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서울역 노숙자가 와서 최신형 노트북을 팔려 한다. 당연히 의심해 봐야 한다. 그럴 능력이 안되어 보이는데 상당한 가치의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면 충분히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들여서는 심지어 보증서까지 위조해 다른 사람에 팔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과연 장물인 걸 모르고 샀으니 자신들도 단지 피해자일 뿐이라는 주장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지난 대선을 기억한다. 선거운동 막바지에 녹취록을 들고 나와 국민의당 인사들이 어떤 식으로 미디어등을 통해 흘리고 있었는가를. 지금도 당시 국민의당에서 내놓은 성명등을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기정사실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이 여러 경로로 확인했노라 주장하고 있었다. 복수의 증인에게 확인을 거친 명백한 사실로 검찰조사가 시작되면 문재인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었다. 실제 당시 녹취록에 대해 그와 같은 검증을 거쳤다면 지금과 같은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을까?


언론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더 나쁜 놈들이 이놈들이다. 사실확인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파슨스에 다녔던 실제 문준용씨의 동문들을 찾아가 확인했다면 당시 이미 녹취록에 대한 진위여부를 언론이 먼저 밝힐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것들은 아무 검증없이 있는 그대로 마치 사실처럼 받아쓰며 보도하고 있었다. 검찰조사가 나오고 나니 그제서야 몰랐다는 듯 호들갑을 떨어대며 국민의당을 비판한다. 아니 그 와중에도 국민의당과 안철수는 어떻게든 구해내려 벌써부터 수작들을 부리고 있다. 언론이 버릇을 잘못들였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한겨레, 경향, 오마이, 뉴스룸 등 신뢰도 높은 진보언론들마저 그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제 자신들은 무슨 짓을 해도, 심지어 광화문 광장에서 똥을 싸고 스트리킹을 해도 언론이 지켜줄 것이다.


참 어이가 없다. 자신들이 말한 그것들을 직접 실천에 옮겼어야 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최초로 녹취록을 받아든 것이 5월 3일이었다고 하니 시간적으로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다. 공당으로서, 그리고 언론으로서 그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방기했다. 아주 최소한의 사실확인조차 않은 채 그저 자기들에 유리한 내용을 공개하기에 급급했다. 그 과정에서 허위와 과장까지 섞이고 있었다. 바로 자신들이 한 것이었다.


민주당은 공격을 그만두라. 불난 집에 휘발유를 붓고 있다. 누구를 향한 것이었던가. 어디를 향한 것이었던가. 누가 피해자인가. 자기들은 피해자다. 모르고 당한 그저 피해자일 뿐이다. 장물인 줄 모르고 샀을 뿐이다. 일개 개인이라면 확인할 수단도 경로도 마땅치 않으니 그럴 수 있다 하겠다.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5%에 지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었다. 솔직히 바보라 생각했었다. 반성하는 중이다. 웃기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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