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나 말했지만 북한과 관련해서는 오로지 청와대의 태도만 지켜보면 된다. 청와대가 지금 가장 우선순위에 놓고 대처하고 있는 것이 바로 북한 핵문제다. 한반도의 평화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는 핵문제를 처리하는 것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것이 현재 대통령과 청와대, 여당의 지지율까지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진짜 우리 정부에 실망이나 혹은 배신감을 느껴서 돌아선 것이라면 청와대가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바로 이틀뒤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체제보장과 김정은 위원장의 안전을 천명한 바 있었다. 여기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대통령 사이에 의미있는 성명이 발표되면 북한 입장에서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이미 진행중인 훈련을 취소할 수도 없고, 민간인인 태영호를 체포해서 구금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물며 야당과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아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이 모르지 않는다. 북한이 진정 바라는 것은 문재인이 직접 트럼프와 만난 자리에서 무언가 자신들을 위한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달라는 것인지 모른다. 이를테면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경제제재와 별개의 북한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이 그를 통해 공식적으로 남한정부에 의해 이루어질 것임을 발표하는 것이다. 대북특사가 파견되어 대통령의 의지로 유감을 표명하는 것도 고려할만한 카드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찌되었거나 그래봐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핫라인 한 번으로 해결될 정도의 사안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는 말과 행동만 보여주면 바로 풀릴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호지세라는 것이 있다. 이미 호랑이의 등뒤에 올라탄 상황이라는 것이다. 내리면 죽는다. 떨어져도 죽는다. 트럼프와 문재인, 김정은 모두 같은 상황이다. 물론 트럼프는 여차하면 북폭이라는 또다른 선택지가 아직 남아있기는 하다. 그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선택지는 모두에게 제한되어 있다. 서로 뻔히 패를 까보인 상황에서 누가 먼저 죽을 것이냐의 싸움인 것이다. 누가 하나 먼저 죽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 그러나 김정은 자신은 지금 죽고 싶지 않다. 그러니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죽어달라. 또 기꺼이 죽어줄 수 있는 것이 문재인이기도 하다.


협상타결이 거의 가까워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저런 식으로 생떼쓰는 것도 불가능하다. 언제 협상이 깨질지 모르는데 저런 식으로 무리하게 던지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거의 타결에 가까워진 협상이 이번에는 북한에게 인질이 되고 있다. 눈앞에 타결이 어른거리는데 트럼프든 문재인이든 그것을 거부할 수는 없다. 그래도 역시 한계는 있다. 화룡점정이다. 마지막 점을 찍는 행위다. 지금껏 그것을 위해 문재인은 철저히 트럼프와 미국의 비위를 맞추며 자신을 낮추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실리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남북경협을 통해 경제성장의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 번 쯤 뻔히 알면서도 져준다고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청와대가 조용하다. 아주 냉정하고 침착하다. 심지어 통일부조차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를 참관할 한국 기자단 명단을 받지 않았음에도 당황하는 조금도 당황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급한 기색도 없다. 알아서 다 해결되겠거니. 남북간 대화라인이 모두 끊어진 것은 아니다. 진짜는 국정원과 통일전선부 사이의 정보라인이다. 결국은 내일모레면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걱정하지 않는다. 다름아닌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다.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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