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느낀 사람도 있겠지만 정작 미투가 시작되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에 대해 내가 직접적으로 비판을 가한 경우란 그나마 유력대선후보였던 안희정 전충남지사 한 사람 뿐이었을 것이다. 분명 피해자들을 동정하고 그들의 편에서 생각하고 말하려 애쓰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들만의 말을 믿고 특정인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바로 이것이 미투에 있어 피해자를 중심으로 이해하는 방법인 것이다.


분명 피해자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피해사실을 털어놓으려는 사람이 있다. 그것을 막아서는 안된다. 사실이든 아니든 억울한 일이 있다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당장 보는 앞에서 당신을 믿지 않는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앞에서는 위로하더라도 보다 냉정하게 뒤에서는 사실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사실로 판단되면 그때 비판을 해도 늦지 않다. 피해자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그동안 속에 감춰 왔던 이야기들을 속시원히 털어놓는 것이고,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긍정하며 편들어주는 것이다. 단지 그 편들어주는 것에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해자를 비난하는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내가 비판하게 되는 것도 가해자가 아닌 단지 아직 사실관계도 명확하지 않은데 피해자부터 의심하고 흠잡으려 하는 어떤 이들로 특정되어 있는 것이다. 아직 누가 잘했고 잘못했는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일단 먼저 피해를 입었고 상처를 입었을 것 같은 사람의 편에서 그를 위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그를 부축하고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외롭지 않게 힘들지 않게 편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그마저도 못하겠으면 사실관계가 명확해질 때까지 침묵으로 지켜본다. 그래서 정봉주도 민병두도 아직은 지켜보는 중이다. 안희정 역시 단순한 불륜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는 중이다. 다만 그것을 기정사실로 만들어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들에게 혹시 모를 2차피해가 가해자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해야 한다.


원래 인정이란 그런 것이다. 거지가 구걸을 하는데 아무리 미덥지 않아도 굳이 앞에 놓인 깡통을 걷어찰 필요는 없는 것이다. 거리에서 돈을 구걸하는 장애인이 의심스럽다고 발로 걷어찼는데 진짜 장애인이면 그때는 어쩌려는가. 나도 사정이 어렵다고 적선을 거부하면 되는 것이다. 혹시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조금 더 지켜보고 확실해지면 적선을 하든 고발을 하든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대부분 대중들은 사실에 대해 판단할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 당사자들 사이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가 수사기관도 법원도 명확히 판단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일개 대중들이야. 그냥 위로하고, 그냥 보듬어주고, 그냥 편들어주며, 그러나 굳이 불필요한 비난과 공격은 자제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러고 있다. 그저 인터넷에서, 혹은 오프라인에서 괜한 자신감에 확실하지도 않은 가정을 사실로 단정짓고 확신에 찬 말들을 늘어놓은 일들에 유독 눈에 뜨이고 있을 뿐이다. 미투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그것을 말해준다. 다만 지지는 해도 그렇다고 성급하게 무책임하게 타인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바로 그것이 중용이다.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는 것. 가장 우선해야 할 중요한 일들을 판단하는 것. 너무 쉽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