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이라 할 때는 몰랐는데 뽀띠라 하니 기억난다. 워낙 해괴한 소리를 늘어놓는지라 나름대로 네임드인 것은 알았지만 정작 찾아본 것은 거의 없었다. 사실 서프라이즈에서 놀던 2004년까지 나름 이름있는 논객 가운데 내가 진정으로 인정하고 찾아읽던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지금도 이른바 문빠들에게서 보이는 맹목적이고 광신적인 분위기에 우려하게 되는 이유다.


하긴 그러고보면 최근 벌써 몇몇 친문 - 혹은 친민주당 성향의 팟캐스트들을 사이에 두고 지지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기도 하다. 고작 팟캐스트다. 고작 논객이다. 사실 논객이라기보다는 자기가 생각한 것들을 제법 그럴싸하게 써서 인터넷에 올릴 수 있었던 일개 네티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노무현을 칭송하며 노무현 정부에 유리한 글을 쓴다는 이유로 논객이라 불리고 심지어 추종자까지 생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되었을지 모르지만 그런 식으로 추종자가 따라붙고 그 수가 일정 이상이 되면 그때부터는 자기가 뭐라도 된 양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 서프라이즈 초기 아마 주황이었던가 국회의원으로 만들어보겠다고 그 추종자들이 여론을 조작하다가 축출된 적이 있었다.


원인이 뭐냐면 결국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한다. 어쩌면 내가 처음으로 인터넷 여론이 가지는 근본적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였는지 모른다. 사실 별 내용도 아닌데 자기가 믿고 싶은 이야기이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런 글을 쓴 사람에게는 논객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권위와 추종자가 따라붙기 시작한다. 서로 같은 것을 믿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기들만의 커뮤니티도 만들게 된다. 다른 말로 친목질이라 한다. 그 친목질 때문에 당시 서프라이즈에서도 분란이 끊이지 않았었다. 그래서 뛰쳐나가 다른 유사사이트를 만든 사람도 있고, 혹은 그 안에서 서로 생각이 다르기에 배척당하고 축출당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 연장이라 보면 된다. 대선 무렵 화제가 되었던 미키루크나 이번에 경찰에 체포된 드루킹 - 뽀띠나. 그렇게 논객을 중심으로 모인 추종자를 무시할 수 없었던 정치인들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상황은 더 악화된다.


사실 지금 대표적인 친문 팟캐스터들인 이동형과 권순욱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심지어 그를 중심으로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까지 확전되고 있는 갈등 역시 그런 비슷한 맥락이라 할 것이다. 그냥 팟캐스터라면. 그냥 지지자였다면. 하지만 그동안 그들의 팟캐스트를 들으며 지지를 보냈던 많은 청취자들의 존재가 정치권마저 그들을 주목하게 만들고 그들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도록 만든다. 어떤 사명감마저 느낀다. 고작 팟캐스트 하나 나선다고 말 그대로 극렬문빠들을 어떻게 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무엇보다 그들이 팟캐스트를 통해 그만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목말라하던 친문지지자들에게 그들이 듣고자 하는 말들을 기능적으로 들려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거물이 되었고 그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다수의 추종자가 있다. 물론 그래봐야 문재인 지지자 사이에서나 이슈가 되는 그들만의 리그에 지나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착각한다. 내는 대단하다. 나는 대단한 존재다. 그러므로 나는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추종자들을 이끌고 자신이 가진 알량한 힘을 이용해서 현실에서 무언가를 이루고자 한다. 고작 브라우저 창만 내리고 나면 사라지고 말 허구의 공간에서 얻은 지명도와 영향력을 가지고 현실의 욕망을 이루려 한다. 하지만 바로 가상의 온라인과 현실의 오프라인이라는 괴리가 그들의 믿음을 일그러뜨리고 만다. 도움은 고맙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존재가 절대적이지는 않다. 배신감마저 느낀다. 분노가 증오로 바뀌기도 한다. 물론 역시 대부분 지지자들의 믿음과 어긋난 순간 그들은 도태되고 말 뿐이다. 한 줌 가치도 없는 허구의 공간에서 얻은 허상의 권위가 가지는 종말이다. 다만 그로 인해 지금처럼 민폐는 끼칠 수 있다.


그래서 여기서 블로그질이나 하며 혼자 놀고 있는 것이다. 때로 일부러 도발도 해가면서. 혹시나 싶어 스스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며 살피기도 하면서. 어느새 구애되고 만다. 친목질이라는 게 별 대단한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닉네임이 눈에 익고 오프라인에서 실제 만나기라도 하면 그때부터는 글을 읽는 사람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것은 모두가 가진 당연한 본능이다. 그래서 더 그런 경향들이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허구의 공간에서 만들어진 벌거벗은 임금님이 더욱 자신의 권위를 인정받고자 알몸으로 행진을 시작한다. 최소한 인터넷상에 나에게 지인이란 없다. 아는 사람도 친한 관계도 없다. 그래서 나는 자유롭게 오로지 내가 생각하는 것만을 혼자서 쓰면서 놀 수 있다.


아무튼 그 시절의 잔재가 이런 식으로 다시 오랜 기억을 헤집을 줄은 전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어느새 추종자를 모아서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저지르고 있었다. 누가 무엇이 그들을 거기까지 이르게 했을까. 그러니까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믿고 싶은 것만 찾아보며 자기들끼리만 뭉쳐봐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을 몰랐기에 이런 말도 안되는 짓들까지 저지를 수 있었다.


하여튼 그래서 우스운 것이다. 일이 어찌된 것인지 그냥 대충만 훑어도 알 수 있을 정도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민주당 자신이 인터넷 여론을 누군가 조작한다며 수사를 의뢰한 사건이었다. 민주당에 불리한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수사가 이루어져 마침내 범인이 밝혀진 경우다. 안철수는 심지어 지난 대선마저 부정하고 있다. 진짜 정치에서 가장 못된 것만 골라 배우고 있다. 이렇게 못된 것만 골라 배우기도 쉽지 않다.


그냥 오랜 기억이 떠올랐다. 한 눈에 보기에도 뭔가 다른 계산이 있어 보이던가, 아니면 그저 순수하게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을 올곧게 믿으려 했거나. 그리고 허구는 현실을 만나 처참하게 왜곡되고 만다. 혹시나 그 가운데 내가 아는 사람들은 없을까. 인연이라기에도 너무 짧았고 너무 멀기만 한 기억이다. 괜한 김경수만 저들의 허튼 짓거리에 고생하고 있다. 정치가 우습다. 국민을 바보로 본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