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오래전 후배녀석과 논쟁한 적이 있었다. 과연 언제부터 PC의 게임성능이 가정용게임기의 그것을 넘어서고 있었는가. 필자의 경우 처음부터 PC의 게임성능이 가정용게임기보다 우월하다 주장했었고, 훨씬 오래전부터 가정용게임기로 게임을 즐겨온 후배는 원래는 가정용게임기가 PC에 비해 우월했다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면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사실 둘 다 맞다. 그리고 둘 다 틀리기도 하다. 당장 1990년대 초반까지도 하드 없이 플로피디스크만으로 구동되는 개인용컴퓨터가 적지 않았다. VGA는 커녕 EGA조차도 아닌 CGA의 4색이 전부인 시스템마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레 비하면 당장 1985년에 출시된 닌텐도의 패밀리만 해도 25색을 사용할 수 있었고, 1990년 출시된 슈퍼패미콤은 256색에 축소확대회전까지 다양한 효과까지 구현할 수 있었다. 동시대 경쟁기종이었돈 세가의 마크3나 메가드라이브 역시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과연 그 차이가 너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그런데 한 가지 함정이 당시 - 아니 2000년대까지도 대부분의 TV들은 아날로그방식이었고 그 해상도가 320*240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가정용게임기는 TV를 디스플레이로 사용한다. 반면 이미 1980년대 초부터 IBM이 제안한 PC는 그보다 거의 4배 가까운 640*400이라는 고해상도 환경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당연히 그래픽 해상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그래픽연산의 부하도 커지게 된다. 더 높은 해상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것들을 양보하고 희생해야만 한다. 지금도 더 높은 해상도에서 게임을 구동하려면 많은 부분 옵션을 타협하지 않으면 안된다.


당장 1987년 IBM이 발표한 VGA만 하더라도 320*200의 해상도에서는 슈퍼패미콤과 같은 256칼라를 동시에 출력할 수 있었지만 원래 해상도인 640*480에서는 16칼라만을 겨우 구현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슈퍼패미콤이 발매된 1990년 역시 IBM이 발표한 XGA는 무려 800*600 해상도에서 1600만 칼라를, 그리고 1024*768 해상도에서는 65536색을 구현하고 있었다. 다만 이 VGA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추가로 들어야 했다. 슈퍼패미콤 한 대만 사면 모두 들어있는 사운드칩조차 외장카드의 형태로 따로 구입해서 달아야 했던 것과 같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외장그래픽 없이 내장그래픽만으로 구동하는 컴퓨터의 게임성능은 가정용게임기의 그것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보급형 엔트리급 그래픽카드의 성능마저 가정용게임기의 그것에 미달하는 겨우마저 적지 않다. 가정용게임기의 성능을 뛰어넘으려면 그만큼의 추가적인 지출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즉 더 많은 돈과 수고를 들여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한다면 개인용컴퓨터는 가정용게임기의 게임성능을 넘어설 수 있다. 반면 최소한의 부품만으로 구성된 컴퓨터라면 가정용게임기의 게임성능을 따라갈 수 없다. 서로 경험한 것이 다른 것이다. 거의 하이엔드에 가깝게 부품을 구성한 컴퓨터를 직접 보았던 필자로서는 가정용게임기보다 훨씬 월등한 성능의 PC를 떠올릴 수밖에 없고, 최소한의 부품만으로 구성된 저가의 컴퓨터만을 보았던 후배는 동시대 훨씬 화려한 그래픽과 연출이 가능했던 가정용게임기의 우세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항상 같은 상황은 반복되어 왔었다. 닌텐토의 패밀리와 세가의 마크3, 그리고 슈퍼패미콤과 메가드라이브, 이어진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 새턴까지. 아니 한 번 가정용게임기가 PC보다 기술적으로나 성능적으로 앞서 있던 때가 잠시 있기는 했었다. 바로 플레이스테이션이 출시되고 부두2가 대중화되기까지 1994년부터 1996년까지다. 하지만 그렇다고 확실하게 자신하기는 어려운 것이 그로부터 2년 뒤인 1998년 발매된 롤플레잉게임 '마이트앤매직6'에서 굳이 3D카드의 하드웨어가속을 빌지 않고서도 CPU의 연산만으로 방대한 오픈월드를 구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두2를 통해 처음으로 외장 3D그래픽카드라는 것이 일반화된 것이지 이미 그전에도 CPU의 막강한 연산력을 활용한 3D게임이 적지 않았다. 전문젹인 외장 3D그래픽카드가 일반화된 뒤에도 그 구현 목적과 동기에 따라 그 방식이 갈리기도 했었다.


이를테면 앞서 언급한 마이트앤매직의 경우는 방대한 오픈월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스퀘어의 '파이날판타지'시리즈들은 스토리를 따라가며 만나는 협소한 세계만을 구현하고 있었다. 굳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직접 경험하게 될 부분들을 제외한 나머지를 위해서 한정된 하드웨어의 자원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당장 게임 유저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체험적인 영역만이 중요했다. 그에 비하면 PC용 게임개발자들은 무모할 정도로 많은 것들을 게임에 담아내려 했었다. 아마 그 차이가 콘솔의 전성기 세계의 게임을 주도하던 일본의 게임개발사들이 지금 미국의 게임개발사들에 밀려 그 존재감마저 미미해진 이유이지 않을까. 하드웨어의 한계가 더 넓어진 지금 더 넓어진 환경을 충실히 활용할 수 있는 개발사들에게 더 유리해진 것은 굳이 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다. 어쨌거나 그같은 경험의 차이들도 편견과 오판의 한 요인이 되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최근에 와서야 가정용게임기의 게임성능을 PC가 비로소 뛰어넘었다고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기 시작한 것인가. 그것은 과거 어느때보다 가정용게임기들에 불리해진 현재의 게임환경과 직접 관계가 있다. 앞서도 말했듯 과거의 가정용게임기들은 320*240의 아날로그TV를 디스플레이삼아 게임을 구현했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가 PC의 게임들은 대부븐 640*480이상의 환경에서 구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디지털TV가 일반화되면서 가정용게임기 역시 PC와 크게 다르지 않은 최소 1280*720 이상의 HDTV를 디스플레이로 삼아 게임을 구현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예 1920*1080의 FHD가 일반화되어 있다. 같은 디스플레이환경에서 PC와 경쟁한다. 그동안 서로 다른 환경으로 인해 보이지 않았던 차이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PC와 마냥 성능경쟁을 하기가 어려운 것은 태생적으로 가정용게임기가 추구하는 그것이 PC와 전혀 달랐다. 최소한의 전력과 부담되지 않는 크기 안에 게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집중시켜야만 했었다. 얼마든지 더 큰 케이스에 더 큰 용량의 파워서플라이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던 PC와 전혀 다른 방향을 지향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도 최고의 하이엔드 컴퓨터들은 기괴할 정도의 덩치와 상상을 초월한 가격을 자랑한다. 구매자가 부담없이 가정용게임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가격도 신경써야지만 한다. 그래도 과거에는 환경의 차이로 어느 정도 눈속임이 통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어렵다. 그러면 가정용게임기는 이제 PC에 밀려 도태되는 것인가.



나머지는 다음에. 벌써 글이 너무 길어졌다. 자료없이 쓰는 글이라 체력의소모가 크다. 내일일지 모레일지. 일단 킵.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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