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를 따지는 상대에게는 이치로 대하는 것이 맞다. 합리와 논리로써 대항하는 상대에게는 합리와 논리로써 맞서는 것이 옳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자기 고집만 내세우려는 상대라면 과연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자기 고집을 정의라고, 이치이고 논리이고 합리라고 믿는 상대라면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수밖에 없다.


그동안 야당이 보여온 모습들을 떠올려보라. 야당이 정부에 반대할 때 어디에 이치가 있었고, 논리가 있었고, 합리적인 이유와 명분이 있었는가. 자기들이 한 말도 뒤집고, 자기들이 주장한 것들도 부정하고, 그것이 왜 어째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하고 일관된 설명조차 없었다. 그냥 현정부가 하니까 반대한다. 문재인 정부가 하려는 일이니 반대한다. 어떻게든 반대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높은 지지를 꺾고 나아가 국정의 동력을 약화시킨다. 그를 위해서라면 다른 나라에서 그 나라의 이익과 입장을 위해 자기 나라의 외교전략을 공격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래서 정의당이 헛다리 짚었다 하는 것이다. 노회찬은 그래도 대중정치인으로서 나름대로 읽은 바가 있어서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과연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야당과 언론의 공세에 밀려 김기식을 낙마시켰을 때 정부가 아닌 정의당 자신 - 아니 그보다는 정의당이 추구하는 진보적 가치에 있어 어떤 유리한 점이 있겠는가. 그를 통해 얼마나 자신들이 추구한 진보적 가치와 정의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김기식이 안되면 다른 인물도 안된다. 야당과 보수언론이 반대하는 어떤 인물도 임명할 수 없다. 판을 봐야 한다. 지금 이것이 명분과 논리로 하는 싸움인가, 아니면 단지 힘으로 부딪히는 우악스런 막싸움인가. 여기까지 왔으면 답은 너무 명확하다. 힘으로 꺾고 정부의 우위를 확인한 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


최소한 양보하는 모습이라도 보였으면. 아주 조금이라도 서로 타협하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그러나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하는 동안에도 정작 대통령의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자기 할 말만 하고 그에 대한 결론조차 아전인수로 끼워맞추려는 것이 지금의 야당이다. 그래도 행정부의 수반인데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조차 없었다. 그런 야당을 상대로 그 반대를 무릅쓰고 청와대가 하고픈 정치를 해야만 한다.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하다면 그때는 결국 힘으로 밀어붙여 앞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동안 결과로써 그것을 증명해 왔었다. 야당은 반대했고 정부는 그때마다 오히려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인사에 있어서도 야당이 반대한 인사 가운데 지금 문제가 되는 인사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야당이 못한 것도 있지만 그만큼 정부가 잘 해 온 탓이다. 그렇게만 하면 얼마든지 국민의 지지는 다시 돌아오게 된다.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의 첫업무가 그래서 중요하다. 당장 이슈가 되고 있는 삼성증권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가 이후 정부를 위해서라도 중요한 시금석이 되어 줄 것이다. 강한 개혁의지와 그만큼이나 선명한 성과만이 야당과 언론의 공격으로 흔들린 민심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 야당의 반대가 얼마나 터무니없고 말도 안되는 것들이었는지 증명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김기식 자신인 것이다.


하여튼 진보정당의 나쁜 버릇이 또다시 도졌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하면 그 지지가 자기들에게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좌초되면 그 다음 기회는 더 선명한 진보정당인 자기들에게 돌아올 것이라 여전히 믿고 있는 모양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에 움츠렀다가 기회가 되었다 싶으니 예전 버릇이 나오고 만다. 하긴 그렇게 매번 질리지도 않고 반복하니 버릇이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의혹같지도 않은 의혹들이 반복되고 있다. 양산도 아니다. 그냥 동어반복이다. 의원 출장에 동행했다길래 여성인턴이지만 꽤 유능하고 신임받고 있구나 생각했었다. 어차피 기부하지 않았어도 연구소장으로 임명되었으면 받게 되었을 월급이기도 했다. 퇴직금과 여행은 인정에 해당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똑똑한 놈들이 얼마나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가 언론의 기사를 보며 새삼 깨닫게 된다.


하긴 굳이 밖에서 걱정할 필요 없이 문재인 정부가 알아서 잘 할 것이다. 벌써부터 야당으로부터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감위원장으로 임명하는데 문제가 되는 사안이라면 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도 충분히 문제가 되어야 한다. 역시 꼼수는 정수로 받는 것이다. 기계는 정공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어차피 달말이면 남북정상회담으로 다른 소리 할 여유도 없다. 웃으며 지켜본다. 그냥 같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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