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반 국민의 입장이면 편하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떠들고 싶은 대로 아무렇게나 떠들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정은 개새끼! 트럼프 미친 놈! 아베 똥덩어리! 또 누가 있지? 아무튼 아무나 가져다 아무렇게 떠들어도 나같은 무명의 블로그가 무어라 말하든 신경쓰는 사람조차 거의 없다. 그런데 만일 대통령이거나 혹은 국회의장이거나 나라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책임있는 사람의 말과 행동은 한없이 무거워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지간해서 국가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사과도 아주 애매하게 한다.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정작 표현에 있어서는 자신이 대표하는 다수 구성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어느 누구의 입장과도 배치되지 않도록.


일개 당원이라면야 현직 도지사든 어쨌든 마음에 안드는 정치인 하나 욕하고 씹는 게 그리 대수로운 것이 아니다. 정치인 개인이라면 또 다른 정치인 개인에 대한 판단이나 감정을 조금 더 쉽게 드러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 개인에게도 당에서의 위치나 속한 집단 사이의 역학관계가 있는데 아무 고려 없이 그냥 내뱉는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이다. 하물며 당대표다. 원내대표의 표현 또한 매우 절제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현직 도지사를 징계하는 것이다. 더구나 장차 남북경협이 본격화될 경우 가장 중요한 지역인 경기도의 도지사다. 그런데 그런 경기도의 도지사를 제명하거나 혹은 도지사 자리를 잃게 되어 재선거를 치를 경우 경기도와의 전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인가. 그것을 알기에 이재명도 문준용을 들먹이며 청와대와 여당을 압박한 것이었다. 언제든지 자기는 정부와 여당을 등지고 적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남북경협을 주도하지는 못해도 추진중인 경협에 어깃장을 놓는 것은 경기도지사로서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재명 그릇이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그래서 고민이 깊은 것이다. 마음대로 징계하고 제명하기에는 이미 이재명은 너무 큰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재명만한 인물을 개인의 문제로 제명한다는 자체가 당에 너무나 큰 부담이 되어 버렸다. 이재명에게 쏟아지는 도덕적인 비난이 당의 책임으로까지 번지고 있는데 자칫 그를 피하고자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전해철같은 듣보잡을 경쟁자로 내보낸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어디서 뭐하던 인간인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미디어를 통해 전국구로 성장한 이재명과 정면으로 붙여 놓았으니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추미애 전대표에게 뭐라 해서는 안되는 것이 이재명은 경선을 통해 당당히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된 인물이라는 것이다. 당원과 지지자와 국민에 의해 민주당 후보로 적합하다 판단이 내려졌다. 다시 말하면 전해철은 이재명의 경쟁자로 어림도 없었다. 나야 전해철에 표를 주었지만 어차피 안 될 것을 알면서 투표한 것이었다. 친문이 내세울 후보가 전해철 정도 밖에 없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고는 이재명을 후보로 내놓았다고 당만 욕하는 건 무슨 꼬라지인가.


경선을 통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가 합법적으로 당선되었는데 그것을 당이 임의로 징계하는 것이 가능한가. 아직 법적인 판단이 나온 것도 아닌데 일부 지지자들의 집요한 추적에 의해 궁지에 몰린 현직도지사를 바로 징계부터 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그럴 경우 그 후폭풍은 어떠할까. 아마 김어준마저 지금 상황에 대해 신중한 것은 관련한 내밀한 사정들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는다면서도 민주당 소속 정치인 모두 표현만큼은 자제하는 중이다. 그만큼 말 한 마디가 가져올 후폭풍이 작지 않다는 뜻이다.


아무튼 성급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냥 아무렇게나 떠들어도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는 나와는 사정과 처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다. 더욱 지금 경기도지사란 민주당과 청와대에 중요한 자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대로 놓아버려도 되는 것일까.


그냥 외친다. 이재명 개새끼. 아, 개에 미안. 최소한 나는 신중론을 버렸다. 저건 개에게 미안한 새끼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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