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양당제란 한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양한 이념과 지향과 정책들을 둘로 압축하는 체제다. 다당제 아래에서는 별개의 정당으로 존재했을 상이한 정체성조차 결국 두 개의 거대정당 아래 수렴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양당제의 거대정당에는 다당제의 정당 만큼이나 다양한 정파와 계파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국가라는 체제 아래서 두 개의 정당이 경쟁하는 것처럼 정당이라는 체계 안에서 각각의 정파와 계파가 경쟁해야 한다.


더구나 원래 선거란 것은 온갖 말들이 난무하는 것이다. 지난 미국 대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샌더스와 힐러리가 서로에게 가했던 공격들을 떠올려보라. 지지자는 물론 후보자 자신까지도 나서서 서로의 약점을 들추고 공격하기를 서슴지 않았었다. 그래서 사실 정치선진국에서도 선거과정에서의 일들로 인해 감정이 틀어져 영영 앙숙으로 지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그럼에도 일단 선거가 끝났으면 똑같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정치인이다. 마찬가지로 경선이 끝났으면 같은 정당에 속한 당원이며 정치인이어야 한다. 그런 전제를 무시한다면 정당정치란 존재할 수 없다.


같은 민주당이다. 민주당 당원이다. 부정한 수단을 동원한 것도 아니고 정해진 룰에 의해 경선을 치러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된 지방선거 후보다. 물론 불만이 없을 수 없다. 드루킹 논란에 이은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지방선거 이슈가 모조리 묻혀 버린 탓에 전해철, 양기대 등 다른 경쟁자들은 제대로 선거운동도 해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경선을 끝마쳐야 했었다. 그러나 그마저 운이다. 이재명 후보가 드루킹 논란과 남북정상회담 이슈를 일부러 만든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이유로 이재명 후보의 후보자격을 문제삼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후 불거진 여러 부정적인 이슈들조차 일단 경선이 끝난 이상 후보와 당이 모두 함께 끌어안고 가야 하는 리스크인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경선을 다시 하자. 후보자를 사퇴시키자. 누구의, 무엇을 위한 민주당인가.


문재인 개인의 사당이 아니다. 문재인에 우호적인 정치인과 지지자들만 모인 개인정당이 아니다. 아무리 문재인에 우호적인 지지자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도 문재인과 거리를 두고 있는 정치인들 역시 민주당에 대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 대한 불편함이나 불쾌함과는 별개로 그들까지도 모두 민주당을 이루는 한 부분인 것이다. 결국 이후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내부투쟁을 거치며 일부가 도태되지 않는 이상 그들과의 공존은 정당정치에 있어 상수인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라고 하는 정체성이다. 친문도, 비문도, 반문도, 누구도 민주당이라는 이름 아래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경쟁할 때는 경쟁하더라도 경쟁이 끝났을 때 외부의 경쟁자를 상대할 때 하나로 뭉쳐야 한다.


하물며 이재명이 싫다고 남경필에게 표를 주겠다 한다. 자유한국당 후보인 남경필에게 차마 표는 줄 수 없어도 이재명이 낙선하게끔 기권하겠다는 사람들도 나온다. 단지 지난 대선경선 과정에서 문재인과 적대했고, 그리고 장차 문재인 정부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기당의 후보를 떨어뜨리겠다 모여서 떠들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라면 이런 말도 않는다. 그냥 문재인 개인 지지자인 것이다. 문재인이라는 개인을 지지하는 것이지 민주당이라는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민주당 내부의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의 룰에 의해 경선을 치렀고 후보로 선출되었다. 이제와서 경선결과를 뒤집을만한 다른 문제가 결정적으로 드러난 것도 아니다. 민주당 지지자라면 결과에 승복해야 하고,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면 남의 당의 후보에 디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월권이다. 차라리 아니기를 바란다.


어쩌면 입장의 차이일지 모르겠다. 내가 문재인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이 민주당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정당정치를 할 수 있는 정당으로 완전하 탈바꿈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임기는 이제 겨우 4년 남았을 뿐이지만 민주당은 그 뒤에도 한참을 더 존재할 것이다. 당의 이름이 다시 바뀌더라도 여전히 민주당으로서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어떤 것이 제대로 된 정당정치인가. 공정하게 경선을 치르고 치명적인 하자가 없다면 결과에 승복하여 단결한다. 경쟁은 치열하게 하되 경쟁이 끝나고 나서는 다시 하나가 된다. 내가 그동안 민주당을 싫어했던 이유도 이것이다. 문재인이 당대표가 되었을 때도 당대표 경선에서 졌음에도 승복하지 않고 문재인 당시 대표를 있는대로 흔들어대고 있었다. 무엇이 다른가. 그럼에도 문재인과 가까운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 문재인과 가까운 후보가 아니더라도 민주당이라는 체계 안에서 후보를 냈으면 따라야 한다.


무엇이 떠오르느냐면 지난 총선에서 지리멸렬한 당시 민주당을 보고 자만에 빠진 끝에 배신자를 찍어내려 진박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새누리당의 모습이다. 어차피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으니 이긴 선거에서 어떻게든 자기들이 더 큰 지분을 가지겠다. 상대에게 조금의 지분도 나눠주지 않겠다. 그래서 심지어 당시 새누리당 지지자 가운데서도 싫어하는 후보를 떨구려 야당에 투표한 이들마저 적지 않았을 정도였다. 어차피 선거에는 이길 것이니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둘 테니까. 예전에는 접전지역에 출마할 경우 스스로 사지로 걸어들어가는 것이라 그리 안타깝게 격려하고 응원하는 목소리들 뿐이더니만. 정당이 너무 잘나가도 이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재명이 좋아서가 아니다. 어차피 이재명 개인과 나와 어떤 접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하고 단지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으로서 국가적인 이슈의 중심에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관심을 가져왔던 것 뿐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민주당의 당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 문재인과 가깝든 멀든 그가 과거, 그리고 현재 어떤 행동을 보였든, 그마저 모두 아우르며 결국에 경선을 거쳐 민주당의 후보로 선출되었다.


당신들만의 민주당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열린우리당 시절 정동영을 중심으로 한 당시 당권파들에 분노한 이유가 이것이다. 너희들만의 정당이 아니다. 너희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문재인 지지자들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정당이 되어서는 안된다. 어린애들 같다.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있는대로 떼를 쓰는 어린아이 같다. 보고 있으면 화가 난다. 역시 나는 친문은 못되는 모양이다.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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