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습게도 인류의 문명은 바로 그 자극적인 맛을 쫓으며 번성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유럽이 위험을 무릎쓰고 먼 바다로 나가며 대항해시대를 열었던 이유와 같은 것이다. 일본에서도 사츠마가 류큐를 침략하면서 설탕이 대량으고 공급되자 비로소 음식들이 달아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그냥 짜기만 했다.


지금이야 워낙 이런저런 양념들이 넘쳐나니 차라리 아무것도 치거나 바르지 않은 순수한 재료의 맛이 최고라 여기는 것이지 이전에는 아니었다. 하다못해 소금이라도 쳐야 했고, 돈이라도 조금 있으면 진귀한 향신료 정도는 듬뿍 발라주어야 했었다. 어떻게하면 기존의 재료로 더 새롭고 더 맛있는 맛을 만들 수 있을까 끊임없이 연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서 그저 고기를 구워 소금에 찍어먹던 고기구이가 갖은 양념에 재워 굽는 불고기로 발전한 것이다. 그냥 굽는 것은 그대로 달고 짠 간장양념에 굽는 것은 또 그대로 그렇게 인류는 색다른 맛을 추구해 왔었다.


물론 아예 재료의 맛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달고 짜고 맵기만 한 음식들이 문제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또한 원래 좋은 재료를 쓸 수 없는 환경에서 보다 쉽고 값싸게 음식을 만들어 공급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달한 일종의 편법들이었다. 어디나 마찬가지다. 그것은 문명의 차이라기보다는 그냥 문명 안에서도 환경의 차이, 혹은 계급의 차이로 이해해야 한다. 그마저도 소금과 설탕과 고추가루가 싼값에 대량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이후의 일이니 역시 문명의 발달과 무관하다 할 수 없다. 가난하고 문명이 뒤떨어진 사회에서는 짜고 달게 먹으려 해도 그럴만한 소금도 설탕도 구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


아무튼 미식으로 유명한 나라들치고 감미료와 향신료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래서 요리들도 다양한 것이다. 언제 어떤 재료를 어떤 감미료와 향신료를 써서 더 맛있게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궁리와 고민이 그 많은 요리들을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쇠고기의 맛은 정해져 있는데 어떻게 쇠고기 하나로 그 많은 맛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다만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맛을 해칠 정도로 달고 짜고 맵게 만드는 경우는 드물다. 한 마디로 어찌되었거나 맛있다 여기기에 음식들도 달고 짜고 맵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세뇌됐다고 말하기에는 그래서 떡볶이를 맛있게 여기는 대중의 입맛은 솔직하다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달고 짜고 맵다. 물엿을 아예 색이 변하도록 넣고, 거기에 소금과 고추가루도 듬뿍 쓴다.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그나마 맛이 순하다는 간장떡볶이도 짠 간장에 설탕을 듬뿍 넣어도 달고 짜게 만든다. 결국 그렇게 만들고 소비되는 이유는 그것을 사람들이 맛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소한 매운맛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사람들은 떡 특유의 식감에만 적응하면 문화권을 떠나서 대부분 맛있게 여기기도 한다. 외국인에게 인기있는 한국음식들도 대개 그런 것들이다.


순수한 재료의 맛을 최고로 추구하는 일본만화를 보면서 한 번 써보고 싶었던 주제이기도 하다. 그런 건 단지 예전 일본에는 그만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재료 자체가 부족했던 때문 아닌가. 우리나라 음식도 원래는 매우 심심했었다. 소금도 귀했고, 설탕도, 고추가루도 아직 비싸기만 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추운 북쪽지방에서는 남쪽에서보다 더 심심한 음식을 즐겼다. 그래서 북쪽 지방의 음식이 남쪽 지방의 음식보다 더 발달해 있는가.


삼계탕에도 소금을 넣어 먹지 않는다. 설렁탕도 소금 없이 그 자체의 심심한 맛을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아무데서나 설렁탕을 사먹지 않는다. 그저 달고 짜고 맵기만 한 음식은 나도 혐오한다. 그러나 그건 그것 이건 이것. 그렇다고 재료의 맛을 해쳤다 할 수 있는가. 문명은 더더욱. 우스운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