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조작된 녹취록을 근거로 논평을 내면서 가장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은 당연히 그 대상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였다. 문준용씨의 취업특혜의혹을 아예 파슨스 동문의 증언까지 조작해가며 기정사실화시켰고 그 결과 문준용씨는 유력대선후보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몇 일동안 거의 모든 미디어를 통해 인격살인에 가까운 난도질을 당해야 했었다. 공당의 발표이기에 믿고 문준용씨에 대한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고 비난을 쏟아낸 국민도 적지 않았거니와 그로 인해 고통받았을 문준용씨 개인과 가족을 생각하면 정말 치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그 문준용씨의 아버지가 바로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다. 결국 유력대선후보로서 지지율에서 앞서가던 문재인 당시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해 녹취록조작과 폭로라는 강수까지 쓰게 된 것이었다. 첫논평이 나간 5월 5일 이후 선거가 치러진 9일까지 국민의당이 그를 근거로 문재인을 향해 퍼부어댄 국민의당의 공식 비공식 논평들은 막말이라는 말도 고상하게 들릴 정도의 것들이었다. 아무리 다른 당이고 선거에서 경쟁하던 상대라 할지라도 조작된 증거를 근거로 개인의 인격과 명예에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말들을 퍼부어댔다면 그에 대한 최소한의 미안한 감정은 가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국민의당은 그 시작부터 문재인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이념삼아 출발했던 정당이기는 하다.


그리고 그 다음이 공당의 무책임한 폭로로 인해 유권자로서 자신의 선택을 방해받아야 했던 국민들이어야 했을 것이다. 국민이 가장 중요하지만 결국 세 번 째다. 하긴 언론 가운데서도 그 사실을 지적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사실이 처음 밝혀졌을 때도 그토록 많은 이들이 큰 지지와 신뢰를 보냈던 언론사 JTBC의 '뉴스룸'조차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아닌 그런 잘못된 선택을 해야 했던 안철수를 동정하는 논평을 내놓았을 정도였다. 보다 큰 정치를 위해서는 사소한 개인의 피해는 어쩔 수 없다. 정치인이고 정치인의 가족이라면 그 정도 피해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하물며 대통령까지 되지 않았는가. 대통령의 가족이 되지 않았는가. 과연 현대민주주의 국가에서 아무리 정치인의 가족이라고 개인의 인권을 어떻게 여기는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선거를 위해 필요했으니까. 안철수가 이기는 것이 자신들이 보기에 정의에 더 가까웠으니까. 아직도 대통령으로 문재인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인 인사권마저 부정하며 대통령이 실패하도록 최대한 모든 것에 반대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그 과정에서 녹취록이 조작되었어도 국민의 여론은 정치인으로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하지만 상대당의 정치인과 가족에 대해서까지 미안함을 느낄 필요까지는 없다. 예외가 없다. 국민의당 소속 정치인 가운데 그 점을 지적하고 반성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원래 안철수를 바라보고 국민의당에 몸담았을 정도라면 인격적으로도 알만하다 여겼었는데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다. 상당히 진보적인 성향의 인사들조차 인권감수성이 바로 이 수준이다.


그런데 이런 정당이 집권당이 되었다면. 다수당이 되어 국정을 주도하는 위치에 섰다면. 그러면서 밝혀진 사실이 자신이 연 희망토크에서 불리한 질문을 했던 참가학생의 신상을 파악하려 시도한 사실이었다. 자신들을 지지하는 국민만이 국민이다. 자신들과 같은 편에 선 국민만이 마땅히 인정하고 존중해야 할 국민이었던 것이다. 문준용씨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이라서가 아니었다. 국민의당도 그리고 언론도 인간을, 개인을 대하는 자세가 원래 그랬던 것이었다. 정치적으로 필요하니까 그런 정도는 어쩔 수 없다. 당사자의 신분과 환경이 그런 정도는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한국사회는 어디까지 미쳐있는 것일까? 저런 것들이 원내 3당이고, 그런 사실을 하나 지적하지 않는 것들이 언론이고 기자들이라 하고 있다. 하긴 그래서 기레기들이다. 정상이라면 먼저 그것부터 지적하고 비판했어야 했다. 비판하기 전에 먼저 그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어야 했다. 오히려 화를 내고 있다. 협박을 일삼고 있다. 그것을 또 잘한다고 그대로 받아쓰기해서 기사로 내보내고 있다. 국민의당을 위한 행동이 아니다. 관성 이전에 그냥 현정부에 상처를 입히고 싶은 욕구다. 진보라는 말은 최소한 언론 앞에 써서는 안되겠다. 참담한 심정이다. 저것들을 지지하는 국민이 아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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