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소비수준이 높아진 때문일 것이다. 기왕에 먹는 것 맛있는 것으로 먹고 싶다. 맛도 좋고, 영양도 있고, 분위기도 있는 그런 곳에서 비싸더라도 제대로 먹고 싶다. 그래서 맛집열풍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 백종원으로 대표되는 직접 맛있는 것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로 이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맛있는 것들로 마음껏 배불리 먹으려 하다가는 살이 찌고 만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정상에서 벗어난 체형에 대한 혐오와 멸시가 당연하게 여겨지게 되었다. 살찐 것은 부도덕한 것이다. 살을 빼지 않는 것은 죄악과 같다. 이율배반이다.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으면 살이 찌고, 그렇다고 살을 빼자니 맛있는 것들을 마음껏 먹지 못한다. 먹고는 싶고, 살은 빼야겠고...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대신 먹게 하는 것이다. 내가 먹지 못하니까. 내가 먹어서는 안되니까. 남이 먹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맛을 상상하고, 그 느낌을 상상하고, 그 순간의 만족을 상상한다. 그것만으로도 즐겁다. 


욕망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금욕은 인간이 당연히 추구해야 할 당위다. 당위는 도덕이 되고 정의가 된다. 금욕하지 않는 것은 악이다. 그런데 욕망은 본능이다. 그래서 원래 역사적으로도 억압된 사회일수록 이상한 짓거리들이 발달했다. 노골적으로 욕망을 추구하지 못하니 그늘에 숨어 대리만족을 발전시킨다. 얼마나 이 사회는 식욕을 부추기면서 한 편으로 식욕을 억압하고 있는가.


그러고보면 나도 역시 배불리 먹어본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살찌는 것이 싫다. 배나오는 것이 싫다. 차라리 먹는 것을 줄인다. 배고픔을 참아낸다. 먹방을 보면 가끔 자신도 그런 쾌감을 느낀다. 맛있겠다. 배부르겠다. 좋겠다. 부러움을 넘어 그 느낌을 탐내고 가져오려 한다. 


식욕을 부추기는 것이나, 식욕을 억압하는 것이나, 심지어 억압된 욕망의 비틀어진 틈을 비집고 이용하는 모든 것이 자본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그또한 욕망이다. 욕망이 욕망을 낳고 욕망을 억압하고 억압된 욕망을 이해한다. 이 사회의 구조를 보여준다. 문득 떠올리는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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