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그러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1392년 조선왕조가 시작되고, 1897년 대한제국이 선포되었다 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하나의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지금 대한민국의 역사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바로 '건국절'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이다.


사실 불과 얼마전까지도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된 것을 가리켜 건국이라 말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었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입시정부의 정통을 계승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이전의 대한제국의 정통을 이어받는다. 단지 그 연장선상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명실상부한 우리의 정부가 1948년 8월 15일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마침내 시작되었다. 그런데 왜 문제가 되는가? 1948년 8월 15일이야 말로 대한민국 역사의 시작이라 주장하는 이들 때문이다.


이전의 역사는 부정한다. 1948년 이전 한반도에는 정부가 없었다. 정확히 국가라 할 만한 것이 없었다. 대한제국이 일본에 합방되면서 한반도의 독자적 역사는 단절되었다. 1948년이야 말로 대한민국 역사의 시작이고 대한민국의 모든 정통성은 그로부터 비롯된다.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가 독립운동에 대한 것이다. 나라가 없는데 독립을 위해 싸운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라가 생기고서야 비로소 애국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다. 반공이 곧 애국이다. 괜히 이승만을 국부로 떠받드는 것이 아닌 것이다.


태극기 집회로 인해 태극기에 대한 인상이 전과 달라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라 할 수 있다. 나라의 상징인데 정작 태극기를 보는 것이 불편하고 꺼려진다.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수립되었으니 건국일이 맞는데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이 대한민국 역사의 시작이라 하니 도저히 동의하기 어려워진다. 그냥 건국일은 무시하다. 건국절에 대한 반발이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의 의미마저 퇴색시켜 버린다. 도대체 뭐하자는 놈들인가.


사실 그 문제만 아니면 굳이 대한민국의 건국이 언제냐를 가지고 아웅다웅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로부터 비롯되고, 그러나 공식적인 정부수립일은 해방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공인받은 바로 그 날이다. 그러니까 명분의 문제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건국을 위해 싸웠던 모든 이들에 대한 예우의 차원인 것이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독립을 방해했던 그들에 대한 평가와도 관계가 있다. 아주 더러운 놈들이 더러운 의도로 역사를 오염시키고 있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정하든 말든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멀리 고조선부터 고려, 조선, 대한제국,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거쳐서 현재의 대한민국 정부로 이어진다. 그래서 임시정부인 것이다. 아직 정식 정부는 아니니까. 다만 역사의 정통은 그렇게 이어진다. 그 사실만 인정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진짜 수준낮은 저차원의 논쟁이라고나 할까?


엄밀히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 대한민국 독립선포일인 것도 아니다. 모두 알 것이다. 정작 대한민국의 독립선언은 그보다 전인 1919년 3월 1일 명월관과 파고다공원에서 이루어졌다. 역사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독립선언일이 건국일이면 그때부터다. 또 하나 논란 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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