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이후 많은 나라들이 행정과 입법, 사법의 삼부를 나누고 각각 독립시켜 서로 견제토록 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 책임과 권한이 커지면 그만큼 권력 역시 커지게 된다. 원래는 하나였던 국가기구를 그래서 여럿으로 나누어 권력을 분산하고 서로 견제캐 함으로써 만일의 부패와 타락을 방지토록 한다. 행정부가 잘못하면 입법부가 견제하고, 행정부와 입법부가 잘못하면 사법부가 그것을 제제한다. 사법부가 잘못된 길을 간다면 이번에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사실 이렇게까지 커질 일도 아니었다. 벌써 몇 년 전부터 야당에서도 최순실과 관련해서 단서를 확보하고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전에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서 정윤회라는 이름까지 세상에 드러났고 그를 통해 청와대 내부의 문제를 철저히 파헤치고자 하는 시도들도 따라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어땠는가? 친박만 부역한 것이 아니다. 비박도 마찬가지로 대통령과 청와대의 진실을 가리는데 앞장서고 있었다. 지금 대통령을 앞장서서 비난하는 바로 그들이 대통령의 이름을 빌려 선거를 치르고 대통령의 측근임을 앞세워 인심을 얻으려 했었다. 누구 말마따나 몰랐다면 등신이고 알았다면 그냥 공범이다. 그런데 그런 국회의원들에게 다시 나라의 중대한 책임을 맡기자고 한다.


내각제란 한 마디로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행정부인 내각까지 책임지고 맡아야 한다는 제도다. 내각제 아래에서는 바로 그 국회의원들이 장관도 하고 지금의 총리와는 차원이 다른 막강한 권한을 가진 행정부의 수반까지 역임하게 된다. 개인의 역량따위 상관없다. 국민적인 인기 역시 전혀 상관없다. 얼마나 많은 소속의원들을 거느리고 있는가 하는 것이 행정부에서 그들의 지위를 결정하게 된다. 다시 말해 계파만 충분하다면 대통령의 충신 이정현도 총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김무성도, 박지원도, 유성엽도, 모두 총리를 넘볼 수 있다. 국민이 그들이 국가수반으로써 무엇을 하려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스스로 검증하고 걸러낼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채로.


그러면 과연 그런 국회의원들을 대통령보다 더 믿을 수 있는가. 그래서 말한 것이다. 과연 지금의 상황에 여당 국회의원들은 전혀 아무 책임도 없는 것인가. 상황이 여기까지 오는데 그들은 전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던 것인가. 만일 그랬다면 어째서 야당과 언론이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데 그들이 앞장서서 훼방을 놓고 있었던 것일까. 세월호와 관련한 대통령의 7시간 역시 여당 국회의원들의 전면적인 노력으로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대통령과 관련해서 여당 국회의원들은 어디에 있었던 것인가. 그들이 지금 상황에 대통령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국민의당이 쓰레기라는 것이다. 안철수부터가 원래 그런 부류였다. 아마 그 지지자들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물타기하고 있을 지 모르겠다. 항상 말한다. 야당이나 여당이나. 친박이나 친노나. 이놈이나 저놈이나. 그러므로 대통령이 미친 지랄을 하든 국회의원이 썩은 염병을 떨든 어차피 다 똑같은 것 아니겠는가. 제발 아니기를 바란다. 그들이 의도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내각제로 개헌하고 자기들도 한 몫 챙겨보자. 국민의 탄핵요구는 그를 위한 기회다. 나뭇가지에 가짜 꽃을 만들어 놓고 꽃이 피었다 좋아한다. 그런 것을 지지하는 국민이 있다면 그 국민을 의심해 봐야 한다.


한심한 것이다. 이따위 소란들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그래서 민주당이 지금 아주 잘하고 있다 말하는 것이다. 국민이 명령한 탄핵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헌정사상 최악의 실정을 넘어 추태를 보이는 지금의 상황에 공범이라 할 수 있는 새누리당은 무언가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 그들 역시 오로지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아야 할 대상일 뿐 무언가를 요구할 주체가 될 수는 없다. 일단 이번 사태부터 해결하고 나서 개헌은 나중에 논의한다. 먼저 입법부가 책임을 다하고 자신들의 앞으로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당연한 것이다. 더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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