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성폭력은 남성에 의해 여성에 대해서만 저질러지는 것이 아니다. 남성이 남성에게, 혹은 여성이 남성에게, 그리고 얼마전 이슈가 되었던 것처럼 여성이 여성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경우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해야만 하는 것일까.


여성주의자들이 실수하는 부분이다. 미투가 지속적으로 파급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오히려 남성의 동참을 이끌어내야 한다. 다수 남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여성의 문제다. 오로지 여성만 피해자고 남성은 가해자일 뿐이다. 남성이 문제다. 이성과 별개로 감정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 다수 남성들이 미투에 대해 단지 여성의 문제라 여기며 오히려 적대하는 경우마저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오히려 남성이 피해자인 사례를 발굴해야 한다. 남성이 같은 남성으로부터, 혹은 여성으로부터 위력이나 위계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사례를 찾아서 성범죄가 단순한 성욕의 문제가 아닌 권력관계의 문제임을 알려야 한다. 그러므로 성폭력이란 또한 인간사회가 가진 부조리의 한 부분이다. 우리 사회가 가진 부조리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물론 여성이니 여성의 편을 든다. 여성주의자들이니 여성들이 겪은 피해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여성주의자가 아닌 양성평등주의자라면 입장이 달라야 할 것이다. 성폭력이란 단지 남성의 성욕이 문제인가. 아니면 남성이 가진 사회적 기득권 - 즉 권력관계의 문제인가. 그렇다면 성폭력에 있어 오로지 여성만 피해자고 남성은 가해자일 뿐인가.


내가 페미니즘을 비판하고자 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프랑스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다수 귀족들이 당시 프랑스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반발하여 동참했기 때문이었다. 러시아 혁명 역시 프롤레타리아의 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득권을 포섭하는 것도 혁명을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역량 가운데 하나다.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자꾸만 미투와 관련해서 여성이라는 특정한 성을 앞세우려는 시도들이 보인다. 어째서 미투가 여성의 지위향상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일까? 아니면 다른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서일까? 그들이 미투를 보는 시각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답답해지는 것이다. 정작 미투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무엇일까? 미투가 성공하기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비슷한 무리들끼리 모이면 결국 서로의 얼굴이나 보고 말 뿐이다. 현실의 여성운동이 가지는 한계일지 모르겠다.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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