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상식에서 무언가를 조작했다는 말은 대상에 인위적인 변조를 가했다는 의미로 쓰인다. 한 마디로 댓글을 조작했다는 말은 댓글에 일정한 인위적 변조를 가했다는 뜻으로 쓰여져야 한다. 이를테면 아예 서버를 해킹해서 댓글 자체를 임의로 바꾸거나, 아니면 부정한 수단을 사용해서 댓글의 빈도나 추천수에 왜곡을 가하거나. 그런데 과연 경찰이 발표하고 언론이 보도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이란 그런 의미로 쓰이고 있는가.


드루킹 댓글조작에서 매크로 사용이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는 이유인 것이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자발적으로 댓글을 달고 추천을 하는 행위 자체는 조작이 아니다. 그냥 행위 자체인 것이다. 댓글을 달고 추천을 하는 정작 조작의 대상이 되는 그런 행위들인 것이다.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인터넷에 집단으로 댓글을 달고 추천을 하는 행위를 모두 뭉뚱그려 조작으로 몰아간다. 드루킹 일당이 했으니 일상적인 댓글달기까지 조작이다. 일상적인 정치헌금마저 상납이다. 경찰과 언론이 사실에 대한 새로운 정의마저 내리고 있다.


더구나 드루킹이 만들었다는 경제공진화모임-이른바 경공모가 처음부터 범죄를 모의하며 시작된 모임도 아니었을 텐데 카페에 가입한 자체마저 문제삼고 있다. 드루킹이 매크로로 댓글조작을 하는데 경공모 회원 모두가 가담했다는 정황도 없다. 모두가 드루킹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동의하고 동참했다는 증거 역시 없다. 아직까지 드러난 바로 드루킹을 비롯한 몇몇이 범죄를 저질렀고 단지 나머지 회원들은 그들이 만큼 카페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중인 것이다. 그래서 드루킹과 몇몇 개인이 저지른 범죄 이외에 경공모라는 카페와 관련해서 드러난 범법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는가. 역시 문제만들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고양이가 우는데 기자가 심각한 표정과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고양이가 울고 있다!"


고양이가 우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고양이는 당연히 운다. 드루킹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사실과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당연한 일상적인 사실들을 뒤섞는다. 그러므로 고양이가 우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그러니까 왜 고양이가 우는 것이 그렇게 심각해져야 할 중대한 문제인가. 답은 없다.


그나마 안타까운 것은 경찰과 언론과 야당의 그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워낙 드루킹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심지어 문재인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듣보잡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드루킹은 하도 여기저기 퍼나르니 한 번 이름은 들어 본 적 있는데 - 그보다는 차라리 서프라이즈 시절 뽀띠 쪽이 내게는 더 익숙하다 - 그 밖에 관련자들은 우연히 지나가면서조차 그 닉네임을 듣거나 보지 못했었다. 그런 놈들이 어디서 뭔 지랄을 하든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 어디든 문재인지지가 대세였는데 몇몇 개인이 지지하는 글 쓰고 댓글 달고 추천수 올려봐야 눈에 들어오거나 할 리가 없다.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던 입장에서는 더 그렇다. 도대체 저놈들이 누구인가. 뭐가 문제인 것인가.


그래서 어거지로 김경수를 엮어 넣은 것이지만 그것부터 김경수라는 이름 자체가 아직은 대중에 생소한 고작 이번에 처음 국회에 입성한 정치신인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괜히 여당에서 이번 드루킹 논란으로 김경수의 체급만 높여줬다 말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하다못해 대중들이 알만한 이름 가운데서 관련자를 만들어야 했었다. 김경수가 이미 경남도지사에 당선되고 난 뒤라면 또 모르겠다. 문재인 지지자들에게조차 낯선 닉네임에 그냥 이름만 알던 정치인이 연루되었다니 사건의 비중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뭐 그런 일로 단식까지 하는가. 더구나 이제 곧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이벤트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조용필이 콘서트하는데 앞에서 이대호가 버스킹한다고 관심을 가질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아무튼 확실한 것은 경찰과 언론의 의도가 이것으로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드루킹에 대한 경찰의 수사와 발표, 언론의 보도를 보면 그 스탠스가 분명하다. 경찰 수사권 독립은 절대 안된다. 내가 이럴 것 같아서 얼마전 끝난 드라마 '라이브'를 보면서도 경찰 편드는 것이 그리 불편했었다. 언론이야 원래 쓰레기였고. 한겨레든 경향이든 진보언론의 정체성이 어디에 있는가.


정의를 새로 한다는 것은 대상의 의미가 완전히 바뀌지 않는 이상 다른 말로 위조 혹은 사기라 일컫기도 한다. 혹은 권력자가 그러면 폭거나 전횡이라 부르기도 한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부른다. 묵을 은어라 불렀다가 다시 도루묵이라 바꾼다. 황철석인데 금이라고 팔거나 산삼을 도라지라 속여 사기도 한다. 딱 경찰과 언론이 하는 짓거리다. 개버릇 남 못준다. 짜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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