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참여정부 시절부터 느끼고 있었다. 내가 노빠라면 혐오와 환멸을 느끼게 된 이유였다. 최근 문빠들에게서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 아, 바로 이런 것이 대중독재, 파시즘의 메커니즘이로구나.


첫째는 개인숭배, 그리고 그 동기는 막연한 증오와 공포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름에 대한 혐오와 배제다.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되고, 딱 문재인 같은 정치인과 더불어민주당 같은 정당만 정치권에 남아 있어야 한다. 심지어 같은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오로지 문재인만을 기준으로 그와 다른 것은 철저히 배제하고자 한다. 그것이 무엇인가.


물론 내가 추구하는 이념이 옳다. 신념과 정책이 당연히 더 옳다.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이 더 옳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더 옳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지한다. 옳다는 확신도 없는데 그같은 자신의 이념과 신념과 정책과 그리고 정치인과 정당을 지지할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그같은 자기만의 정의가 있는 것이다. 내가 틀리다 여겨도 그들에게는 그것이 옳을 수 있다.


기준은 하나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그와 내가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 서로 이렇게 너무 다른데 함께 서로를 용납하며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자유한국당 부류를 싫어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다르다는 이유로 심지어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행위마저 옹호하고 있다. 5.18과 4.3 등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최악의 죄악마저 긍정하고 있다. 저놈들과는 도저히 함께하지 못한다.


같은 이유로 나는 노빠와 문빠도 싫어한다. 나름 생각하는 방향은 옳다. 하지만 그 옳음에 취해서 다른 의견은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른 주장에 대해 인정하려고도 않는다. 대개는 무지다. 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타마는 무지를 가장 큰 죄악이라 여겼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노력하지 않고, 그냥 무지를 전제로 그저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배격하려고만 한다. 다른 정당도 필요없고, 다른 이념도 필요없고, 다른 계파도 필요없다. 세상엔 노빠와 문빠만이 존재해야 한다.


너무 일반화시킨다 할 수 있겠지만 여기저기 인터넷을 떠돌면서 노빠 문빠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느끼게 되는 한결같은 점들이다. 더구나 노무현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서사까지 더해지며 그들은 피해자가 된다. 피해자의 저항과 복수는 언제나 정당하다.


확실히 이런 때 유시민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나라가 망하거나 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져야 할 때 제대로 지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무리하게 경선을 치르고 되도 않는 후보를 내세우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후 10년을 지리멸렬하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마 자유한국당의 미래도 그럴 것이다.


그냥 한 번 선거에 져서 정권을 내주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내가 잘해서 정권을 되찾아오면 된다. 아주 용납 못할 정당도 아니다. 아주 상관못할 이념이며 정책도 아니다. 잘하는 것은 잘한대로 못한 것은 못한대로 자기들도 자기들 정치를 하면 된다. 아마 누군가 그런 걸 두고 너무 쿨하다 말했던 것 같은데. 내가 쿨한 게 아니라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상식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정권이 실패하면 시민의 힘으로 정권을 다시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어쩌면 앞으로 수백수천년을 이어갈 역사에서 10년이란 아주 짧은 시간일 수 있다. 그래서 진보는 낙천이어야 한다. 긍정이어야 한다. 아무리 진보적인 이념과 신념도 비관과 부정을 전제하면 결국에 수구가 된다. 사실 내가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과 정치인, 지식인들에 대해 느끼는 불만이 그것이다. 너무 비관적이다. 너무 부정적이다. 그래서 타협도 양보도 배제한 채 오로지 투쟁 일변도다. 그런데 딱 그것이 민주당에서도 주류인 노빠와 문빠들에게서도 느끼는 인상들이기도 하다.


죽지는 않는다. 아예 못살지도 않는다. 그러나 내가 옳다. 필연 옳을 것이다. 그리고 옳다면 언젠가 시민들은 나와 같은 방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 안에서 투쟁도 하고 경쟁도 한다. 자신감이다. 자존감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들은 선택받지 못할 것이고 올바른 평가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 이외의 다른 무엇도 용납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악이다. 


최근에서야 겨우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거나, 아니면 그동안 오로지 한 가지를 제외하면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았거나, 아니면 그냥 외골수로 하나만 추종한다. 정작 정치에는 무지하며 무관심하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다. 맹목. 새삼 그것을 확인한다. 그나마 노빠 문빠 가운데서도 그런 이들이 다수는 아닐 것이라는 기대만을 가지고 있다. 아직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문재인은 옳다. 대개 민주당 안에서도 문재인을 따르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옳은 편이다. 역시 내가 가지는 믿음이며 지향이다. 그래서 문재인과 그를 따르는 정치인들을 나도 역시 지지한다. 그것과 이것이 다른 이유다. 아침부터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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