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좋다. 원래 기존의 정당과 이념이나 정책이 맞지 않으면 얼마든지 탈당도 할 수 있다. 새로 정당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서로 경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나뉘어 경쟁하다가 다시 하나로 합치려 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경쟁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크고작은 피해를 주게 되었다. 정당은 괜찮을지 모른다. 정치인들도 상관없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당원들까지 아무일없이 그런 것들을 납득할 수 있을까?


지난 총선에서도 국민의당 소속 정치인들은 어떻게든 민주당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민주당과 소속정치인들에 대한 지지를 어떻게든 떨어뜨리려 저열한 음해와 비난까지 서슴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실제 충분히 당선가능한 후보였음에도 국민의당의 발목잡기로 아깝게 낙선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낙선한 정치인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의 당선을 위해 표를 주고, 그들을 지지하여 선거운동에도 동참했던 당원과 지지자들은 어찌할 것인가. 민주당이 약해진다는 것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바라는 정치가 이루어질 역량과 가능성 역시 줄어든다는 뜻이다.


원래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국민의당으로 넘어가면서 조직까지 함께 가지고 가는 바람에 처음부터 맨땅에서 헤딩해가며 새롭게 조직을 만들어야 했던 이들도 있었다. 더 나은 조건을 찾아 국민의당으로 가서 총선에 이어 지난 대선까지 민주당의 승리를 방해하던 그들에 비해 남았던 이들은 더 어려운 여건에서도 당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당을 뛰쳐나가 당에 피해를 끼쳤던 탈당파와 여전히 당에 남아서 당을 위해 헌신한 이들 가운데 누구를 더 우선해야 하겠는가. 만에 하나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하게 된다면 그들 남았던 이들은 다시 국민의당으로 넘어갔던 이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해야만 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합당인 것일까?


당원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 가운데서도 당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과 헌신을 아끼지 않았던 이들에게 더 많은 배려와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정략에 의해 합당이 결정되고 그래서 당을 배신하고 뛰쳐나갔던 이들이 돌아와서 다시 원래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앞으로 누가 있어 당을 위해 끝가지 남아 최선을 다하겠는가. 자기들은 공천도 당선도 보장된 위치에 있으니 그런 사람들의 입장까지 헤아릴 필요는 없는지 모른다. 같은 배지를 단 국회의원들이 중요하지 원내에도 들어오지 못한 떨거지들은 그냥 자기들 하는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


민주당 합당파들에 대해 당원과 지지자들의 비난이 폭주하는 것은 바로 그래서다. 2015년 겨울 그들이 어떤 식으로 당을 흔들고 뛰쳐나갔는지 모두가 보았었다. 당을 뛰쳐나가서 자신들이 몸담았던 정당에 대해 무어라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고 있었는가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당에 남아서 최선을 다한 이들도 함껴 눈여겨 봐 왔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의석 몇 개 더 얻겠다고 그런 당원과 지지자의 마음을 한 쪽 구석에 쓰레기처럼 밀어놓으려 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통합이고 합당이라는 것일까? 아직도 자기들끼리의 정치공학을 정치라 여기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1945년 해방이 되고 상해임시정부의 요인들이 개인의 자격으로 힘들게 돌아와야 했을 때 조선총독부에 빌붙어 영화를 누리던 친일파들은 다시 미군정 아래에서 요직을 맡아 여전한 권세를 누리고 있었다.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하던 사람들은 빨갱이가 되고 민족을 팔아먹고 영화를 누리던 이들은 애국지사가 되었다. 당을 배신하면 공신이 되고, 당에 충성하면 쓰레기가 된다. 설마 그것이 민주당의 정의라는 것인가.


아직 멀었다. 국민의당이 그저 민주당내 호남파들만 뛰쳐나가 만든 정당이 아니라는 것이다. 호남파들 뿐만 아니라 민평련 역시 비문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뛰쳐나가 행동을 같이 하고 있었다. 안철수가 비난한 운동권은 핵심 중의 핵심이었던 민평련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원래의 동지들이 둘로 나뉘었으니 서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욕심에 눈이 멀었다. 차라리 잔류한 호남파들은 국민의당 호남파가 원수로 여겨질 수 있다. 하여튼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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