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모른다. 언젠가 내가 연쇄살인범과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지. 우연히 일관계로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었는지. 문제는 과연 그때도 그는 연쇄살인범이었고 내가 그와 만난 행위 자체가 범죄와 연관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현재 밝혀진 바로 드루킹이 매크로프로그램을 구입해서 댓글작업에 사용한 것은 올 1월 이후부터였다. 지난 대선기간은 야당이 주장하니 수사하고 있을 뿐 간접적인 정황이나 증거조차 희미하게나마 드러난 것이 전혀 없는 상태다. 그런데 매크로를 사용하기 전 만났고 인사를 나눴고 서로 소개한 것이 도대체 뭐가 문제인 것일까. 이후 이들 인사들이 드루킹 일당의 범죄와 직접 연루되었거나 관여되어 있다는 또다른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니다. 주장만 있을 뿐인데 그 주장을 그대로 읊고 있다.


권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손석희 사장의 언론인으로서의 양심을 믿는 편이다. 그러니까 권력은 언제든 엄격하게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 비판이 얼마나 적확하고 정당한가 하는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의혹이 있는데 그것이 진짜 의혹으로서 가치가 있는 의혹인가. 그렇게 중대하게 보도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안인가. 의혹이 있다는 그 자체로 뉴스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 이면의 진실에 대해서까지 파헤칠 수 없다면 언론보도는 신중해야 한다.


언론이 권력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권력이라는 생각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뉴스룸이라 할지라도 예외가 아니다. MBC는 물론 한경오 등 진보언론들이 빠져있는 특권의식이다. 자기들은 언론이다. 그러나 권력이 아니다.


결국 보수언론이 만들어놓은 판 위에서 나머지 언론들이 놀아나는 모양새인 것이다. 진실을 파헤칠 능력도 안되고 의지도 부족하고 그냥 당장 화제가 될 뉴스를 쫓는데 급급하다. 한심한 짓거리다. 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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