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무지다. 다음은 편협함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럼에도 압도적으로 많은 피해자들이 2차피해를 우려해서 신고조차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예 무시한다. 정작 신고를 하고서도 그 과정에서 맞주하게 된 2차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오히려 도망쳐 숨는 피해자의 수도 적지 않다. 물론 재판까지 한다 해도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나오기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상관없다. 자기는 여자가 아니니까.


오히려 다수 남성들이 성범죄를 오로지 여성의 문제로만 단정짓는다. 그러므로 성범죄에 대한 폭로와 단죄는 여성의 문제다. 오히려 남성에게 불리한 남성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이 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성범죄로 인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가를 이해하기보다 그것으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불편한가를 먼저 따지려 한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성범죄 피해자의 2차피해에 대한 호소에 대한 다수 남성들의 냉소다. 피해자가 상관없는 악의적인 헛소문과 그것을 유포하는 행위로 인해 고통받고 있음을 호소해도 오히려 그 문제를 지적하는 자체를 비웃는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긴 그래서 인터넷이다. 세상이 너무 거대해지고 복잡해진 탓이다. 더구나 인터넷이란 대상을 고를 수 있다. 한정된 커뮤니티 안에서 제한된 사람들과만 소통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로 비슷한 부류들끼리 모인다. 내가 그래서 노빠를 싫어하고 지금은 문빠를 싫어한다. 김어준 자신보다는 그가 던진 몇 마디를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소비하려 드는 맹목성을 혐오한다. 세상은 당신들이 보고 듣는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안희정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또 한 사람의 피해자는 여성단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2차피해를 우려해 아예 나서기를 포기했다고 한다. 물론 다수 남성들은 주장할 것이다. 진쩌 성폭행을 당했다면 나서야 한다. 이름과 얼굴을 밝히고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무차별적인 유언비어 살포나 모욕적인 댓글테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투다. 모르겠다. 그 가운데 얼마나 거기에 가담하고 있는가는.


어째서 그때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는가. 주위에 알려 도움을 청하지 않았는가. 당시 침묵했으니 당신은 동의한 것이다. 그런 논리로 그동안 수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큰 고통을 겪어야 했었다. 공범들이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아무 문제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너희들만 조용히 한다면. 처음부터 미투에 대해 그들은 적대적이었었다.


2008년의 광우병시위를 떠올린다. 2016년의 촛불시위에 대한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의 우려를 떠올리게 된다. 하긴 참여정부 당시에도 시민들이 거리에 나오기라도 하면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불법이네 폭력이네 낙인을 찍어 아예 논의조차 못하게 했던 전력이 있었다.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인한 피해가 아주 없을 수 없음에도 어째서 사람들은 그같은 행위들을 긍정하고 심지어 권장까지 하는가.


처음부터 그들에게 여성들이 당하는 성범죄란 없는 일이었고 있어서 안되는 일이었다. 성범죄보다는 성범죄 무고가 더 많았다. 성범죄 신고는 대부분 무고였다. 피해자들은 거의가 꽃뱀이었다. 그나마 재판을 통해 사실이 확정되고 나면 그때야 가해자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다. 그 과정에서, 혹은 그 배후에 어떤 현실들이 있는가 전혀 알지 못한다. 알려고도 않는다. 그냥 저들이 하는 행위가 나를 불편케 한다. 단 하나 그들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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