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시작은 전도라는 이름의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맹목적이고 폭력적인 이기심이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길거리에서 앰프를 크게 틀어놓고 찬송가를 부른다. 지하철에서 피곤한 몸을 겨우 가누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몇 십 분을 혼자서 떠들며 피곤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개인적인 경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개인적으로 싫어해야 할 것들이 현실엔 너무 많다.


결정적인 계기는 첫째 기독교 신자들에 의한 전국 각지의 불상과 장승 등에 대한 훼손사례들이다. 심지어 오래된 절을 굳이 찾아가 불까지 지른 경우마저 있었다. 군 장교가 불상의 목을 잘라 종교신문에 나온 적도 있었다. 기껏 학교에서 전통문화로 장승을 세웠더니 목을 자르고는 자기들끼리 방송으로 잘했다 칭찬한다.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다. 다른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다. 자기들은 인정하지도 존중하지도 않는데 내가 그들을 인정하고 존중해주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들은 단지 종교를 앞세운 테러집단에 불과하다. 아니면 반박해 보라.


둘째는 무려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목사안수를 받은 것이었다. 이슈가 되니 안수는 취소되었지만 여전히 교회에서 간증하며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최근 문제가 된 안태근 역시 교회에서 안수를 받고 간증하는 가운데 피해자인 서지현씨가 분노해서 사실을 폭로하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고문기술자다. 민주화운동을 하던 이들에게 비인간적인 고문을 일삼던 인물이다. 그런데 목사가 된다. 그런데 간증을 다닌다. 부정한 돈을 받아 검사에서 잘린 사람이 공개적으로 안수를 받고 간증까지 하고 있다. 그들의 종교가 추구하는 정의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들에게 인간이란, 인간이 지켜야 할 선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 인간이기는 한 것인가.


셋째가 성소수자들에 대한 그들의 폭력적인 태도다. 성소수자는 말 그대로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이다. 차마 자신의 성적 성향을 밝히지도 못하고 혹시라도 누가 눈치채지 않을까 불이익을 당할까봐 전전긍긍해야 하는 이들이다. 종교라면 소수자를 긍휼히 여길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그들을 억압하거나 사회로부터 내몰려 시도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입으로는 사랑을 부르짖으면서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해서는 난폭하고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사랑이란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가치인가.


그리고 오늘 다시 기독교의 민낯이 드러났다. 무려 박근혜를 위해 거리집회에 나서고 있었다. 심지어 3.1절에 반일감정은 그만두어야 한다며 반역사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미 종교는 정치권력이 되었다. 정치권력이 되려 시도하고 있다. 그에 동조하며 동참하는 신자들이 저리 많다. 종교에 대한 판단에 정치적인 판단까지 더해진다. 자유한국당을 싫어하는 것과 한국 개신교를 싫어하는 것은 같은 층위의 감정이다.


일부 교회라 말한다. 일부 신자들이라 말한다. 그런데 언제 한 번 교회가 그런 것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말로만 일부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과는 상관없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교회 밖에서 보는 교회란 그런 괴물같은 모습이라는 것이다. 진짜 교회를 보는 것만으로도 혐오스러울 정도다. 그나마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가만히 있는 정도가 한국사회가 안전한 사회란 증거일 것이다.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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