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에는 이미 고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평균임금 이하를 받는 저소득 노동자들의 소득을 올려 전체평균을 끌어올리려는 것이지 이미 높은 임금을 받는 고소득 노동자들의 소득까지 함께 늘려주려는 것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 수입을 늘려줘 봐야 소비증가의 효과는 미미하다는 주장은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평균임금을 올리겠다고 경제에 너무 큰 부담을 지워서는 안된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바일 것이다.


반면 민주노총이 바라는 것은 하나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김에 이미 높은 수준에 이른 자신들의 임금수준 역시 비례해서 올려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 서로 다른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과 관련한 논란이었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자신들이 그동안 받던 많은 수당들이 기본급에 포함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산입범위란 자체가 거의 의미없다. 그런 식으로라도 기업의 임금부담을 줄이면서 최저임금의 수준을 올리겠다. 이미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민주노총이 바라는 바가 절대 아니다. 이대로는 안된다.


지금 정부와 여당, 그리고 민주노총이 힘겨루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하나다.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함께 자신들의 최고임금까지 올려줄 것인가. 최저임금을 올리는 대신 최고임금을 억제해서 전체적인 경제의 부담을 줄일 것인가. 그동안 노조에 유화적이던 정부와 여당이 전에 없이 민주노총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는 이유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어휘마저 사용하고 있었다. 민주노총 또한 이 사회의 또 하나 주류다. 노동자 가운데서는 확실히 주류일 것이다. 그렇다면 주류로서 가져야 할 책임이란 무엇인가.


소득주도성장이란 비단 노동자의 최저임금만 올리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회전반의 임금구조를 개혁하는 것일 터다. 최저임금과 최고임금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크다. 이것은 기업에게도 사회적으로도 큰 부담이 되고, 결국 노동자가 어떤 이유로든 일자리를 잃고 새로 일자리를 찾으려 할 때 어려워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차라리 나이든 숙련노동자를 더 높은 임금을 주고 쓰느니 젊은 신입을 데려다 싸게 가르쳐서 쓰겠다. 그러니까 다른 나라에서는 정리해고 한 번 한다고 이렇게까지 목숨까지 내걸고 저항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노동자 입장에서야 자기 임금이 오르기를 바라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이다. 기왕에 최저임금이 오르니 자신의 최고임금도 오르기를 바란다. 하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주체로서 마냥 자기에게 좋은 정책만 펴기란 불가능하다. 그래도 일개 단위기업 노조도 아닌 노동자를 대표한다는 노총이 아니던가. 정부와 여당이 바라는 것이다. 정의당이 간과하는 것이다. 애써 눈감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최고임금제는 이미 정의당 전대표인 심상정 의원이 공개적으로 제안한 바 있었다.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별로 민주노총을 신뢰하지는 않는다. 같은 노동자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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