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도 노동자다. 임원들 역시 노동자다. 놀고 먹는가? 아니다. 일하라는 자리다. 오히려 일반노동자보다 더 크고 더 중요하고 더 가치있는 일들을 하라고 그 많은 연봉에 예우를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가 위태로워졌다. 누구의 잘못인가.


노동생산성은 노동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노동력과 임금은 상수다. 한 사회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당연히 노동자의 임금 역시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면 높아진 임금수준에서도 더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이다.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하고서도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한다. 그래서 경영자에게는 고위임원들에게는 막대한 급여와 각종 예우가 주어진다. 노동자를 징계할 수 있는 권리까지 주어진다. 그런데 망했다.


하기는 나라가 망했는데도 조선왕실은 일본제국 황실의 일원이 되어 떵떵거리고 잘만 살았다. 여전히 일본제국으로부터 막대한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예우받으면서. 백성들이야 어떻게 되었든. 양반들도 그래도 양반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대마불사란 높은 자리에 있으면 책임으로부터도 면제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마음껏 말아먹고 망쳐놓아도 정작 자신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노동자들이야 시키는대로 주어진 일이나 열심히 했을 뿐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정규직 노조야 그렇다 치더라도 파업조차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무슨 그렇게 큰 잘못이 있었겠는가. 그러나 책임은 이들이 진다. 경영을 잘못해서, 분식회계로, 혹은 낙하산으로, 그렇게 부당한 이득을 챙겨왔던 이들은 여전하다. 그러고서도 기업을 살리기 위해 노동자더러 희생하라.


국민의 잘못이다. 국민이 그렇게 길들여 왔으니까. 국민이 그렇게 가르쳐 왔으니까. 시시비비를 판단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 나라경제를 살려야. 기업을 살려야. 그러니 노동자가 죽어야. 자신은 노동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자신과 상관없는 노동자들은 얼마든지 죽어도 된다. 여론은 항상 노동자의 반대편에 있었다. 나라경제가 어려우니 너희들이 죽으라. 시작을 누가 했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책임은 국민이 진다.


어째서 나라경제가 이토록 어려운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니까. 노동자들에 책임을 떠넘기면 되니까. 경영 잘못해서 손실이 나면 경영자나 임원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지운다. 국민은 그것을 지지한다. 그렇게 하라고 실제 행동에 옮기기도 한다. 경영을 잘해야 할 동기가 사라진다. 그냥 적당히 내 이익만 챙기다가 안되면 정부의 지원이나 받으면 된다. 노동자 해고하고 임금을 깎으면 된다.


말하기도 싫다. 여기서는 이래도 된다. 정부의 탓만이 아니다. 기업의 탓만도 아니다. 여론이 그렇다. 국민의 생각이 그렇다. 너무 오랜 싸움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지쳐갔다. 강성노조가 어디 있는가. 그래도 노동자 때문이다. 나는 노동자가 아니다. 피곤타.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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