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도 없던 전근대사회의 외교가 아니다. 그야말로 군주의 서신을 가진 사신이 도착해야지만 시작되는 외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평창올림픽 참가를 앞두고 대화가 오가면서부터 남북한 사이에 소통의 통로는 열리고 있었다. 김여정이 김정은의 친서를 가지고 도착한 순간 이미 모든 대화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 다음은 단지 그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과정이다.


사실 김현철이 가지고 온 메시지도 별다른 것은 없었을 것이다. 북한이라는 체제가 가지는 특성이 그렇다. 북한의 모든 것은 위원장 김정은에게서 시작해서 김정은으로 끝난다. 오로지 김정은만이 결정할 수 있고 행동에 옮길 수 있다. 김현철이 가지고 온 메시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김정은의 명령으로 김현철이 내려온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대한민국 정부 역시 북한에 대한 특사파견을 결정한다.


특사파견을 전후해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 대변인, 국무부, 주한미국대사대리 등이 쏟아낸 발언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 역시 태도는 강경하다. 당연히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끌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마치 식당에서 대표해서 주문하려는데 이런저런 요구들을 쏟아내는 일행들의 태도와 비슷하다 할 것이다. 대화는 하겠는데 그를 위해서는 이러이러한 조건들이 필요하다. 내용은 결정되었다. 다만 그 형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절차들을 밟을 것인가. 북미대화는 결정되었고 최소 핵동결 역시 결정되었다 봐야 한다. 다만 그 다음이 무엇일지 그것만 남아있다는 것이다.


특사단이 가자마자 김정은과 면담했다. 그 사실을 청와대 역시 알고 있었다. 그보다는 특사를 보내는데 전에 없이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전혀 불확실한 결과에 대한 불안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과연 김여정이 건넨 김정은의 친서에는 어떤 내용들이 적혀 있었을까. 물론 공개하지 않을 것을 알았으니 김여정을 통해 친서를 보낸 것이겠지만. 거기서 시작되었고 어쩌면 사실상 끝이 났다.


안희정같은 건 이제 그냥 성폭행범일 뿐이다. 유력대선주자도 아무것도 아닌 한 사람의 범죄자일 뿐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들을 다루고 있을 특사단의 존재일 것이다. 벌써부터 전해지는 소식이 심상치 않다. 뭐 사는 동네가 북한의 장사정포 사거리밖이라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다행이다. 미국의 트럼프를 위해서도. 좋은 소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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