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분노에 대한 상당수 남성들의 반응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째서 남성이라는 이유로 잠재적 범죄자로 여겨져야 하는가. 나아가 어째서 밤늦게 길에서 남성인 자기를 보면 여성들을 불안한 표정으로 걸음을 재촉하거나 가는 방향마저 바꾸는가. 하지만 여성들은 그래야 하거든. 남성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쩌면 메갈리아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음에도 다수 네티즌에 의한 신상털이까지 동반한 메갈리아와 그 우호세력에 대한 집단린치에 대해 비판적인 역시 다수의 입장이 여기서 갈릴 것이다. 메갈리아가 주장하는 미러링이라는 것을 상당부분 인정한다. 지나치다 싶은 부분도 있지만 많은 부분 여성들이 실제 일상에서 겪으며 느껴온 억울함과 굴욕감의 반영인 것이다. 남성의 성기를 절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라면서부터 여성이기를 부정당해야 했었고, 남자이기에 태어나지 말라는 말 그대로 여성이기에 태어나서는 안되었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었다. 그리 오래지도 않다. 지금도 나이 지긋한 세대에서는 일상으로 쓰이고 있다. 직장에서 저질러지는 성폭력과 심지어 직접적인 성범죄들도 말할 것 없다. 취업과 인사상의 불이익 또한 여성에게는 현실이다. 여성에게 가장 안전한 직장은 전업주부다. 하기는 그마저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되면 전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또 어떤 남성에게는 그것은 남의 이야기다. 자기가 겪기에 오히려 여성이 아닌 남성들이 차별받고 있다. 꼼꼼히 따져보자. 여성들이 취업과 인사에 있어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이유들이다. 여성들이 급여 등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받는데 정당하다 믿고 있는 이유들이기도 하다. 밤길도 함부로 혼자서 다니지 못한다. 어디 남자와 믿고 술자리 가지기도 불가능하다. 학교 선후배, 동기조차 절대 믿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여성이기에 당해야 하는 강요와 압박을 과연 남성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니 메갈리아의 미러링에서 남성들을 불편케 만드는 폭력성만이 보이는 것이다. 그 폭력성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미러링은 분명 반사회투쟁이다. 그리고 반사회투쟁의 목적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에 있다. 대상을 불편케 함으로써 현실의 부당함을 깨닫도록 만든다. 최소한 일부로 하여금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해 인식토록 강제한다. 메갈리아 논란이 일어나자 바로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여성에 대한 집단적 혐오가 그 증거다. 꼭꼭 가면 뒤에 숨겨두고 있던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메갈리아를 핑계로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당장 메갈리아에 대해 공격하면서 앞장세우는 것 가운데 하나가 메갈리아를 하는 여성들의 외모나 신상에 대한 것이다. 여성들은 어떻다. 이 사회에서 여성들은 어떤 존재들이다. 나아가 여성주의란 이런 것이다. 자기들이 여성주의까지 정의하려 한다. 여성주의의 운동마저 자신들이 바라는 방식으로 강제하려 한다. 그것이 바로 혐오고 차별이다. 자신들이 인정하는 여성주의만 인정하겠다. 자신들이 인정하는 여성만 인정하겠다.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메갈리아에 대한 공격은 곧 여성주의에 대한 자신들의 진실한 속내다. 똑같이 메갈리아에 비판적이더라도 굳이 여성이나 여성주의에 대한 공격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물론 없지는 않다. 그런데 그런 경우라면 단지 메갈리아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지금처럼 야만적인 인간사냥을 방불케하는 집단공격을 긍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메갈리아가 일베를 미러링한다면 반메갈리아는 메갈리아를 미러링한다. 그나마 메갈리아의 미러링은 이해할 부분이 있지만 메갈리아에 대한 미러링에 이해할만한 부분이 있는가. 그냥 기분나쁘다. 단지 감정이다.


메갈리아가 보여주는 극단적인 여성주의적 행동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나 역시 남성인 때문이다. 불쾌하다. 불편하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자기주장을 하고 싶은 심리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동안 온건한 여성주의가 이루어낸 것이 무엇인가. 여성차별은 없었다. 오히려 여성들이 특혜를 받고 있다. 남성이 차별당하고 있다. 그래서 현실에서 남성이 차별당하는가. 남성을 차별하는 주체는 무엇인가.


한국사회 여성의 지위와 현실, 그리고 그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을 보여준다. 그나마 나아진 것은 이제 드디어 여성들이 남성들의 경쟁자로 스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여성을 두려워한다. 여성을 의식한다. 그래서 그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다. 원래 개도 두려운 상대를 만나야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린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서로에 대한 존중이다. 나아졌다. 더이상 여성은 동정의 대상도 연민의 대상도 아니다. 그나마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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