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지금 직장도 내가 원해서라기보다 당시 선택지가 달리 없었기에 지원해서 들어온 것이었었다. 무엇보다 체력에 자신이 없었다. 어느새 나이는 40을 훌쩍 넘어가는데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다 보니 과연 제대로 일을 할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몸상태가 엉망이었었다. 시도때도 없이 허리도 아프고, 고관절도 쑤시고, 심지어 팔꿈치와 무릎마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러니까 구인사이트를 뒤지면서도 과연 이 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부터 생각하게 되니 선택지는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 상태로도 할 수 있으면서 급여도 적당한 일이 뭐가 있을까? 당시 최저임금 수준으로 그렇지 않아도 고정지출이 많은 내게 맞는 일을 찾기란 역시 쉽지 않았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지금 일이었었다.
그리고 대략 3년 정도 흐른 모양이다. 지난 3년 동안 열심히 운동도 하고 병원에 다니며 체형교정도 하면서 건강 만큼은 어지간히 젊은 친구들과 비교해서도 자신이 생길 정도가 되었다. 젊은 직원들조차 지쳐서 버거워 하는 상황에서도 그래도 비교적 생생하게 맡은 일을 처리하는 자신의 모습에 때로 감탄도 하게 되었다. 지금 상태라면 어지간히 체력을 요구하는 일도 거뜬히 해 낼 수 있겠다. 구인사이트에서 일정 이상의 체력을 요구하는 내용을 보면서도 웃는다. 나름대로 세 자리 수 무게로 운동을 하는 처지이다 보니 그런 정도는 어쩐지 가벼울 듯하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최저임금도 크게 오르면서 어지간해서는 거의 대부분 내가 필요로 하는 최저 금액은 충족하는 정도가 되고 있었다. 물론 직접 면접까지 보고 나야 결론이 나오는 것이겠지만 이래서야 내가 골라서 지원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래서 내가 최저임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것이다. 더불어 노동시간 단축도 적극 지지했던 것이었다. 칼퇴근이야 말로 지금 내가 자신하는 체력의 원천이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퇴근하고, 혹은 출근하기 전에 꾸준히 쉬지 않고 운동을 통해 비틀린 최형도 교정하고 체력도 키운다. 그 결과 무슨 일을 해도 자신이 생길 만큼 체력이 만들어졌는데, 더구나 아무 일을 해도 내가 필요로 하는 급여조건에 맞으니 선택지는 더 넓어만진다. 워낙 그렇게 곱게만 살아온 삶이 아니었기에 일을 딱히 가리지 않는다. 오만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들을 다 겪어 봤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할 수 있는가 없는가, 그리고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가 없는가. 그런 점에서 워낙 사람이 없어서 나이제한도 없는 일자리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일단 사람이 정상적인 생활은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오랜만에 여유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운동도 더욱 열심히 하고, 잠도 더 열심히 자고, 게임도 더 열심히 하고, 책도 더 열심히 읽고, 그동안 일이 편한 만큼 몸도 정신도 피곤하기만 한 지금의 일로 인해 일상에 여유가 거의 없다시피 했었다. 저 모순을 이해할 정도가 되면 그 삶도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 두 어 달 놀려고 마음먹고 있다. 다행히 권고사직의 형식을 취한 터라 실업급여도 당분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도 제법 되고. 원래 내년의 일조차 쉽게 장담하지 않는다. 언제고 이런 날이 올 것을 대비하고 있었다. 어차피 오래 할 일도 아니었고, 그만큼 이직도 잦은 곳이었었다. 순리를 따르게 되었다고나 할까.
건강이 더욱 소중함을 느끼고 지금의 건강에 대해 고마운 마음까지 가지게 된다. 역시 살면서 남는 것은 건강 한 가지 뿐이다. 아마 3년 전에도 건강관리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했다면 더 나은 조건의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만두고 나서도 어디서 일했다 경력으로 삼을만한 일을. 가장 아쉽게 여기는 부분이다. 항상 후회하던 부분이기도 했고. 지금이야 매년 가슴사이즈 넓어지고 허벅지 둘레 커지는 것이 옷을 새로 사야 하는 걱정으로 돌아올 정도다. 나 자신도 좋아지고 시절 또한 좋아지고. 그래서 또한 투표도 잘해야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올라갔으면 알량한 내 자격증도 의미를 가질 텐데. 지금도 급여수준이 업무강도에 비해 너무 낮다. 다만 당시에는 체력적인 문제로 여러가지로 버거웠었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