 폭력을 일상으로 휘두르는 놈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돈과 권력, 폭력이 없으면 단하루도 살지 못할 괴물들이 이 사회에는 너무 많다.


저런 인간을 대통령이라고 뽑아준 국민이 문제인 것이다. 이미 여러차례 방송들을 통해 저같은 인간적인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지난 대선, 아니 그 한참 전부터 내가 박근혜를 평가한 말들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 몇 번이나라는 말은 지난 10년 넘는 세월 동안 박근혜에 대해 말하면서 반복한 어휘들을 일컫는 것이다. 관계가 협소하여 인간에 대한 이해가 빈곤하고 유치하다. 그런 인간이 권력까지 잡았다. 권력을 잡고는 딱 자기 입맛에 맞는 딸랑이들로만 주위를 채워넣고 있었다. 이건 답이 없는 것이다.


그런 걸 사람들이 믿어줄 것이라 여기고 해명이라 하는 것인지. 거짓말로 좀 속아주는 척이라도 하게 성의있게 하던지. 그러나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른다. 지금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고 그래서 국민들이 자신을 어떻게 여기는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현실인식이 결여되어 있다. 그녀는 지금 불의한 음모에 희생된 가련한 탑속의 공주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있다. 바로 이 나라의 대통령 되시는 분이다. 국민이 선출하여 청와대로 보낸 바로 그 분이다. 감탄스럽게도.


혼자만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주위에서 아무리 조언해도 들어먹을 리 없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절대왕정시대라면 자기가 틀렸다는 놈들은 모두 잡아다 죽여버리면 되겠건만. 아버지 때처럼 자기 틀렸다는 놈들 잡아다 매달고 고문하면 얼마나 시원할까. 여전히 자신은 옳고 자신은 잘못하지 않았다. 세상이 잘못이고 주위가 잘못이다. 옥좌에 앉아 보이지도 않는 신하들을 꾸짖으며 벌벌 떤다. 사극을 보는 듯하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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