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나라의 방연이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포위하자 제나라의 장군 전기는 손빈의 제안을 받아들여 방연의 본국인 위나라를 공격한다. 본진인 위나라가 공격당할 위기에 놓이니 어쩔 수 없이 방연은 포위를 풀고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조나라를 구원하러 가면 위나라군대보다 더 먼 길을 더 늦게 이동해야 하니 위나라 군대가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제나라 군대를 요격할 수 있다. 하지만 위나라를 미리 포위하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위나라 군대가 뒤늦게 포위를 풀고 돌아와야 하니 미리 유리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위나라 군대를 섬멸할 수 있다. 원래 위위구조의 다음은 그래서 반객위주로 가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궁지에 몰렸다. 연이어 대통령 박근혜와 관련한 추문이 터져나오면서 여당이던 새누리당까지 함께 국민적 분노 앞에 알몸으로 노출되다시피 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도무지 출구가 없었다. 당장 야당에 협력해서 탄핵을 통과시켜고 그 책임을 벗어날 방법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래서 박지원이 퇴로를 열어준다. 개헌하자. 새누리당과 함께 손잡고 개헌하자. 개헌만 하면 모두에게 면죄부를 주겠다. 자기가 무슨 예수다. 면사첩을 만들어 뿌리던 선조다. 개헌이라는 명분을 쥐어준다. 탄핵이라는 이슈에 정면으로 대응하기보다 개헌이라는 민주당이 받아들이기 껄끄러운 이슈로써 역공을 펼친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현행헌법이고 지금의 헌법을 바꾸는 것이야 말로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개헌이라는 이슈를 선점하고 오히려 민주당을 압박한다. 만일 이대로 저들이 주장하는대로 개헌에 합의하게 된다면 주도권은 야당인 민주당이 아닌 새누리당에게로 넘어간다.


헌법이 잘못되었다. 헌법이 문제였다. 그래서 자신들이 심판의 주체가 되어 대상인 헌법과 대통령을 개헌과 탄핵으로써 심판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오히려 그것을 반대하고 거부하다가 뒤늦게서야 따라오고 있었다. 자신들이 승자이고 자신들이 전리품을 나누어가질 공신들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대로 탄핵정국이 이어간다면 수혜자는 당연히 제 1야당인 민주당일 것이었다. 그래서 판을 뒤집는다. 개헌을 통해 민주당을 대상으로 객체로 바꿔 놓는다. 어느샌가 박근혜와 최순실마저 뒷전이다. 대놓고 말한다. 탄핵보다 개헌이 더 중요하다. 최순실보다 개헌이 더 중요하다는 김무성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자신들이 정국의 주도권을 가지겠다. 물론 헌법 역시 자기들 입맛대로 만들고 말 것이다.


그러자는 촛불이던가. 그러자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이 추운 날 거리로 나선 것이던가. 하지만 상관없다. 투량환주, 서까래를 훔쳐서 대들보와 바꾼다. 국민의 여론을 훔쳐서 개헌정국으로 만든다. 머리는 좋은데, 그래서 내가 똑똑한 놈들 싫어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마저 자기들 머릿속에서 산수로 풀어 놓는다. 그리 정의와 진보를 말하던 한겨레와 경향의 논조를 보라. 탄핵만 할 수 있으면 개헌도 상관없다. 그들의 속내는 무엇인가.


과연 헌법의 문제인가. 그런데 헌법은 행정부를 견제할 3부의 하나로 입법부인 국회를 정의하고 있었다. 국회가 감시했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견제하고 비판했어야 했다. 그래서 여당의 국회의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야당에서 진실을 밝히려 했을 때 - 하긴 국민의당도 국감 증인선정에서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준 전력이 있었다. 헌법의 문제인가 그 헌법대로 하지 않은 사람의 문제인가.


넘어가는 놈들이 병신인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일부러 넘어가지 않고 어떤 비판과 비난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이라는 유력대선후보와 그를 지지하는 당내 최대계파가 그 든든한 배경이 되어 준다. 국민의 지지가 그들에게로 향하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의 개헌주장을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이유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개헌을 하더라도 탄핵하고 나서다. 먼저 탄핵정국을 마무리짓고 개헌은 차근히 신중하게 접근해간다. 혹시나 개헌을 빌미로 탄핵을 늦추려는 것은 아닌가. 감시를 소홀히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웃기는 것들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