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대통령이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어째서 선대로부터 적지 않은 유산을 물려받았을 터임에도 많은 2세들이 단명왕조의 마지막 군주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는가 저도 모르게 이해하게 된다. 태어나면서부터 권력의 한가운데 있었다. 권력의 한가운데에서 권력에 둘러싸여 자라고 있었다. 권력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예민해지는 대신 현실감이 떨어지게 된다. 인간을 인간이 아닌 단지 권력의 도구로, 대상으로만 여기게 된다. 한 마디로 선대가 남겨놓은 유산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고 끝나고 만다. 자신이 물려받은 나라는 소수의 권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어째서 수많은 정복자들이 마침내 모든 목적을 이루고 스스로 무너져내려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갔는가 대통령의 이름이 등장하는 뉴스들을 통해 실제처럼 느끼게 된다. 오로지 정복이 목표였다. 권력이 목표였다. 이후를 생각하지 않았다. 권력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정복을 마치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신감만 넘친다. 자신의 힘으로 정복을 끝냈다는 생각에 조심성이 사라진다. 그동안 자신을 옹위해 온 친위세력들도 있다. 어차피 대구경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지지할 것이다. 부산경남 역시 자신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을 것이다. 임기 3년차, 그러나 지지율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의 지지율은 전국평균보다 한참 높다. 무엇을 해도 된다.


대구경북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부산경남 역시 오래전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너무 자만했다. 너무 자신만만했다. 대구경북이라면 괜찮을 것이다. 부산경남이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현실이 아닌 권력의 흐름만을 본다. 현실을 살아가는 다수의 국민이 아닌 특정한 이름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권력의 향배만을 살핀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중의 지지 없이 권력을 가지기도 지키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어차피 자신은 대통령을 했고, 싫은 놈이 대통령되느니 이대로 깽판놓더라도 상관없고, 어차피 이미 이룰 건 다 이뤘다.


기분나쁜 무심함을 느낀다.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권력을 단지 성취와 보상이라고만 생각한다. 대중에 대한 의무를 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 그래도 자신은 된다. 그동안의 결과가 그것을 말해준다. 아니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자신감이다. 왕조가 아님을 다행으로 여긴다. 그나마 5년 남은 임기만 마치면 그의 이름 앞에 '전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현재를 통해 역사를 배운다. 흥미롭다. 결국 천하를 통일하고도 어렵게 손에 넣은 권력마저 이기지 못하고 오히려 믿었던 이들의 반란에 흔적도 없이 스러지고 만다. 마치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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