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당장 굶고 있는 사람에게 먹던 빵이라도 한 조각 쥐어주면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다. 폭우가 쏟아지는데 비를 맞는 이를 보고 집안으로 들이지는 못해도 처마에서라도 비를 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역시 아무것도 않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을 한 것이다. 직접 독립운동에 뛰어들지는 않았어도 독립운동가가 숨은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신고하지 않았다면 역시 독립운동을 도왔다 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논리다. 모든 생명은 같다. 그러므로 개나 고양이도 소나 돼지처럼 죽여서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생명이 같지는 않다. 그나마 개나 고양이는 인간과 더 가까운 동물이므로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대우해야 한다. 소나 돼지도 죽여서 잡아먹으므로 개와 고양이도 그렇게 하자는 주장과 개와 고양이는 그나마 소나 돼지와 다르다 주장하는 두 부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더 많은 생명을 죽이는가? 


물론 고기를 먹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어떤 고기를 먹을 것인가는 어찌되었거나 개인의 기호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미 법은 인간이 먹어서는 안되는 동물을 정해서 보호하고 있다. 심지어 법을 어기면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을 처벌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인간은 고기를 먹지만 그럼에도 먹어도 좋은 고기를 가릴 수 있어야 한다. 죽여서는 안되는 동물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 대상으로 인간과 정서적으로 깊은 유대를 맺고 있는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까지 포함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고양이와 함께 살아보니 알겠다. 내게 가족과도 같은 고양이가 설사 나와 전혀 상관없는 고양이라 할지라도 도살되어 누군가의 뱃속에 들어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가를. 개라면 어떨까? 동의하는가의 여부와 상관없이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차피 그동안 보호동물을 지정해서 인간이 함부로 죽이거나 먹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인간의 자의에 의한 구분이고 결정이다. 인간의 양심이 그래서는 안된다 강제한 탓에 그리 정해진 것이다. 바로 자신들의 양심이 그리 주장하고 있다면 그렇게 따라야 한다. 그마저도 부정해야 하는가.


개고기를 반대하려면 쇠고기나 닭고기도 반대해야 한다. 일본제국주의에 반대했다면 조선총독부의 지배 아래 있는 한반도를 벗어나 만주에서 무장투쟁이라도 했어야 한다. 굶고 있는 사람이 그리 불쌍했다면 손에 쥔 빵조각이 아닌 지갑을 꺼내 제대로 된 식사를 대접했어야 하는 것이다. 아니라면 위선이고 모순일 뿐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인터넷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완결된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선험적으로 정의된 틀을 벗어난 무엇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생선을 먹는다고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는 것과 같다.


모든 생명이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생명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같은 사람이지만 전쟁이 나면 적국의 병사를 오히려 사명감을 가지고 총으로 쏘아 죽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굳이 개나 고양이까지 죽이지는 말자. 개나 고양이까지 먹을 필요는 있겠는가. 사실 그리 맛도 없다. 굳이 개나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먹을 고기는 넘쳐난다. 그렇게 시작한다. 개나 고양이에서 혹은 더 많은 다른 동물에게로. 무엇이 문제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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