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어느 유도만화에 나오는 대사일 것이다. 필살기란 상대가 알아도 막을 수 없어야 필살기다. 언제 어느때든 그것을 사용했을 때 반드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필살기인 것이다. 원래 야구에서도 최고의 투수들은 타자가 알아도 못치는 주무기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상대의 심리를 이용하고,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고, 그런데 상대가 그런 틈을 보이지 않으면 그때는 어찌할 것인가.


그래서 야구에서 최고의 투수가 되고 싶으면 한 가지만 잘하면 된다. 자기가 가장 자신하는 구질을 원하는 때 원하는 곳에 확실하게 꽂아넣을 수 있으면 된다. 더불어 타자 역시 자기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코스에 대해서는 언제 어느때든 어떤 구질의 공이 오더라도 확실하게 받아칠 수 있어야 한다. 전쟁에서도 가장 무서운 적이 확실한 전력의 우위를 앞세워 차근히 밀고 들어오는 적이다.


이미 자기가 전력에서 우세인데 굳이 잡다한 계략이나 저술같은 것에 의지할 필요가 없다. 천전히 전력을 갖추고 준비를 맞추고 차근히 승리할 수 있는 확실한 길을 찾아 흔들림없이 나아간다. 그리고 대개 역사상 승리하는 것은 그렇게 자신의 우세를 알고 그 우세를 확실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휘관들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패가 없다. 무엇보다 언제나 확실한 결과를 보장한다. 


내가 정치인 문재인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다. 어쩌면 문재인은 이전의 스타정치인들에 비해 상당히 느리고 둔한지도 모르겠다. 때로 유약하고 때로 어리석어 보이기도 한다. 그에 비해 빠르게 치고 나가며 화려한 기술을 쓰는 정치인들을 보면 꽤나 유능하고 리더십도 있어 보인다. 그것이 문재인의 지지율이 대선후보치고 확실하게 치고 나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과연 이 사회를 이끌어갈 리더로서 믿고 맡겨도 좋은 것일까.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의 진가는 그에게 충분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리를 맡겼을 때 드러난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가를 빠르게 파악한다. 어디까지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정확히 그 한계까지 확인하고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권한의 범위 안에서 그에게는 적이 없다.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지도 않고 섣부르게 자신을 양보하지도 않는다. 해야 할 일을 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 유시민이 바로 그런 점에서 문재인은 대통령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되고서야 후보시절보다, 아니 제 1야당의 대표이던 시절보다 그가 얼마나 훌륭하고 뛰어난 인물이었는가 새삼 깨닫게 된다.


단호하다. 대통령의 권한 아래 있는 일이다. 대통령이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부정한 청탁을 통해 취업한 이들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려 놓는다. 부정하게 들어간 이들을 내쫓고 다시 정당하게 경쟁을 거쳐 들어간 이들로 채워 넣는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런데 쉬운 일도 아니다. 쉬운 일은 더 쉽게, 어려운 일도 쉽게. 그럴 수 있는 것이 바로 대통령이라는 자리다.


북한문제도 마찬가지다. 어렵게 복잡한 기술같은 것은 한 번도 써 본 적 없다. 미국이 제재하자니 제재한다. 제재하는 것이 당장 옳고 명분이 있으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그런 한 편으로 대화가 필요하니 대화하자 말한다.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미국을 설득하는 가운데 평화올림픽을 명분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다. 어렵게 상황을 거슬러 일을 이루어내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대세에 따라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그 안에서 가능한 기회들을 만들어낸다. 원칙보다 무서운 기술은 없다. 상식보다 확실한 전술도 없다.


겁이 없는 것 같다. 욕심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다. 그냥 할 수 있는 일들만. 해야만 하는 일들만. 해서는 안되는 일이면 하지 않는다. 할 수 없는 일이면 필요해도 잠시 뒤로 물릴 줄 안다. 대세를 거스르지 않으며 그렇다고 무작정 순응하지도 않는다. 다만 한 걸음만을 내다본다. 적이라면 진짜 짜증나도록 무서운 적이다. 내가 야당 지지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화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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