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메갈이나 워마드가 이슈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최소한 인터넷에서는 여성의 인권에 대해 생각하는 남성들이 많은 것 같았다.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이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받지 않도록 공감하는 목소리들이 높았다. 아, 이제 한국에서 여성의 인권도 많은 진전을 이루었구나.


아마 남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나 여성들이 직접 몸으로 느끼는 현실을 모두 공감하기란 불가능하다. 어째서 적지 않은 여성들이 메갈이나 워마드같은 극단적인 - 심지어 사회일반의 상식에 유리된 집단들에 이끌리고 행동까지 함께하는 것일까? 그런데 정작 메갈과 워마드가 이슈가 되며 공격할 핑계거리가 생기자 그동안 애써 감춰왔던 속내들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만다.


메갈은 악이다. 워마드도 악이다. 그와 연결된 여성주의도 악이다. 그런 여성주의를 주장하고, 혹은 여성주의가 목적으로 삼는 여성 역시 악이어야 한다. 피해자의 다수가 여성이라는 현실마저 부정하고, 학교에서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하는 부당함마저 비웃는다. 모두 메갈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들이 참 재미있다. 어째서 그런 대화 속에 메갈은 항상 추한 외모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일까? 못생긴 것들이 여성주의를 주장한다. 여성주의를 주장하는 것들은 원래 못생긴 것들이라 그렇다. 이유는 간단하다. 예쁘면 남성중심의 주류사회에 문제없이 편입이 가능할 테니까. 남성중심의 주류사회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는 못생긴 여자들만이 여성의 권리를 주장한다.


그나마 메갈과 워마드로 인한 이슈가 가져온 순기능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째서 여성들이 저렇게까지 극단적인 말과 행동을 보이는가. 알게 모르게 여성들 자신이 느껴온 남성들의 속내가 그랬었다는 것이다. 단지 대놓고 말하지 못했을 뿐 여전히 그들에게 여성이란 독립된 인격이 아닌 하나의 대상이었다. 그 불만이 메갈과 워마드의 일탈을 빌미로 고스란히 터져나온다. 이제는 사회의 악인 여성주의 대신 남성주의를 주장해야 한다. 여성주의로 인한 역차별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 그런데 역차별을 원래대로 되돌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냥 남자들이라 그런다. 자기들 입장이 있으니까. 자기들이 보고 듣고 느끼는 자기들만의 현실이 있으니까. 자기들만의 이해가 있으니까. 다만 그동안 너무 억눌려 왔었다. 왜 동의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옳다 그러니까 여성주의가 옳겠거니. 남들이 다 옳다고 그러니까 진보는 옳은 것이겠거니. 진지한 고민도 궁리도 연구도 노력도 없이 그냥 그렇게 흐름에 맞춰 살아왔었다. 미국에서 정치적올바름에 대한 반감이 트럼프를 당선시킨 이유와 같다. 그것이 왜 옳은 것인지 모른 채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강제되어 온 시간들에 대한 반동이었을 것이다.


이것이 남자들의 진짜 속내다. 여성들에게 단 하나라도 양보할 수 없다. 자신에게 손해가 된다면 단 하나도 여성을 위해 자신의 권리를 양보할 수 없다. 또 그래서도 안된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그러니까 왜 그래야 하는가. 메갈이든 워마드든 거기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이지만.


지금 자기가 어디 있는가부터 알아야 한다. 자기가 지금 무엇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되는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차라리 최악이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낫다. 새삼 깨닫는 것이다. 남자들의 솔직한 속내가 내가 보기도 참 한심스럽다.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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