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참여정부 내내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언론들과 차라리 전쟁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첨예한 긴장관계 속에 있었다. 없는 사실마저 지어내며 보수언론들음 참여정부를 흠집내려 하고 있었고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그에 대응하고 있었다. 하지만 딱 두 번 보수언론들이 하나가 되어 정부의 편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한 번은 임기 초기 이라크파병이었고 또 한 번은 임기 말기 한미FTA였다. 특히 한미FTA때는 왜 사람들이 조중동이라 하는지 확실히 실감하고 있었다. 무려 임기말인데 심지어 노무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었으니.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이 과연 무엇이 다른가 새삼 깨닫게 된 계기였다. 보수언론은 그 대상이 누구인가를 따지지 않는다. 노무현이라도 상관없다. 이명박이든 박근혜든 가리지 않는다.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면 된다. 자기들이 추구하는 정책을 실제 현실로 이루어낼 수 있으면 된다. 노무현이러라도 자신들이 바라는 정책을 펼치면 적극 지지하고 그를 대신해서 반대하는 진보언론과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차라리 탐욕이라고 해야 좋을 것이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보수적인 가치를 실현할 수 있으면 그 주체가 노무현이든 누구이든 가리지 않고 지지하며 그를 위해 최대한 힘을 실어준다. 그런데 정작 자칭 진보언론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진보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동안에도 혹시라도 정부를 향한 비판이 자신들에게도 향하지 않을까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야당을 비판하고 정부를 흠집내고 그러면서 정작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책을 온전히 추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무능이라는 낙인까지 찍는다. 참여정부가 좌측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 하는데 과연 좌회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데 자칭 진보언론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는가.


지금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대화를 통한 북한문제 해결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그를 위한 논거와 논리를 개발하며 적극적으로 반대여론과 맞서싸우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혹시라도 정부와 같은 편으로 여겨질까 두렵기라도 한 듯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는 한 편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습관적으로 끼워넣고는 한다. 혹시라도 보수언론이 비판하는데 자기들이 비판하지 않으면 정부와 한 묶음으로 여겨질까 적극적으로 보수언론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면서 역시 반복이다. 정부는 진보적인 정책을 펼 의지도 능력도 없다. 그러면 누가 자칭 진보언론이 추구하는 진보적인 가치를 현실에서 이루어 줄 수 있을까.


절박하지 않다는 것이다. 간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념과 이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상을 고르지 않는 보수언론에 비해 그들의 고고함은 따지고 가리는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안되도 그만이다. 안되면 안되는대로 욕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자칭 진보언론들이 차라리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아닌 진보적인 이념이나 가치와 전혀 거리가 먼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지지하며 나선 이유였다. 사실상 현실에서 정책을 통해 진보적인 가치를 이루려는 어떤 의지도 욕심도 없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노무현은 안된다는, 친노는 절대 안된다는 감정적인 반발만이 전부였다.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 심지어 문재인만 아니면 홍준표라도 상관없다. 진보적인 가치는 가치대로 어차피 지면을 통해 비판하면 되는 것이니까. 


딱 나같은 블로거의 마인드다. 인터넷에 널린 자칭 논객들의 사고방식이다. 실제 현실에서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의지란 전혀 없이 그냥 말로만 끝낸다.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것으로 내가 추구하는 선명함은 다 드러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룸펜이랄까. 차라리 골방에서 혼자 블로그에 글쓰며 낄낄거리는 수준이라면 그렇게 문제도 되지 않을 텐데도. 그러니까 일개 블로거처럼 독자들과 싸우려 들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언론이 독자와 싸울 일이 어디 있는가. 어차피 자신들이 추구하는 독자층이 아니라면 무시하면 될 테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독자층으로부터 비판받는다면 반성하면 되는 것이다. 하다못해 자신들을 비판하는 독자들을 설득해서 돌려세우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과연 언론이기는 한가.


확실히 다른 것이다. 거짓마저 지어내가며 필사적으로 자신들의 이념과 가치에 반대하는 정부를 꺾으려 드는 보수언론과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책을 실제 실천에 옮기고 있는데도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거리를 두며 비판부터 해대는 자칭 진보언론들과. 그래서 진보언론이라 부르는 것도 너무 과분하다는 것이다. 진보적인 이념과 가치를 실제 추구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들을 진보언론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래도 진보적인 정부이니 항상 지지해야 한다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진보적인 정책을 추진할 때 자신들이 바라는 바와 일치한다면 과거 보수언론이 그랬던 것처럼 정부의 편에서 힘도 실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진보적인 이념과 가치가 진짜라면. 진실하고 간절하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보수언론들이 내세우는 논리와 정면으로 싸우며 여론을 움직이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손놓고 그저 비판에만 숟가락을 올리려 할 것이 아니라.


마치 과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듯 하다. 새누리당과 당시 민주당을 비교할 때도 비슷했었다. 정작 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 정당의 운영 자체는 차라리 한나라당보다도 민주적이지 못했었다. 조직이나 체계가 새누리당보다도 구태적인 상태였었다. 과연 언론이 아닌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만으로 보았을 때 누가 진보이고 누가 보수인가. 하기는 항상 사실과 진실만을 보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언론으로서도 그 차이는 미미하다 해야 할 것이다. 얼마나 자신들이 추구하는 보수적인, 혹은 진보적인 가치에 충실하며 헌신적인가. 그래서 그들은 보수고, 저들은 자칭 진보다.


어쩔 수 없이 읽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항상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면 어째서 정부를 대신해서 반대편에 선 언론들과 적극적으로 싸우려 하지 않는가. 일개 블로거나 일개 네티즌들조차 할 수 있는 일을 어째서 그들은 전혀 하려고도 않고 있는 것인가. 조중동조차도 노무현의 편에서 진보언론들과 싸우고 있었다. 대중을 움직여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정부가 추진하는 진보적인 정책들은 전혀 그만한 가치도 없는 것인가.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오로지 하나다. 그들에게 정작 진보적인 정책이란 그만한 의미가 없다. 어떤 절실함도 없다. 현실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