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친구보다 더 가까이 두라. 권력자의 그릇은 자신을 적대하는 경쟁자들을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 것으로 간단히 계량된다. 역사상 위대한 군주들은 자신을 비판하거나 적대하는 상대마저도 끌어안고 자신을 경계하는 거울로 삼았었다. 저들의 존재가 있기에 자신은 항상 긴장하며 조심할 수밖에 없다. 항상 자신을 노리고 감시하는 존재들이 있기에 감히 함불로 나태와 오만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저들이야 말로 자신과 동등한 정치의 한 주체들이라는 것이다. 똑같이 유권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지지를 받으며 그 의지를 대신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치인의 뒤에는 그들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있다. 그 유권자들 또한 정치인으로써 자신이 섬기며 책임져야 하는 국민일 터였다. 단지 다른 주장 다른 요구가 복잡하고 거대한 만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가운데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단순히 국회의원의 신분이고 거대야당에 소속되어 있기에 예우하고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든 유권자들의 의지를 예우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자신을 반대하더라도 그들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마 존중받아야 할 정치의 주체며 주인들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기는 하지만 어쩌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그동안 자격도 안되는 대통령들 때문에 낯설게 느껴지는 것일 뿐 그렇게 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행동인 것이다. 아무리 모순되고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 할지라도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 또한 자신과 동등한 정치의 주체이며 민의의 대변자들이다. 그마저 용납하지 못할 정도라면 대통령같은 건 되지 말아야 한다. 정치같은 건 해서는 안된다. 이념이 다르고 가치가 다르고 정책이 달라도 그럼에도 같은 자리에서 대등하게 서로를 존중하며 논의할 수 있을 때 민주주의에서 정치는 이루어진다. 


나조차 그만큼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언제였을까? 도대체 언제쯤 이런 모습이 국회에서 보이고 있었을까? 다만 이번에도 일방이었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데 대통령만 야당 정치인들을 인정하고 있었다. 자신을 부정하는 야당정치인들을 존중하며 예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마저도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으로써 기꺼이 받아들이려 한다. 신기하다. 참 많이 돌아온 모양이다. 세상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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