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레시안이라는 매체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 잠시 멋모르고 들락거리다가 이상한 기사들을 좀 많이 봤어서. 결정적으로 2008년 한윤형이 투표하지 말자고 선동하는 글을 대문에 올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상한 놈들인다 개념도 없다.


어쨌거나 특정 언론사에 대한 인상은 이쯤 하고, 어째서 지금 미투가 이렇게 과열되고 왜곡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가. 당장 정봉주 전의원 성추행의혹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언론 '프레시안'의 태도를 보면 그 이유를 아예 적나라하게 살펴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않는다.


이를테면 누군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했었다 고백한다면 그 자체로 사실일 수는 있어도 진실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언론의 역할이란 단지 있는 사실만을 보도하는데 있지 않다. 그 사실을 통해 진짜 대중이 알아야 할 진실을 찾아내고 밝히는 데에 있다. 그것을 취재라 부른다.


처음 폭로가 터져나온 시점에서 이미 취재는 시작되어야 한다. 폭로의 당사자를 찾아가 입장을 묻고, 당연히 그로부터 진실한 대답은 나오지 않을 테니 다른 관계자를 찾아 사실여부를 파악한다. 어차피 누가 폭로하고 누가 고백하고 누가 인터뷰한 정도야 아무데서라도 찾아읽을 수 있는 그냥 있는 사실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과연 그것이 사실인지, 진실인지, 다른 사정은 없는지 대중이 소비할만한 가치있는 뉴스로 가공해내는 것이 산업으로서 언론의 역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사실들이 있으니 얼마나 뉴스의 가치가 있을지 직접 뛰어서 확인해 본다.


물론 처음에는 피해자라 주장하는 당사자의 말에 더 관심이 간 것은 사실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후 정봉주 전의원이 입장을 밝히고 여러 근거들을 밝히는 과정에서 사정은 달라졌다. 무엇보다 정봉주 전의원이 사실관계를 따지려는데 그마저 폭력이라 했을 때는 과연 언론인가 의심부터 갔었다. 그래도 어찌되었든 미투의 취지대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인내를 가지고 지켜봤다. 이제는 프레시안의 차례다. 과연 피해자라 주장하는 그 사람의 주장을 제외하고 직접 발로 뛰어서 확보한 사실이나 근거가 확실히 있는 것인지.


뉴스룸의 보도를 보자. 배우 오달수와 관련해서 의혹이 불거졌을 때 반박을 할 때마다 새로운 인터뷰를 내보냄으로써 빠져나갈 여지를 지우고 있었다. 여전히 다수는 그마저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뉴스룸이 취재원을 확보하고 사실을 확인하려 노력했기에 어찌되었든 일정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정도 노력은 있어야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싸움에 끼어들 수 있는 것 아닐까.


특히 난립하는 인터넷 매체들이 문제다. 클릭수만 노리고 무책임한 보도를 쏟아낸다. 그런 언론들의 보도가 왜곡된 정보를 양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무책임한 폭로의 바다 속에 아무런 악의 없이 털어놓는 거짓된 고백들이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누가 문제인가? 대중에게 걸러지고 검증된 사실을, 진실을 보도할 책임이 있는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원인이 있는 것이다.


후속취재가 이루어지고 나서야 겨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자신의 판단을 가다듬을 기회로 삼게 된다. 그냥 폭로 그 자체로는 대부분 의미가 없다. 어차피 남의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 일이 앞으로도 얼마나 있을까. 언론이 문제다. 항상. 하필 프레시안.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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