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아가기도 힘들다. 뭐 이리 하루만에 휙휙 바뀌는가. 하지만 역시 예상대로였다. 북한이 한 발 더 나갔다. 트럼프더러 북한을 방문하라. 트럼프는 알겠다, 5월에 보자.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기질이 비슷하다. 쇼를 좋아하고 이벤트를 좋아한다. 그리고 일단 한 번 결심하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한 마디로 화끈하다. 외교도 쇼처럼 이벤트처럼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무려 미국 대통령을 자국의 수도로 초청하고 있었다. 과연 미국의 대통령이 적국이랄 수 있는 북한의 정상과 직접 만나기까지 하는데 정작 아무런 가시적 결과도 없다는 것이 말이나 되겠는가. 그 정도 계산도 없이 트럼프도 그동안 적대하던 북한의 정상과 만나겠다 공개적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계산이 빠른 사람이다. 김정은과 직접 만나는 것이 자기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에 그것도 바로 5월에 가겠다 대답한 것이었다. 그러면 트럼프가 약속받은 결과란 과연 무엇이겠는가.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에 북미간 정상회담이 어떤 결과를 내놓게 될 것인가.


그러니까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지난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펜스와 김여정이 만났으면 벌써 그때 일어났을 일들이라는 것이다. 굳이 이제와서 대한민국의 특사와 만나고 나서야 결심했다기에는 너무 파격적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특사단이 설득해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하기에도 특사단이 도착하자마자 김정은을 만났고 대화도 김정은이 주도하고 있었다. 결정은 오래전에 내려졌다. 단지 모양새 좋게 그것을 미국에 전하고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계기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 계기를 적절하게 제공하는 것이 바로 외교의 역량일 것이고 말이다.


굳이 생각할 것도 없는 것이다. 당연히 한 나라의 대통령인데  다른 나라도 아닌 북한의 김정은을 직접 만나는 문제를 백악관 안에서 중대하게 논의되었을 것이다. 아니 미국 행정부 전체를 아울러 심각하게 논의해서 신중하게 결론을 내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빠르다. 언론에 초청사실이 알려지고 바로 트럼프의 대답이 나오고 있었다. 이미 미국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의 특사단이 가져올 김정은 친서의 내용을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한 준비까지 마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외친다. 펜스 바보! 아베 모지리! 이 모든 것이 잘만 했으면 펜스의 공으로 돌아갈 뻔했었다.


삼국지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유비가 백제성에서 죽고 오와 위는 군사를 몰아 다섯 방향에서 촉을 침공하고 있었다. 막 유선이 즉위하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제갈량은 급히 위기를 타개할 대책을 마련한다. 마초를 보내 강족을 막고, 이엄을 보내 맹달을 주저앉히고, 위연으로는 의병을 사용하여 남만을 견제케 하고, 어차피 조진의 군은 험로를 넘을 수 없으니 조운에게 지키게 한다. 마지막 하나가 등지를 보내 오와의 동맹을 복구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존망의 기로에서 한순간에 위기를 타개하며 촉의 국정을 안정화시킨 것이다. 정말 이렇게까지 쉽게 시원하게 모든 것이 풀릴 것이라 전혀 생각도 못했었다.


이제는 그 끝이 보이는 것 같다. 도저히 답이 없을 것 같던 답답한 상황들이 이제 조금씩 숨통을 틔어 가는 것 같다. 낙관은 이르지만 비관은 더 빠르다. 미국의 대답이 있었다. 이제는 북한의 비핵화 발언을 현실로 구체화시키는 과정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아직도 대한민국 정부의 역할은 남아 있다. 반갑지 않은 이웃나라나 야당과 언론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뉴스가 즐겁다. 정말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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