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세계대전 말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들인 독일과 일본은 그래도 유리한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길을 찾아나서고 있었다. 때로 무모한 군사적 모험도 해보고, 안되면 외교적인 협상에도 나서보고. 그러나 연합국의 태도는 단호했다. 항복하려면 조건없이 항복하라.


1차세계대전과는 다르다. 그나마 1차세계대전은 어느 정도 타협의 여지가 있는 국가와 국가 사이의 조금 확대된 분쟁의 성격이 강했다. 그나마도 워낙에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컸던 탓에 전에없이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황제가 이로 인해 쫓겨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었다. 그에 반해 2차세계대전은 추축국의 일방적인 침략전쟁이었고 전쟁기간동안 저질러는 참혹한 범죄행위들로 인해 사실상 타협이 불가능한 악을 물리치기 위한 전쟁이라는 성격도 매우 강했다. 소련도 만만치 않게 막장이기는 했지만 독일과 일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것도 자신들이 선택한 대가가 아닌 연합국이 정의한 대가다.


그냥 단순히 정치권 내부에서 서로 치고받는 정도의 이슈가 아니다. 그저 사법기관에 맡겨서 심판받고 끝날 그런 정도의 사안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국민이 이로 인해 분노하고 자괴하고 부끄러워하고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국민들에게 크나큰 굴욕과 상처를 안겨준 사건이다. 국기의 문란이며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적당히 자신들이 원하는 절차에 따라 모양새까지 갖추어 끝내기에는 그로 인해 크고작은 상처를 입고 피해를 입은 국민이 너무 많다.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저들이 원하는 대가가 아닌 국민이 원하는 대가다. 바로 탄핵이다.


확실히 이상한 인간들 죄다 나가고 나니 야당이 야당다워진다. 야당 이전에 제대로 정신이 든 정당으로 돌아간다. 대통령이 뭐라 말하든 국민의 명령은 대통령이 당장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명예를 지키며 물러날 수 있도록 당장 하야하라 요구했지만 거부했으니 남은 것은 탄핵 밖에 없다. 대통령 스스로 국회에 모든 것을 일임했으니 대통령이 바로 물러나지 않는 이상 탄핵은 남아있는 유일한 절차일 수밖에 없다. 조건은 필요없다. 필요한 것은 자신이 저지른 모든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서약, 무조건적인 복종과 투항이다. 


별 의미도 없는 소리 끝까지 듣고 앉았는 것도 고역이었다. 여전히 뭔 소리 하는지 모르게 단어만 나열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미 때는 지났다. 지금 바로 물러나던가, 아니면 끌어내리던가. 비박 일부가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 그런다고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미 싸움은 끝났고 응징은 시작되었다. 버티면 고통만 더 길어질 뿐이다.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되고 있다. 아직도 남은 출구가 있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새누리당이 오판하면 오히려 야권은 좋다. 탄핵이 부결되면 대통령은 물론 새누리당까지 끝이다. 부디 그렇게 될 수 있기를. 승리의 마지막은 깃발꽂기다. 심판의 때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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