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헌법재판소장이나 대법원장의 임명을 두고 크게 이슈가 되었던 적은 없었다. 당연히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슈야 되었겠지만 그것이 일반 대중에게까지 널리 확산되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나 그리 와닿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음에도 북한의 6차핵실험이 있기까지 흔들림없는 지지를 보였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작 논란이 된 인사 가운대 국민들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분야가 거의 없었다. 다만 살충제달걀을 둘러싼 식약청장의 문제는 타격이 좀 있을 듯 보였다. 내게 직접적으로 영향이 없다면 굳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럴 여유도 그럴 필요도 그다지 느끼지 못한다.


김이수가 어떤 사람인가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알고 있는 국민의 수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지명자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이제 하나만 남게 되었다. 헌정사상 초유로 야당의 반대로 정부의 첫 헌법재판소장 임명이 부결되고 말았다. 국회에서 야당 국회의원들이 머릿수를 무기로 유례없이 헌법재판소장 임명을 부결시키고 말았다. 하물며 국민의당은 호남홀대론을 부르짖으면서 호남출신 헌법재판소를 반대하는 결과를 내고 말았다. 그것이 국민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이미 있는 지지에만 만족한다면 상관없겠지만 더 외연을 넓히고 지지층을 확보하려 한다면 자충수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인상은 그렇게 박혀 버렸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하루빨리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다. 그런데 국민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도 없는 헌법재판소장 임명에 야당이 하나가 되어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위해 부결시키는 초유의 행위를 저질렀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은 불과 얼마전까지 김장겸 사장의 체포영장에 반발해서 국회를 보이콧하다가 막 기어들어온 상황이었다. 이놈들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물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게도 타격은 있다. 역시 소수정권이다. 여당이고 다수당이지만 과반을 가지지 못했기에 한계가 있다. 그런 상황이 앞으로 3년은 더 이어져야 한다. 신뢰를 가지기에는 아직 너무 미약하다. 그런데 그렇다고 대안으로 야당을 지지하자니 하는 짓거리가 너무 어이없고 괘씸하다. 그러면 과연 그 결과는? 굳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절박하지는 않다. 말했듯 당면한 현안들에 대해 국민 자신이 그렇게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사안이다.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일 수 있지만.


도대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무슨 생각으로 부결시켰는지 모르겠다. 바른정당은 아마 MB정부시절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을 수사하는 것에 반감을 가진 모양이다. 국민의당은 그냥 반문이다. 국민의당 절반이 반문이다. 다른 것은 없다. 너무 속이 뻔히 보이는 것들이다. 재미있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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