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시피다. 모든 부모에게 아이란 매우 소중한 존재다. 때로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기도 한다. 부모 뿐만 아니다. 사회적으로도 장차 이 사회를 책임져야 할 아이들이란 매우 소중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척 조심스럽고 모든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런 소중한 아이들을 보살피고 가르치는 어린이집 교사나 유치원 교사들의 근무여건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간단한 산수다. 급여수준도 높지 않은데 업무강도도 높고 처우도 열악하다. 휴게시간은 커녕 식사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연 얼마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양질의 인재들이 그런 업무에 자원해서 가게 될까? 무엇보다 교육과 엄격한 자격시험을 통해 자격에 미달한 이들을 걸러내야 하는데 지원자의 수준이 충분치 못하면 그마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 교사로 적합하지 못한 이들이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걸러지지 않은 채 자격증을 가지고 어린이집에 채용되는 상황은 그래서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묻게 된다. 그러니까 어린이집 교사의 급여수준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 과연 어린이들의 부모들은 그런 주장에 얼마나 동의할 것인가. 급여수준도 높이고 근무여건도 개선하고 그래서 더 많은 자격을 갖춘 이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당연히 대부분 사설인 어린이집 자체의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려면 당장 부모들의 어린이집 이용비용부터 올라가게 된다. 세금이 들어가야 한다. 선진국처럼 아예 정부나 지자체에서 어린이집 교사들을 고용하고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인건비는 정부에서 책임지고 어린이집은 설비와 운영등을 담당한다. 어찌되었든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을 사회적으로 지불하고 어린이집 교사들도 그것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과연 동의할 것인가.


사실 이런 것들도 정부가 책임져야 할 공공부문의 일자리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민간에만 맡겨서는 안되는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대신 책임진다. 대개는 인간의 기본권과 관련한 것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과 안전을 위한 것들이다. 그러므로 부모나 민간의 어린이집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을 정부가 세금을 동원해서 대신 책임져 준다. 사설 어린이집의 재정만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충분한 수의 양질의 어린이집 교사들을 그런 식으로 정부가 개입해서 시장이 정한 이상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더 많은 그러면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양질의 일자리도 늘리게 된다. 더욱 경제가 발전하고 시민의 삶이 여유로워질수록 그런 부분들에 대한 요구는 더 커질 것이다. 그렇다고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은 어린이집의 경우만 보더라도 너무 자명하다. 과연 필요한 만큼의 비용을 개인은 지불할 수 있고 민간 어린이집은 지출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주도의 일자리정책은 이런 부분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에만 맡겨놓을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집에 사회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면 그와 관련한 산업들도 따라서 발달하게 된다. 정부의 지출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는 것이다. 복지란 단순한 지출이 아닌 또 하나의 산업이며 시장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지출로만 단정짓고 그 지출만 최대한 억제하려 한 결과가 정작 가장 필요한 부분에서의 투자위축과 자격이 부족한 구성원의 존재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급여와 처우만 높인다고 그런 무자격자가 아주 완전히 걸러질 수 있는 것은 아닐 테지만, 그렇더라도 최소한 그들을 교육하고 걸러낼 수 있는 구조 자체는 지금보다 강화될 수 있는 것이다.


더욱 최근 어린이집 관련한 사건사고들을 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바로 이런 것이 장차 복지사회에 어울리는 새로운 산업으로 투자처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무엇보다 정부가 주도해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집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가 소중한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만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이 한국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필요한 곳에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한 인력에는 더 많은 비용을 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으로 경제가 돌아가고 사회가 살아날 수 있다. 장차는 초고령화사회를 대비한 실버산업도 한국사회에 새로운 경제적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그냥 핸드폰이나 반도체, 자동차만 산업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동안 너무 돈을 아꼈다. 너무 비용을 아꼈다. 그래서 쥐어짰다. 쥐어짜고 또 쥐어짜며 남은 것들에만 만족하고 또 쥐어짜려 하고 있었다. 그 결과가 지금이다.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장차 한국경제와 한국사회가 나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어째서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고 기르기를 꺼리는가. 한국사회를 다시 되살릴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소중한 아이들에게도 이렇게까지 돈을 아끼고 있었다. 반성해야 한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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