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기로도 휴가 도중 피치못할 사정이 생기면 굳이 복귀하지 않고도 부대장에게 바로 연락해서 허락만 받으면 그대로 휴가를 영장할 수 있도록 규정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 추미애 장관의 아들과 관련해서 의혹이 불거져 나왔을 때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고 그냥 지나쳤던 것이었다. 그런데 설마 이렇게 오래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줄이야.

 

굳이 군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그냥 일반의 상식에만 비추어 생각해봐도 바로 답이 나올 사안이란 것이다. 병사가 휴가를 갔다. 그런데 휴가 도중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서 복귀를 못하게 생겼다. 그런데도 과연 무조건 일단 복귀부터 하고 봐야 하는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만일 복귀할 수 없는 사정이 생기면 부대장에게 먼저 보고부터 하고, 부대장은 절차를 밟아서 휴가연장의 불가피성에 대해 판단한 뒤 바로 허가를 내주면 되는 것이다. 다만 휴가는 부대장의 재량에 속하는 영역이기도 하기에 절차를 다 밟지 않았더라도 규정을 넘어서는 정도가 아니라면 임의로 처리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군생활 해 본 사람은 거의 알 것이다. 포상휴가도 일정 기간 이내라면 부대장이 바로 보낼 수 있다.

 

그래서 실제 수술을 했고 후유증이 있었는가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다. 수술을 했고 후유증으로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기에 보좌관이 절차를 물어서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했고 사전이든 사후든 그를 통해 부대장이 휴가연장 결정을 내렸다. 그것도 새롭게 규정에 없는 휴가를 더해 준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휴가 가운데 차감하는 청원휴가 형태로 연장해 준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과정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이 있었다면 하필 휴가연장과 관련한 규정을 물었던 것이 추미애 당시 의원의 보좌관이었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추미애 장관이 당시 직접 전화를 걸었다면 그데 더 문제가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다. 부대장 자신이 어떤 외압도 없었다 말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군대 갔다 온 입장에서 - 그것도 사람 가치를 똥보다 좀 낫게 여기던 90년대 군대 갔다 온 입장에서도 도대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는 일 가지고 벌써 1년 가까이 이토록 시끄럽다고 하는 것이다. 설사 규정에 어긋나는 행동이 다소간 있었더라도 그것이 이렇게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 만큼 중대한 문제이기는 한 것인가. 아마 나였어도 입대 이전 이미 수술을 받았고, 그 후유증으로 당장 복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어찌되었거나 부대에 연락을 해서 휴가연장을 요청했을 것이고, 아마 내가 있던 부대 중대장이었다면 기꺼이 그 요청을 받아들여 주었을 것이다. 좀 싸가지가 개싸가지이기는 했는데 이런 일로 괜히 병사들 서운하게 만들고 하던 부대장은 아니었었다. 그래서 추미애 장관이 외압을 행사해서 규정에 없는 휴가를 보낸 정황이 나왔는가면 그것도 아니고 단지 절차 가운데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는 정도가 고작이다. 추미애 장관 측은 모든 자료를 다 보냈고 다만 부대에서 그 자료들을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러니까 그게 도대체 왜 그리 큰 문제가 되느냔 것이다.

 

더 어이없는 것은 추미애 장관 아들을 통역병으로 보내라는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인데, 그런데 외압이란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하는 주장인가 묻고 싶어진다. 외압이란 거부할 수 없으니 외압인 것이다. 거부하기가 부담스러우니 외압이 되는 것이다. 그냥 안 들어주었다면서? 그러면 설사 그런 시도가 있었어도 외압이라기보다 그냥 추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추미애 장관이 직업 그랬다면 분명 부적절하기는 하지만 아니라니 바로 물러섰다면 별 문제는 되지 않는 것이다.

 

이건 뭐 지금 민주당에 대해 들이대는 도덕적 잣대를 사회 일반에 갖다 대면 진짜 남아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다못해 인턴증명서까지 낱낱이 검증해야 한다. 인턴에 출석한 시간이며 날짜, 심지어 한 일까지 일일이 검사의 수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 뭔 개지랄들인 것인지. 그러면서도 뿌듯해 하겠지. 나는 지금 살아있는 권력의 도덕적 치부를 파헤치고 있다. 그러니까 뭐가 그리 대단한 도덕적 치부냐는 것이다.

 

대충 내가 이해하는 과정은 이렇다. 내 군상활 경험에 비추어 재구성한 상황이다. 병사가 원래 아픈 것을 안다. 수술받은 것도 안다. 그래서 휴가를 나갔는데 상태가 좋지 않다며 휴가연장을 요청해 왔을 때 부대장 입장에서 무어라 대답해야 하겠는가. 선의로 규정 안에서 휴가연장을 해주면서 과연 얼마나 엄격하게 꼼꼼히 일처리를 했을까? 그냥 정기휴가 날짜 안에서 차감해가며 연장하는 것 가지고 엄격하게 따질 부대장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언론이 개새끼란 것이고, 저만 똑똑한 척 하는 지식인이란 것들이 버러지란 것이고, 자기 군생활 까먹은 대가리도 붕어대가리란 것이다. 아니면 군대가 뭐하는 곳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파서 복귀 못하면 연장해주는 군대가 좋은 군대인 것이다. 한국 군대 규정이 그리 막장이 아니다. 사람이 막장이었지. 답답한 것이다.

그토록 모든 일에서, 심지어 코로나19와 관련해서까지 사사건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던 국민의함당이 의사 진료거부에 대해서만큼은 의사들 편만 들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다. 하다못해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기 위해 전광훈과 개신교회까지 옹호할 수 있는 저들이 의사 진료거부에 대해서만큼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었다. 당연하다. 괜히 의사들 편들었다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안중에도 없다는 이미지만 얻을 수 있다. 의사들이 지금 정부하고만 싸우는 게 아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주변만 건드리며 대화를 통합 협상을 줄곧 주장해 왔었던 것이었다. 설사 의료정책으로 정부를 비판하더라도 차마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지지하지는 못하겠다. 물론 지지자는 상관없다. 정치인들이야 정치적인 책임 때문에라도 그렇게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하지만 주변에 있는 지지자 그룹들은 상관없이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얼마든지 의사들의 편을 들어 줄 수 있다. 단,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다. 공공의대야 그동안 퍼뜨린 가짜뉴스도 있고, 의대정원확대 역시 아주 논리가 없으며, 첩약급여나 원격의료 또한 어느 정도 할 말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건정심은 아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의 비중을 공급자 절반 - 즉 의료계 대표를 절반으로 채우는 건 허용범위를 넘어선다.

 

이미 의사협회가 정부와 여당과 합의안에 서명하고 난 뒤라는 것이다. 그동안 자신들이 주장하던 사안들 모두 합의를 통해 일단락된 뒤란 것이다. 그러고나니 결국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주장하는 핵심이 하나만 남게 된다. 바로 건정심이다. 건강보험정책을 의사들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말했잖은가. 저 새끼들 노리는 게 의료민영화라고. 건강보험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건강보험이 자기들이 누려야 할 정당한 이익을 빼앗아가고 있다 그리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 우리들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 달라. 아니면 진료거부도 계속하고 국시거부도 이어가겠다. 과연 국힘당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은가? 지지자들이 여기까지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는가 말이다.

 

어차피 처음 함게 궐기하기로 했던 동지들 다수가 이탈한 상황이란 것이다. 전광훈과 개신교회는 코로나19 재확산의 주범으로 완전 궁지로 내몰렸고, 그런 전광훈과 단절하느라 국민의힘당도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 의사협회 혼자 정부와 맞서서 과연 어디까지 무엇까지 할 수 있었을 것인가. 그런데 의사협회마저 손털고 물러난 자리에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과연 무엇을 어찌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는 것인가. 수능 1등급이면 다 되는 줄 아는 것일까? 공부 열심히 잘 해서 의대까지 갔으니 세상 일이 다 자기 마음대로 될 것이라 여기는 것인가?

 

의사협회 편에서 정부 욕하던 저쪽 인간들마저 슬슬 아니라 여기고 손털고 물러나는 모양새다. 그저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게 너무 심하게만 하지 말아달라.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노조의 파업을 어떤 식으로 악랄하게 탄압했는가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거든. 그대로만 하면 지금 전공의 의대생 최소 1할은 이후 인생이 참 재미있어질 것이다. 운동 열심히 해야 한다. 몸으로 벌어먹고 살려면 운동밖에 방법이 없다. 

 

하다하다 이렇게까지 저능한 인간들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환자들 목숨이 자기 손에 쥐어져 있다는 거겠지. 환자들 죽고 사는게 자기들 결정에 달려 있다 여기는 것일 게다. 이런 게 인질극이다. 저쪽 지지자 입에서 인질극이란 말 나왔으면 그것으로 상황 끝이다. 모르는 건 그 날난 수능 1등급들 뿐. 근데 대부분 수능 안 보고 수시로 진학하지 않았나? 조민 욕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병신은 시험점수와 상관없이 존재한다. 한숨도 나오지 않는다.

몇 년 전 유시민이 방송에 나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딸이 아마 특목고를 나온 것 같은데 언젠가 자기에게 그런 말을 하더란다. 특목고 다니니 너무 좋다. 이 좋은 것을 다른 학생들도 누릴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아마 그래서 유시민 이사장의 딸이 진보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벌써 수 십 년 전 민주화세대들이 목숨걸고 하던 일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대학진학률도 그리 높지 않았던 터라 출석과 학점관리만 대충 신경써도 졸업해서 대기업입사는 그냥 맡아놓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심지어 서울대며 연고대 등 이른바 명문대 출신들조차 대학을 뒤로하고 일부러 기술까지 배워가며 스스로 공돌이 공순이가 되고 있었다. 그러다 걸리면 호적에 빨간줄 그어지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포기해야 하는 위험을 무릅써가며 그들은 그렇게 남들 다 꺼려하는 공장으로 달여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왜? 노동자들 역시 자신들에게 보장된 이상의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했으니까. 그를 위해서 기꺼이 자신이 위험을 무릅쓰고 희생을 감수하겠다.

 

즉 뭐냐면 당시 세대들에게 공정이란 대학진학여부와 상관없이, 더구나 지금 하는 일과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이 지켜지도록 하는 것을 의미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 다 부러워하는 명문대를 뒤로 하고 보장된 미래마저 포기해가며 기꺼이 자기보다 약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 어려운 길을 가려 했던 것이었다. 자기가 아는, 심지어 대한민국의 법에조차 규정되어 있는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이들 또한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당연히 당시의 그들이었다면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데 누군가는 정규직이고 누군가는 비정규직이라면 당연히 비정규직 역시 정규직인 자신들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투쟁했을 것이었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없애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 역시 그런 의도에서 제기된 것이었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특별한 지위에 남겨두기보다 다른 일반 공교육과정을 그에 준할 수 있도록 개혁하자. 공교육강화란 정책방향은 그를 가리키는 것이다.

 

반면 최근 몇 년 간 젊은 세대들이 주장하는 공정은 이와 약간 다르다. 과외 받아서 성적 좋아도 그 또한 자기가 노력한 결과란 것이다. 입시명문고에서 입시와 관련한 최고의 교육과 관리를 받아가며 보다 좋은 성적으로 다른 학생들을 이기고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면 그 또한 자신의 실력이라 여겨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것이 옳다. 아니 심지어 이들 입시명문고들조차 입시명문고가 되기 위해 그동안 투자하고 노력해 온 과정들이 있을 것이니 그에 대해서도 인정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그런 입시명문고에 들어가기 위해 전부터 투자하고 노력해 온 시간들에 대한 보상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전형은 불공정한 것이다. 농어촌 출신 학생도, 당장 끼니도 잇기 어려운 처지의 학생도 저들과 대등하게 경쟁해서 이길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개천의 용을 말하는 게 참 우습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진짜 환경의 차이에도 대등하게 경쟁해서 이긴 사람이 있으면 그는 진짜 용이라 할 만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좋은 직업 가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온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 다 참아가며 오로지 공부만 하면서 좋은 대학 들어가고 졸업하고 나서 좋은 직업 가지게 될 순간만을 바라보며 그토록 악착같이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대학생과 대학진학 못한 사람들에 차이를 두어야 하고, 같은 대학생이라도 명문대생과 지방대생 사이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 졸업 이후 선택하게 될 직업에 대해서도 차이를 두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러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려고 그토록 필사적으로 악착같이 그 고통의 시간들을 견뎌왔다. 즉 특목고 다녔더니 너무 좋아서 이런 좋은 곳은 나처럼 노력한 사람들만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저들의 공정인 것이다. 왜 경쟁의 결과인데 이 좋은 특목고 자사고를 없애려 하는 것인가.

 

그러니까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같아지면 안되는 것이다. 보안원, 미화원, 시설관리원들이 자신들과 같은 정규직이란 신분을 가지게 되면 안되는 것이다. 저들은 영원히 비정규직이어야 하고 사회적으로 차별받음으로써 자신들이 노력한 보답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자신들이 그동안 그토록 노력하지 않았다면 분명 저들과 같이 되었을 것이다. 다행으로 여기며 성취감과 보람까지 느낀다. 그런데 자신들과 달리 노력을 않은 그들이 자신들과 같은 정규직으로서 상당한 대우까지 받게 되면 그 성취감과 보람이 약해지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안된다. 결국 하는 일도 어차피 같고, 급여나 대우도 상당한 차이가 날 것임에도 그 작은 개선조차도 자신들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라 용납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만일 지금 대학생들더러 사회정의를 위해 학생운동을 하라면 사용자의 편에 서서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편에 서지 않을까. 생산직 노동자들이 고통받는 것이야 말로 사무직이 되기 위해 노력한 학생들을 위한 정의실현일 것이다.

 

그래서 오보임이 확실해진 상황에서도 뉴스1 기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연봉이 5천만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연봉 오르고 정규직이 된 만큼 대우 좋아지는 것은 사실인 것이다. 자기는 이렇게 노력해서 기자씩이나 되었는데. 고작 고졸에 특수경비교육 조금 받은 놈들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이 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그래서 한 편으로 경향일보 역시 대졸들이 의외로 많다면서 편을 들어주기도 했던 것이었다. 대학생이 많다면 그 정도 대우를 해주어도 문제가 아니다. 

 

그 연장에서 지금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태도를 이해하면 너무 쉽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돈 많으면 돈 많은대로 자유롭게 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 대놓고 말은 않는데 현행 건강보험정책이나 수가체계에 대한 저들의 발언을 보면 영리병원과 건강보험체계의 붕괴를 바라고 있는 듯하다. 자기도 실력이 되면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받고 의사질하고 싶다. 자기가 노력해온 시간들을 생각할 때 그것이 정의다. 가난하고 불평만 많은 저 무지렁이들을 위해 스트레스받는 건 정의가 아니다.

 

의사가 아니면서 의사들을 지지하는 이른바 청년세대들의 논리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부터 인천국제공항 논란과 닮아 있다 이야기한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일할 의사들을 뽑는데 그마저도 점수로 줄세워 뽑으라. 공공분야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의사들을 가르치겠다는데 그 또한 점수로 줄세워서 뽑아야 한다. 수가만 올려주면 자기는 아지겠지만 누군가 내려가는 사람이 있겠지. 자기 말고 다른 의사란 이유에서 은퇴한 의사를 이야기한 것이고. 나는 내 권리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 사회의 정의와 공정에 부합한다.

 

현정부의 공정성에 대해 청년세대들이 불만을 가지는 이유인 것이다. 공정의 기준이 바뀌었다. 청년세대들에게 공정이란 줄세우는 공정이다. 현정부의 주류들에게 공정이란 그 줄을 없애는 공정이다. 반발이 없을 수 없다. 서로 보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모두 다르다. 새삼 확인하는 부분이다. 시대가 바뀌고 사람도 바뀌었다. 어찌 판단하든 자유지만.

전쟁이 났다. 일본이 일방적으로 선전포고하고 한국을 상대로 군사공격을 시작했다. 그런 위급한 상황에 자칭진보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그나마 최소가 아무것도 않는 것이고, 아마 대부분은 일본군의 공격을 허용한 정부를 비난하며 일본군에 자원입대하고 있을 지 모른다. 진보는 절대 정부의 편에 서서는 안된다.

 

이번 전공의 진료거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더구나 공공의료의 강화는 진보진영 지식인과 시민단체들이 전부터 한결같이 주장해 온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의사들이 저 난리치는 동안 그 자칭 진보들, 시민단체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을까? 언론들은 과연 어떤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을까? 겨우 의사협회와 합의하고 사태를 진정시키고 나니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한다. 공공의료정책이 후퇴했다. 그 전에 좀 의사들 상대로 그리 떠들어 보지?

 

최저임금인상을 주장하다가도 정부가 추진하면 갑자기 입을 다물거나 아니면 보수언론과 보조를 맞춰 단지 다른 방향에서 비판을 시작한다. 근로시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정작 정부와 여당에서 추진하려 하면 역시 입을 다물거나 보수진영과 방향만 달리에서 비판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후퇴하면 또 후퇴했다고 비난한다. 전형적인 패턴이다. 이번에는 차마 의사들과 동문이고 그래도 엘리트라는 동질감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는 음모론까지는 떠들지 않겠다. 그럴 필요도 없다. 그냥 저들의 행동패턴일 뿐.

 

어째서 지역구에서 한 번 당선도 되어보지 못한 이정미도 할 수 있었던 진보정당의 당대표를 노회찬은 끝까지 한 번도 하지 못한 것인가. 노회찬이 90년대 민주당 당적으로 출마한 적이 있었거든. 제도권의 때가 묻은 이상 절대 순수한 진보의 대표는 되지 못한다. 허익범 특검이 강요한 허위진술로 인해 노회찬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황이 드러났건만 진보정당에거 삼히 드루킹 재판에 대해 특검을 강하게 비판하거나 했던 적이 있는가. 그 정도 가치에 지나지 않는다. 진보는 순수해야 하고, 순수하기 위해서는 정권과 거리를 두어야 하며, 타협도 양보도 인정해서는 안된다. 작년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정의당의 행보가 그래서 이상했다는 것이다. 진짜 선거법 개정안을 얻어내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단지 검찰개혁법안의 통과를 늦추기 위해 선거법을 명분으로 앞세운 것이었는가.

 

아무튼 협상 다 끝나고 나서 정부를 향해서만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단체, 지식인, 언론들을 보고 있으려니 역겨운 감정이 머리끝까지 치밀려 한다. 물론 그런 놈들인 건 원래부터 알았다. 그냥 주장하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홍세화가 현정부를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장조차 못하게 한다. 정책은 자신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저런 새끼들이 있었기에 이명박과 박근혜가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저들 가운데 극렬페미니스트들이 박근혜를 앞장서서 지지하기도 했었다. 이명박근혜도 반대하고, 문재인도 반대하고, 그러니 정권과 맞서는 자신들은 순수하고 고결하다. 그래서 의사들이 저 난리를 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진짜 해악이다. 폐기물들이다.

어느새 사랑제일교회로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재확산도 어느 정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확진자수도 확진률도 줄었다. 무슨 말인가? 의사놈들 진료거부하는 동안에도 방역시스템은 돌아갔고 코로나19도 상당부분 막아냈다는 뜻이다. 의사놈들이 코로나19 다 막았다며?

 

의사새끼들 진료거부하는 동안 현장에서 죽어라 검사하고 치료에 전념한 공공의료인력들 덕분이란 것이다. 이제 어째서 공공의대 설립해야 하는가 답이 나왔겠지. 공공의료인력이 제 역할을 다 하는 동안 그래도 우리의 안전은 지켜질 수 있다. 공공의료인력이 더 많이 확보되면 더 안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민간의료? 그 새끼들 하는 거 안 보이나? 오히려 사람 죽어나가면 기회라고 뜯어낼 것부터 생각하는 새끼들이다.

 

처음 파업하던 당시 자기들 잘 봐주는 커뮤니티서 당당하게 하던 말을 지금도 기억한다. 코로나19가 기회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지금이야 말로 정부를 꺾을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지금 아니면 어떻게 의사가 정부를 이겨보겠는가. 더 많이 확산되고 더 많이 죽어나가면 정부도 항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걸 잘한다 지지해 주는 새끼들도 새끼들이다.

 

이번 의사들의 반역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일 것이다. 너무 솔직했다. 너무 적나라하게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 코로나19가 기회라니. 사람이 죽어나갈수록 자기들에게 유리할 거라니. 공개된 자리에서 저따위로 떠드는데 누가 지지해 주겠는가. 의사놈들 단톡방에서는 도대체 뭔 소리들이 오갔을지. 개쓰레기들. 의사같은 것들이다.

한 마디로 의협회장이 전공의나 의대생보다는 그래도 사회생활을 해 봤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않고, 따라서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도 안다. 그래서 과연 지금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을 앞세워서 사보타주를 이어간다고 정부를 상대로 승산이 얼마나 있기는 한 것인가.

 

비유하자면 다른 나라들과 동맹을 맺고 강적을 굴복시키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는데 미처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동맹들이 패퇴한 것을 알게 된 상황과 비슷하다 봐야 할 것이다. 부동산 이슈로 말미암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미래통합당이 지지율에서 역전하자 기회라 여기고 광화문집회를 계기로 총집결하여 삼면에서 포위공격하려 했던 것이었는데 그만 코로나19로 인해 전광훈의 개신교세력이 먼저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전광훈만 떨어져나간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미래통합당이며 다른 개신교 교회들마저 몸을 사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다. 의사들이 진료거부라는 무기로 정부를 압박하려 해도 지원할 다른 아군이 남아 있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한겨레와 경향, 서울신문 등이 의사들의 진료거부를 비판하는 기사도 쓸 수 있었던 것이었다. KBS와 JTBC가 굳이 의사들의 진료거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시작도 전에 전열이 흐트러지며 그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광화문집회가 코로나19로 역풍을 맞지 않았다면 이들 언론들은 한 목소리로 의사들의 편에서 정부를 압박하여 조기에 레임덕을 이끌어내려 시도하고 있었을 것이다. 원래 호응하기로 했던 한 편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지니 다음을 기약하며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의사를 비판하는 기사도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결국 언론도 조중동과 보수언론의 지원만을 받다 보니 진료거부라는 극단적인 선택에도 파괴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누구보다 최대집이 그 사실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최대집 자신이 아니더라도 의사협회 안에 그 정도 머리 하나 쯤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미래통합당도 개신교도 코로나19로 인해 자신들을 전면적으로 지원할 수 없고, 더구나 그 코로나19로 인해 자신들의 진료거부의 정당성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싸움을 이어가는 것은 자칫 더 큰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처음 사태가 시작되고 얼마 안 있어 바로 정부와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합의안을 내놓고 있었던 것이었다. 문제는 자신이 총알받이로 세우려 동원했던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치기어린 정의감을 미처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의사 전체를 위한, 심지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싸움이니 이대로 적당히 물러나서는 안된다. 정권교체를 이룰 때까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앞장서서 정부를 압박하며 완전한 승리를 쟁취해야만 하는 것이다.

 

정부가 양보하는 듯 계속 물러서는 듯한 모양을 보이고, 더구나 언론마저 자기들이 떠드는대로 다 받아써주니 아주 신이 났을 것이다. 싸우면 이기고 진격하면 빼앗는다. 이제는 의사협회도 최대집도 안중에 없다. 설마 정부가 자기들을 죽이기야 하겠는가. 의료붕괴가 오고 말 텐데 자기들을 감히 함부로 어찌할 수 있을 것인가. 환자가 죽어나간다. 코로나의 재감염이 확산일로에 급한 환자들이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도 못받고 죽어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환자들 죽어갈 때마다 정부욕하던 의사놈들은 지금도 기억한다. 정부가 양보하지 않아서 - 정확히 항복하지 않아서 환자가 죽어나가고 있다. 여기서 몇 명 만 더 죽으면 정부도 뒤집을 수 있다. 진짜 의사란 놈이 한 말이다. 국민의 피해가 커질수록 정부는 다급해지고 여당도 양보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제는 완전한 백기항복만 받아내면 된다. 어제 단일안을 내놓으며 대전협 비대위원장인가가 한 말이 그런 맥락이었다. 그런데 달리 말하면 그런 극한의 상황으로 몰리면 정부도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최대집은 정부를 너무 궁지로 몰았을 경우 닥치게 될 상황으로부터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려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된 것이었다. 전공의들이 자기들끼리 뭘 어쩌든 이제 자기와는 상관없다.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뭘 어찌 결론짓고 행동하든 그 결과에 대해 자기에게는 아무 책임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아직 쓰지 않은 수단들이 많이 있다. 국민의 공분이 지금보다 더 커지면 그때는 정부로서도 더 강경한 의사들이 후회할만한 대책들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정부 앞에서 의사 혼자로는 아직 너무 역부족이다.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도 떨어지고, 미래통합당과 개신교가 함께하는 상황이라면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오르고 자기들 쪽은 죄다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승산이 없는 싸움은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최대집도 판단이 너무 늦었다. 적당히 여지를 남겼으면 나중에 다시 한 번 진료거부라는 수단을 써먹을 수 있었을 테지만, 이번에 너무 많은 힘을 쓴 탓에 그럴 여력이 남지 않게 되었다. 여기서 뭐라도 수틀린다고 다시 진료거부에 나서 보라. 한 번 그로 인한 숱한 피해들을 직접 보고 듣고 겪었던 사람들이 있는데 또 다시 환자를 버리고 정치투쟁에 나서겠다 선언해 보라. 거의 공세종말점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대집이 그냥 의사협회와 함께 몸만 빼서 도망친 것이란 평가도 옳을 것이다. 과연 다시 같은 기회가 온다고 의사들이 다시 한 번 이번처럼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다른 세력들에 짐이 되지는 않겠는가.

 

물론 그런 고차원적인 계산은 할 줄 모르기에 전공의고 의대생들인 것이다. 수능에서는 그런 건 가르쳐주지 않거든. 그런 고도의 정치싸움 같은 건 경험으로 직접 겪으며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집은 탈출했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남았다. 그냥 최대집의 결정에 따르겠다 했으면 좋았을 것을 괜히 딴 소리 한 덕분에 최대집의 체면도 구기고 자신들의 입지까지 좁아졌다. 내 알 바 아니기는 하지만. 이번에 진료거부한다면 과연 얼마나 따라와 줄 것인가.

 

최대집이 아니라 최대집의 뒤에 있는 의사집단의 실세들의 판단이라는 분석에도 그래서 동의하는 편이다. 아니라기에는 그동안 보여준 모습에 비해 최대집이 너무 영리했다. 그 사이 전공의들에 휘둘린 모습까지 허술하기만 하던 모습에서 반전이 너무 컸다. 만일 자기 실력이라면 인정해 주어야 할 지도. 최소한 주호영보다는 낫다. 대단하다.

전에도 썼지만 나는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관련한 논란과 이번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사보타쥬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 생각한다. 이른바 청년들이 그토록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반대한 이유가 무엇인가. 심지어 공정성을 앞세워 강하게 정부와 여당을 성토하고 있는 중이다. 당연하다. 비정규직이란 노력하지 않은 이들이고 그들에게 정규직이란 보상을 주는 것은 불공정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사실 내 입장에서 이해가 안되는 게,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든 농협에서 일하든 삼성에서 일하든 보안은 그냥 보안이다. 말이 보안이지 그냥 경비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미화원인 미화원이고 시설관리는 시설관리다. 설마 정규직 된다고 회사에서 보안원들을 전과 다르게 대우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시설관리직이 사무직하고, 미화원이 관리자로 올라가고, 그런데 아주 오래전에는 이들도 대부분 회사에서 직고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직고용했다고 하는 일이 달라지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도 정규직이란 신분을 가지는게 그리 못견딜 일인 것이다.

 

의사라면 마땅히 환자 곁에 있어야 한다. 환자를 진료하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환자를 외면한 채, 심지어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기들 주장을 관철하겠다고 병원을 떠나고 있었다. 책임이 아니다. 저들에게 의사란 직업은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는 사명과 처음부터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의사란 트로피다. 자신들이 학창시절 내내 죽어라 공부한 보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수능 1등급 어쩌고 하는 소리가 당연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자기가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 만큼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의사가 되려고 보니 의외로 의사에게 주어진 것이 그리 대단치 않은 것 같다.

 

하는 일을 보는 것이 아니다. 감당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살피는 것이 아니다. 직업이란 곧 신분이고 지위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는 직업에 맞는 신분과 지위를 가져야 한다. 더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만큼 그에 걸맞는 신분과 지위가 뒤따라야 하고, 따라서 그만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그에 어울리는 신분과 지위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바로 정규직이다. 그것도 대기업 정규직이다. 내 상식에서 아무리 현대자동차 정규직이어도 생산직은 생산직이고 미화는 미화일 테지만 저들에게는 그것이 아니란 것이다. 마치 인도의 카스트제도나 신라의 골품제도, 혹은 봉건사회에서의 신분제도와 닮아 있을 것이다. 소돼지를 잡는 것은 백정이 해야 할 일이고, 의원은 중인이나 할 만한 일일 것이고, 아무리 학식이 뛰어나도 노비의 자식이 관직에 오를 수 없는 것이다. 어딜 감히 보안검색이, 미화가, 시설관리가, 캐셔가 정규직이란 신분을 가지려 하는가.

 

마찬가지로 그렇기 때문에 의사라는 대단한 타이틀을 손에 넣은 자신들은 그에 걸맞는 보상을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의사나 간호사들과 합의한 것은 의미가 없다. 병원장이나 지자체장들과 합의한 것도 아무 가치가 없다. 의료는 의사가 안다. 자신들이 안다. 그러므로 자신들이 결정한다. 나아가 의사도 되지 못한 정치인 공무원 나부랭이가 자신들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하려 해서는 안된다. 절박한 정의감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최대집에게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들은 정의를 실현하려는데 의사협회가 그 정의를 정부에 멋대로 팔아넘겼다.

 

어째서 젊은 네티즌들이 그런 의사들의 집단적인 행동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인가. 공공의료에 종사할 의사를 길러내자는데 그마저도 무작위로 시험으로 선발해야 한다는 그 논리에 답이 있다 보는 것이다. 시험이 전부다. 시험이란 노력이고 시험의 결과는 실력이다. 그것이 다른 어떤 조건보다도 우선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 역시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그러므로 노력 않은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것이고, 의사들이 자신들의 노력에 걸맞는 권리를 찾으려는 것은 정당하다. 보수가 아니다. 더 나쁘다. 자유주의는 자발적 노예를 허용하지 않지만 자유의지주의는 때로 자발적인 노예의 존재마저 긍정한다. 결국 이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최근 일도 아니다. 우병우가 몇 살인가 떠올려 보라. 우병우 때도 그랬었다. 공부 잘해서 판사 되고 검사 되고 의사 되면 네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다. 공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미화원 경비원 시설관리원처럼 된다. 그래서 예전 내 또래나 선배들은 공돌이 공순이라 불리던 생산직 노동자들을 위해 대학생이란 신분마저 던져버렸지만 이제는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지키기 위해서 더욱 생산직 노동자들을 공돌이 공순이라 차별해야만 한다. 이명박이 참 많은 일들을 했다. 저 놈들이 이명박은 찬양하는 게 괜한 게 아니란 것이다.

 

젊은 의사들이 건강보험체계를 흔들려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인 것이다. 돈 많은 분들은 자유롭게 더 비싼 의료를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면 된다. 돈 없는 놈들은 그냥 지금처럼 건강보험의 범위 안에서 값싸게 더 불편한 의료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정의다. 그러니까 정부는 수가를 강제하지 말라. 의사놈들이라 그렇다기보다 젊은 기자란 새끼들도 생각하는 게 똑같다는 것이다. 경향일보에서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가운데 대학생이 얼마인가 보도한 것을 기억하는가? 정의당도 그래서 더이상 대학도 나오지 못한 무지렁이들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 윤은혜를 때려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긴 교육부총리 하나 때려잡는다고 한순간에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까지 손을 대야만 해결될 문제인 것이다. 어째서 젊은의사 비대위는 인국공을 들먹였는가. 물론 이미 사전에 계획된 것이 있을 것이다. 전공의들 진료거부 돕겠다고 사랑제일교회에서 숨어다니며 필사적으로 코로나 퍼뜨린 걸 보라. 전공의 의대생 심지어 의사들까지 그러더라.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지금이 기회다. 사람 몇 죽어나가면 정부가 항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따위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공개된 커뮤니티에서 떠들고 다닐 수 있는 정신상태란 것이다. 어디부터 바꿔야 하는가? 앞으로 30년이 아닌 50년은 더 집권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인 것이다.

 

아무튼 여러 커뮤니티에서 오랜동안 지켜봐 온 결론이 이렇다는 것이다. 보수화가 아니다. 파편화다. 개별화다. 공동체가 사라졌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아예 지워져 있다. 권리만 남는다. 보상과 이익만 떠올린다. 그런 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 타인에 대해 더욱 잔인할 정도로 엄격해지는 이유일 것이다. 자신은 벌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래야만 한다. 악플 다는 놈들 머릿속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안한 이유다. 위험하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보건복지부에서 의사협회와 대화하기 싫어서 의대정원확대나 공공병원설립에 대해 의견을 나누지 않은 게 아니란 것이다. 벌써 몇 년 전부터 보건복지부며 국회 등에서 이 문제에 대해 의사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의사협회에서 거부한 것이었다. 당연하다. 대화가 시작되면 넘어갈 수밖에 없거든.

 

명분은 정부에게 있다. 의사 부족하다. 특히 공공의료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의사를 늘려야 하고, 특히 그 가운데 공공의료인력을 늘려야 한다. 그런 당위에 동의한다면 당연히 의대정원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도 찬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사 반대하더라도 의사들의 반대에도 다른 단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면 반발할 명분도 사라진다. 그러니까 대화를 거부하고 정책이 실제 추진되면 그를 명분삼아 공격한다. 

 

뭔 말이냐면 의사들이 이들 사안들에 대한 논의를 위해 협의체에 참가한다는 자체가 원래 정부가 바라던대로 되는 것이란 뜻이다. 협의체를 만들면 의사들만 들어가겠는가? 회의장에 두 사람만 있다고 둘이서만 대화하란 법은 없는 것이다. 둘이서 대화하고 다시 한 사람이 다른 방에서 다른 주체들과 대화하면 그냥 과정만 번거로울 뿐 모두가 참여해서 대화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의사들과 합의했다고 다른 주체들이 반대하면 그대로 이루어지겠는가? 의사들이 반대해도 다른 주체들이 동의하면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논의라 하는 것이고 협의라 하는 것이다.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지 허락받겠다고는 안했다. 대신 대화에 참여했으므로 어떤 결론이 나오든 의사들에게는 따라야 할 의무가 주어진다. 이제까지와 다르다. 자기들만 빼고 결정했으니 따를 수 없다던 이제까지와 달리 이제는 대화 당사자라는 것이다.

 

전공의들이 난리치는 이유가 있다. 정확히 전공의들의 배후에 있는 누군가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정부가 양보에 나선 이유도 의사협회로 하여금 손해보는 것이 뻔한 합의문에 서명하도록 만든 배후의 누군가들 때문일 것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의사협회가 진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미루고 버텨왔는데 이제는 꼼짝없이 논의에 참여해서 결론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혼자서만 뛰쳐나와서는 이제는 명분도 없다. 어째서 처음 논의하자는 정부의 제안에 의사들이 그리 필사적으로 반대한 것인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가만 생각할수록 정부와 여당이 협상을 잘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진짜 아무것도 없다. 말이야 다 좋은 것 아닌가. 어찌되었거나 대한민국과 국민과 의료계를 위해서 최선의 방안을 함께 논의하자. 원래 그래야 하는 것이다. 전공의들도 더 나은 환경에서 수련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이러자고 그 난리를 피운 것인가. 웃긴다.

생각보다 선방했네. 일단 원점에서 재논의는 의사들이 지랄하던 초기부터 정부가 주장하던 바였으니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잃은 것이 없다 할 것이다. 물론 언론 이 개새끼들은 기억 싹 초기화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린 끝에 항복을 선언한 것이라 기사를 써 댈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는 사람은 다 아니까. 철회가 아니라 원점에서 논의고, 어찌되었거나 정책의 추진방향 자체는 지켜낼 수 있었다.

 

한 가지 그나마 양보한 것이라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의사대표 수를 조정하는 것인데, 여기 위원회 숫자가 전부 24명이다. 지금 의사 대표가 2명 들어가 있는 상태고. 몇 명을 더 늘릴 수 있을까? 더구나 의사놈들이 이 지랄 하는 걸 봤는데 과연 어느 단체 대표가 의사에게 우호적인 입장에 설 수 있을까? 대놓고 건정위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인 놈들인데. 이건 이것대로 패쓰. 24명 가운데 6명 정도면 모를까 4명 까지는 지금 하는 짓거리를 보면 별 의미가 없다.

 

그러면 대신 무엇을 얻었는가? 솔로몬의 재판을 떠올려 보면 된다. 진정 아이를 아끼는 엄마는 누구였는가? 누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절박하게 신경쓰고 있었는가? 양보한 것이 컸으면 그마저도 의미가 없을 뻔했다. 아무리 그래도 정부와 여당이 너무 힘이 없으면 신뢰를 받지 못한다. 그렇게 절박하게 필사적으로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며 타협을 하려 했던 이유는 코로나19의 재확산이라는 현실이 너무나 다급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서는 당장 추진하려던 정책도 멈추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다. 반면 의사들은? 지금 코로나19로 국민 전체가 위험한 상황에 놓였는데 고작 밥그릇 지키겠다고 위급한 환자까지 외면한 채 진료거부에 나섰다. 만일 여기서 수술실 CCTV설치나 의사면허취소의 기준을 조정하는 입법을 하려 할 때 의사들이 다시 반발하면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까?

 

일단 공공의대와 의대정원확대는 뒤로 미루고 하려던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어차피 국민 다수가 지지하던 법안이었으니 명분도 확실하고 의사들은 이미 자기들이 쓸 수단을 다 쓴 상태다. 여기서 신난다고 다시 뛰쳐나와 진료거부를 한다? 길가다 돌맞는다. 그런 상황이면 의사수입에 찬성하는 여론도 높아질 것이다. 해외면허도 국내에서 일정 요건만 갖추면 국내의사면허와 같이 쳐준다. 취업에 대한 모든 제한도 사라진다. 그렇게라도 해야겠지.

 

아무튼 눈물 질질 짜던 것에 비해 협상결과가 그리 나쁘지 않아 다행이다. 민주당 것들은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 없어서. 정부와 여당은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켜냈고, 의사들은 고작 건심위 위원 자리 몇 개 건진 게 전부다. 그러면 다음은 무엇일까? 여기서 이낙연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대로 밀리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당하고 참으면 병신이다. 병신은 아니기를. 요즘 위태위태하다. 안정감만으로는 대권을 가지기 어렵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마 여기 글 보는 의사가 있으면 내가 원래 의사놈들 무지 싫어했었다 여길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나 아니면 다른 블로그 글 뒤져보면 아주 오래전에 수가 올려서 의사들 고생하는 만큼 보상해주어야 한다는 글이 있을 것이다. 난 원래 고생한 만큼 받아야 한다는 주의다. 하는 일의 중요성에 비례해서 보상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의고. 그러니까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들 정규직 전환하는 것도 급여인상까지 포함해서 지지했던 것 아니던가.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니까.

 

의외로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차라리 건강보험료 올려서라도 의료수가도 좀 현실화하고, 더구나 비인기과에 대해서는 더 많은 배려를 해 줌으로써 의사들이 진심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만큼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자. 참 부끄러운 기억이다. 의사놈들이 환자를, 의사 아닌 다른 국민들을 어찌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국평오? 수능 1등급? 저런 버러지새끼들에게 내 돈 퍼주자 떠들었다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의사들은 주장할 것이다. 원래 싫어하던 사람이 계속 싫어하는 것 뿐이다. 그런 걸 정신승리라 하는 것이다. 과연 정치적인 이유로 의사들의 진료거부를 지지하던 사람들에게 의사들에 대해 다시 묻는다면 무엇이라 대답할까? 정권 바뀌면 그 날로 작살나는 건 의사들 자신이란 것이다. 하긴 정권 바뀌면 바로 똥개가 되어 꼬리 흔들 것이 의사란 종자들이겠지만. 내가 왜 '슬기로운 의사생활' 같은 판타지 드라마를 보며 감동까지 했었을까?

 

40%의 지지가 의사들 자신들에 대한 지지라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지지이며 의사들에 대한 판단은 또 별개인 경우가 더 많다. 한 번 물어볼까? 의사들에 대해 과연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무튼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최대집은 의사집단의 최소한이다. 최대집조차 귀여워 보일 정도로 의사란 집단이 소수를 제외하고 다 그 모양들이다. 존경은 커녕 존중할 이유조차 없다. 코로나19가 의사놈들 말마따나 그들의 편이 되었다. 얼마나 오래 갈까? 벌레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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