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그러고자 한다고 의회까지 나서서 모두 동의해주는 것은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의회의 역할이 그것이다.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고 견제한다. 정부가 잘못한다 여기면 의회가 가진 권한으로 그것을 제어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한다. 지지자 입장에서는 정부가 잘하는 것처럼 보여도 또 야당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회의 구성 역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 자신에게 유리한 정당의 정치인들로 의회의 다수를 채워야 자신들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


여소야대다. 의회에서 야당이 다수다. 아무리 정부가 원하고 여당이 원해도 야당이 동의해주지 않으면 의회에서 통과되기란 불가능하다. 그나마 과거 여당들처럼 의회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어야 밀어붙이기 날치기도 가능한 것이다. 국민의 여론은 그저 의회 밖의 여론에 불과하다. 국회에서 실제 표결에 참여하는 것은 금배지를 단 국회의원들이다. 바로 그 국회의원들을 국민이 표를 주어 뽑아준 것이었다. 국민을 대표하기에 그들에게 그만한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야당이 반대하는데 정부와 여당이 원한다고 마음대로 모두 통과시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을 넘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민주당이 몇몇 예산안에 대해서는 원안을 지키는 것이 더 옳았을 수 있다. 실제 현정부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정책예산들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회에서 오히려 소수의 위치에 있으면서 자기 주장만 고집할 수도 없다. 예산안이 기한 안에 처리되지 않는 것은 어찌되었거나 여당의 책임이기도 한 것이다. 대화를 통해 양보하고 타협한다. 협상을 통해 내줄 것은 내주고 받을 것은 받아낸다. 얼마나 양보하고 내주었는가는 의회내에서의 역학구도와 관계가 있다. 그만큼 더 많이 내준 것은 결국 그만큼 여당이 의회에서 약세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예산안의 양보를 이유로 민주당을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라고 있는 것이 국회의고 그러자고 하는 것이 바로 의회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양보하게 만든 사람들이 있다. 어쩔 수 없이 후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정당들이 있다. 그것을 깡그리 무시한 채 오로지 후퇴하고 양보한 사실만을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러도록 만든 정치인과 정당들을 의회로 보내 한 표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이 바로 국민들 자신들인 것이다. 국민에 대한 존중이다. 그런 이들을 국회의원으로 만들고 그런 정당을 의회 다수당으로 만들어준 유권자들에 대한 존중이다. 절차와 과정을 존중하기에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당연한 것이 비난을 받는다.


예상한 결과였다. 그나마 그동안은 오히려 생각보다 많이 수월했던 편이었다. 내분으로 알아서 야당들이 지리멸렬했던 때문이었다. 자중지란으로 제대로 힘을 모으지 못했던 탓이었다. 그럼에도 야당이 아예 작심하고 반대하기 시작하면 이보다 더 최악의 결과도 각오해야만 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우원식도, 민주당 지도부도 최선을 다했다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야당 입장에서도 원래 그들의 이념 자체가 정부와 여당과 차이가 매우 컸었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그냥 외우면 된다. 투표 잘하고. 수고했다. 물론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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